▲ '찡그린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눈을 감은 채 찡그리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환율을 조작한다는 비판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사진=AFP)

"미국이 출입국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를 주시하고 있지만 바로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

"각국의 입국관리정책은 기본적으로는 내정사항이며 어떻게 할 것인지는 그 나라의 판단"

아베 총리 (지난달 3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의 관련국 입국금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뉴스워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는 의견을 반복해서 밝히자 비판이 일고 있다.

아시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이같은 소극적 태도와 관련해 이달 10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고 싶지 않은 데다, 일본에서 '이민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들에 대한 국제 구호와 공조를 위한 기본적인 규범에 배치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발언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비판한데 대해 "그런 비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필요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오는 1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환율 문제에 대해 해명할 방침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내에서는 일본이 최근 5년여간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함께 환율조작국가 취급한 것은 다음주 미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제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0일 워싱턴 정상회담에 이어 11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에서도 정상회담을 한번 더 하는 방향으로 양국이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금융완화는 국내 물가안정을 위한 것이지, 엔저 유도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은 2%의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며 엔화 약세 유도 비판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의 무역 협정은 환율문제를 포함하여 양국간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한편 대담한 통화정책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은 일본 뿐 아니라 미국도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제회복은 미국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 한·일 방위비 분담금 협정 (자료=외교부,일본 방위성)

◆ 주일미군 주둔비 증액 눈치보는 아베...정상회담 주도권 뺏길까 '전전긍긍'
   트럼프 '미국 내 자동차 고용 창출 요청' VS 아베 '이미 150만명 고용'...냉랭했던 전화통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자동차업계의 미국 내 고용 창출을 재차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 일본 자동차업계도 반드시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미국에서 이미 15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의 고용과 투자 상황을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 트럼프 대통령은 별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는 이번 전화 회담에서는 주일 미군의 주둔 경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달 정상회담에서는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 일본 측은 대응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미국이 일본을 방위할 재정적 여유는 없다”며 일본이 주일미군 주둔비 부담액을 늘리지 않으면 주일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이나다 도모미(稲田朋美) 일본 방위상도 트럼프 당선인의 주일미군 주둔비 증액과 관련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은 확실히 부담하고 있다"고 말해, 트럼프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매티스 美 국방장관은 미군철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은 제기했다. 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상당 부분 추가로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방위)조약 의무를 유지할 때, 또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할 때 더 강하다"면서 "마찬가지로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도 그들의 의무를 인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 지난해 7천612억엔(약 7조8천억원)을 주일미군 주둔경비로 지급해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고 주장해 왔다.

일본에 이어 독일 1천876억엔(2002년 기준, 이하 한국 제외 같은 시점임), 한국 1천12억엔(2014년 기준), 이탈리아 440억엔, 영국 286억엔, 스페인 153억엔, 사우디아라비아 64억엔 등의 순이었다.

▲ 미국자동차시장 브랜드별 점유율(2015년) (자료=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 다급해진 아베, 美에 ‘선물 보따리’푸나
  美, 대일무역적자 70%가 車분야… 트럼프, 日의 비관세장벽에 불만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고속철도와 에너지 등 폭넓은 분야에서 일본이 미국에 공헌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일 비판을 잠재울 계획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이니치신문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일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에서 추진 중인 고속철도 계획 등의 인프라 투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의 공통 규칙 만들기, 일본 기업에 의한 미국산 셰일가스의 구입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셰일가스의 구입은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자동차 분야에 예민한 것은 대일 무역적자 중 약 70%가 자동차 관련 무역에서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는 "우리가 일본에서 자동차를 판매할 때 일본은 판매를 어렵게 하면서도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많이 팔고 있다. 이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 이건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아베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서 꼭 일자리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요구한 이유다.

일본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차 공격이 앞으로 열릴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술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 2015년 일본은 미국에 160만 대의 차를 수출했다. 반면 미국이 일본에 수출한 자동차는 1만9000대에 불과했다.

오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의 최대 과제는 트럼프의 거센 통상압력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판매 등 무역 불균형 문제와 달러 대비 엔저(円低) 현상 등 양국 간 통상 현안과 관련해 막대한 규모의 청구서를 들이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자동차 산업의 쇠락을 경험한 미국 '러스트 벨트' 지역이 트럼프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며 "재협상 시 양허정지와 함께 관DS세를 올리거나 재협상이 없더라도 미국 무역법 122조에 따라 수입품에 150일 동안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현재 미국 보호무역의 주요 타깃은 중국, 멕시코, 일본 등"이라며 "미국이 단기간 안에 FTA 재협상에 나서기보다는 반덤핑 관세 등을 활용해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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