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발(發) 글로벌 환율‧무역전쟁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강(强) 달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급진적인 문제제기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오는 등 ‘글로벌 환율‧무역전쟁’ 조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워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율전쟁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이 환율을 조작한다”며 ‘환율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조작국 낙인을 남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미 환율관찰대상국에 포함된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31일 제약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바보(bunch of dummies)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교토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 정부는 환율조작국에 수입 제한, 보복관세 부과,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압박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환율조작국 지정의 전 단계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미국 재무부의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2016년 10월) (자료=미래에셋대우)

미국의 '환율전쟁'에 국내 외환시장이 1980년대 '데자뷔 현상'에 휩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일본, 독일 등 대미흑자 규모가 큰 나라들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하면서다. 

美 재무부의 현행 기준으로 특정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해당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면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한 방향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반복적으로 단행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근거는 1988년에 제정한 '포괄무역·경쟁력강화법'에 있다. 이 법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의회에 환율정책보고서를 제출한다. 재무부는 이때 무역상대국의 환율정책을 평가해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무역마찰을 빚으면 미국의 우방인 한국, 일본, 대만 등 중국과 밀접하게 얽힌 나라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미국은 무역수지가 균형이 되는 환율을 '균형환율'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절하여부를 판정하는 듯하다"며 "80년대 일본을 타깃으로 했지만 한국까지 환율조작국으로 언급됐던 것 처럼 이번에도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통화 절하, 중국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 (자료: CEIC,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 [일본] 다급해진 일본...아베 '미일 성장 고용 이니셔티프' 프로젝트 통할까?
           '10년 장기 사업' 이라 무리수라는 지적도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율조작 공세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미국 방문을 통해 이달 10일 미일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양국 간에 환율전쟁이라는 갈등 의제가 하나 더해진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을 재확인하는 한편 설득을 통해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재고를 호소할 생각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중국·독일과 더불어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거명하면서 이를 원만하게 풀어야할 과제를 안게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 기 발생 이후 자국 통화가치의 경쟁적 절하 또는 상대적인 절상에 대한 경계는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이제 그 축이 미국과 동아시아 주요국들간의 줄다리기로 옮겨오는 형국이다. 막대한 규모의 대미무역흑자 국가들에 대해, 보다 강화되고 명시적인 기준에 의거한 압박이 바야흐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 같은 정책변화는 주요 5개국과의 교역관계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재무성 아사카와 마사쓰구(淺川雅嗣) 재무관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일본 금융정책은 디플레이션 탈피라는 국내 정책 목적을 위해서 시행한 것이고 환율을 염두에 둔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본은 최근에는 (환율)개입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며 “환율 시세는 시장에서 움직이는 것이지 조작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31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에 대해 “환율의 수준이나 환율의 안정은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일정상회담에 앞선 실무급 협의도 병행할 목적으로, 재무성의 아사카와 마사쓰구(淺川雅嗣) 재무관을 미국에 보내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일본내에서는 일본이 최근 5년여간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함께 환율조작국가 취급한 것은 10일 미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제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매체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은 '미일 성장 고용 이니셔티프'라는 이름으로 총 5개 협력 분야를 담고 있다며 앞으로 10년간 미국의 철도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해 4천500억달러(약 515조8천350억원)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 7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투자 방안은 1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데다, 고용 유발 효과도 불투명해서 트럼프 대통령측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중국] 주중 미국 대사 내정자 “트럼프,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하지 않을 것”
           “위안화 상승폭, 트럼프 예상보다 강해”...미중 환율전쟁 우려 일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위안화 가치를 문제 삼으며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난한 가운데 중국은 자국이 환율 조작국의 필수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환율조작 논란에 대해 2015년 8.11 조치 이후 환율시장화 개혁을 추진한 점, 중국이 지난 2년 동안 위안화 절하 방어 등을 위해 8,7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점,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 등에 비추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이유가 없으며, 위안화 환율의 시장화 개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정부는 최근의 중미전략대화(S&ED, 2016. 6)에서 위안화 환율제도 개혁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데다 2016년 10월부터 위안화가 IMF의 SDR 통화바스켓에 정식 편입되는 등 위안화 시장화 개혁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에 비추어 환율조작국 지정은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2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쉬창원(徐長文)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환율 조작국이 아니며 중국의 모든 생산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쉬창원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의 모든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책정하는 것은 실현되기 어렵다"면서 "경제 글로벌화가 급속히 퍼진 현시점에서 '공급 네트워크'는 이미 국경을 초월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모든 수입품에 어떻게 관세를 징수하겠다는 것인가"라면서 "중국 수출품의 30%에 해당하는 상품은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 수입된 원자재, 부품, 반제품이 중국에서 가공 및 조립 공정을 거친 후 재수출되는 상품이다"고 반문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16년 말 기준 US$3.01조로, 2016년 12월에는 전월 대비 US$411억, 2016년 연간으로는 전년 대비 US$3,198억 하락했다. 이는 주로 중국인민은행의 위안화 환율 안정화 노력에 기인한다. 

12월 미국 비농업부문 취업자수는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으나, 연준에서 면밀히 관찰하는 임금은 200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미국노동시장 데이터 및 경제 관련 데이터(PMI 등)의 개선으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따라서 위안화는 여전히 절하 압력을 받고 있으며 환율 변동성은 더욱 커질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비판에도 중국 정부는 경기둔화와 자본유출 속에서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소진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블름버그통신은 설명했다. 

브랜스태드 대사 내정자는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 가치 상승폭이 트럼프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하다”며 미중 환율전쟁 우려를 일축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새해부터 중국외환거래시스템(CFETS)이 산출하는 위안화 환율지수의 통화바스켓 구성통화를 종전의 13개 통화에서 24개 통화로 확대했고 우리나라 원화도 바스켓에 포함됐다. 이는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에 쏠리는 관심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다.

한편,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에 마지막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 미 대통령이 사용 가능한 무역제재 조치 및 근거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 [독일] "獨, 환율 저평가로 美와 EU 회원국 착취" - 美 나바로   
            유로가 '암묵적인 독일 마르크'로 기능

독일이 유로화를 "엄청나게(grossly) 저평가시켜"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피터 나바로 미국 신임 무역위원장이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설한 국가통상위원회(NTC) 위원장인 피터 나바로 전 UC 어바인대 교수는 1월31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독일이 유로를 '엄청나게 저평가' 함으로써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EU는 독일에 무역불균형 개선을 위해 내수를 촉진할 것을 요구해왔다. 나바로 위원장은 또한 독일이 미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상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을 타결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나바로 위원장 발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테판 로프벤 스웨덴 총리를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독일은 유로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늘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을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유로는 지난 2년간 달러에 대해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이는 ECB의 마이너스 금리와 대규모 채권매입 프로그램(양적완화·QE)에 따른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와 관련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무역협정 협상과정에서 환율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르켈 총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척도로 봐도 유로화 가치는 적정수준을 밑돌고 있는 수준이며 지난해 1~11월중 독일은 2740억달러(약 318조원)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이중 대미 무역흑자는 600억달러에 이른다.

▲ 자료 : 미국 상무부, 한국무역협회(K-stat)

◆ [한국] 韓, 환율조작국 요건 2개 해당…中은 1개
   “환율 조작국 지정이 손쉬운 카드"...불똥튀나?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보다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내밀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층 강경해진 미국의 환율정책 노선이 향후 원화가치에는 상당한 정도의 절상압력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경제의 대외 불균형 정도가 상당한 데다, 대미 무역흑자도 근래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 때문에 환율조작국 같은 범주로 아직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외환시장에서 원화절상 흐름이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한·미 FTA 재협상보다는 환율조작국 지정이 손쉬운 카드다. 미국도 FTA를 뒤엎는 건 상당한 부담인 만큼 환율조작국 지정이 우리 입장에서는 더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한국과 대만 정도는 같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끼어 들어가거나, 중국보다 덩치가 작은 한국을 ‘시범 사례’로 먼저 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주요 교역국 환율정책 보고서 (자료=미 재무부)

정부는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우리의 외환정책방향을 충분히 설명하는 등 미국 신행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통상·환율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특히 미국 신정부 출범에 맞춰 고위급·민간채널 등을 활용해 전방위적으로 접촉면을 넓혀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신 정부 정책기조 변화에 따라 우리 경제에 대한 리스크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라 통상현안이 이슈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 미 관계가 극단적 대립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중‧ 미 통상마찰이 한‧ 중 경제협력과 한국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중‧ 미 마찰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선제적인 대응책 강구가 긴요하다는 설명이다.    

유 부총리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190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중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 중 1개를, 우리나라는 2개를 충족하고 있다고 해도 의미는 없다"며 "법에 따르면 3가지 조건을 다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한국이 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높고 중국은 더 적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 부총리는 그는 “미국이 중국을 바로 건드리지 않고 정치적 고려로 한국만 환율조작국에 지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셰일가스 수입 등을 통해 대미 흑자를 줄이는 노력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경제지표와 별개로 최근 달러화 움직임은 환율 조작국과 보호무역주의 등 트럼프 대통령 이슈에 따라 하락 압박이 커진 데 따른 결과”라며 “당분간 약달러로 기조 변환이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 회복과 통화정책의 방향, 보호무역이 야기하는 경제적 결과를 고려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달러 강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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