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개성공단방문을 위한 방북 허용을 촉구하고 정부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뉴스워커] 개성공단이 지난 10일 전면 중단된 지 1년을 맞는 가운데 여전히 미해결 상태인 피해기업들에 대한 조치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보상과 재가동 등을 놓고 입주기업과 정부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이 국민의 생명과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합당한 조치였으며 현행법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취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업은 중단 조치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며 실질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일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집계한 소속 회원사의 실제 피해액은 1조5000억원 이상이다. 현재 123개의 입주 기업 가운데 11개는 완전 휴업 상태다. 개성공단이 아닌 국내외 지역의 기존 공장 또는 신규 공장에서 생산을 이어가는 기업은 75곳(61%), '고육지책으로 '재하도급 방식'으로 수주한 물량을 처리하는 곳이 36곳이다. 

비대위는 지금까지 정부 지원액은 4천838억 원으로 업체 피해액의 32%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공단에 버려두고 온 토지와 건물, 기계 등 투자 자산의 피해액이 5천936억 원에 달했고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 피해는 2천452억 원, 납품 기한을 못지켜 물어낸 위약금이 1천484억 원, 공단 폐쇄로 인한 미수금과 영업손실, 영업권 상실 손해가 5천532억 원이이다. 

▲ 개성공단 피해 및 지원액 현황. 자료=개성공단기업협회

◆ 정부-업체 입장차 여전...기업 실질적 손실보상 위한 법제도 마련해야"

개성공단이 강제폐쇄된 지 1년이 지나면서 폐업으로 내몰리는 입주기업들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원이 아닌 보상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는데 정부와 입주업체의 엇갈린 입장이 다시 불거졌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개성공단 기업의 생존과 재개의 길’ 토론회에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는 강력한 국제제제를 이끌어내려면 개성공단을 희생시켜야 한다했지만 북핵 해결은 전혀 진전되고 있지 않다”며 “입주기업들은 1조5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으나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신한물산 신한용 대표는 "개성공단이 중단되고 우리 기업들은 1조원 수준의 직접손실을 입었고 5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입었다"면서 "대체 생산시설 마련에 이중 투자라는 잠재적 손실까지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00여명의 주재원은 대부분 직장을 잃었고 그보다 더 많은 본사 직원 인력 또한 해고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가동 중단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론회에서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는 “최소한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이 서로 긍정적 보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실험을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국제 규범으로 보면 과도한 조치"라며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이 서로 긍정적 보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개성공단 재가동만이 능사는 아니며 다시는 폐쇄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반의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고 고민해야 한다”며, “너무 나이브하게 접근한다”고 비판했다.

또 “핵과 미사일 문제가 개성공단에 영향을 미쳐왔으며, 대부분 핵문제와 관련이 있었다”는 점을 콕 찍어 언급하면서, 3월 한미합동군사연습-미국의 핵전략자산 전개-북한의 ICBM 발사 및 추가 핵시험-트리거 조항에 따른 자동 제재개입 등 시나리오를 제시하고는 “개성공단의 재가동 동력을 찾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서 한명섭 통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재 있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피해당한 기업들을 하루빨리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경제협력사업 중단에 따른 손실보상에 관한 특별법' 등 개성공단 폐쇄 보상과 관련해 현재 발의된 4가지 특별법의 내용을 설명하며 "경협중단에 따른 손실보상 특별법이 개성공단 중단으로 피해당한 기업 모두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 개성공단비대위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통위 3당 간사 등은 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 1년을 앞두고 '개성공단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국회)

◆ "북핵 상황 변화 있어야 개성공단 재개 논의 가능".. "개성공단 재개는 유엔결의 위반 논란 야기" VS "개성공단은 무역제재에 해당되지 않아"

통일부는 7일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논의되기 위해서는 북핵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특히, 개성공단 임금 전용에 대한 대내외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성공단을 재개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제사회에 대한 설득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것은 북핵 문제 핵심 당사국인 우리 스스로가 국제사회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는 여러 국가의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며, 결과적으로 제재의 효과를 반감시켜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개성공단 기업의 생존과 재개의 길’ 토론회에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현실적으로 재가동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임 교수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복잡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요소는 지도자의 의지와 결단력에 달려 있다"면서 "어느 정도 국내 여론이 뒷받침된다면 유엔 제재, 미국의 독자적 제재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대선 과정에서 공론화가 충실하게 이뤄져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외교력 발휘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인데 현재와 같은 미.중 관계 속에서 재가동을 주장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재가동을 결정한다 해도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가는 것엔 한계가 있다"면서 "정권이 바뀌면 언제 또다시 중단될지 모르는 곳에 누가 들어갈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A 대표는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언제든 폐쇄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절대로 다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 남북교류협력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통인법률사무소 한명섭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개성공단은 재가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교류협력법 등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5.24조치나 공단 폐쇄 등은 법적 근거가 없이 이뤄졌다"면서 "폐쇄 시 국회의 동의를 사전 또는 사후에라도 받도록 하고 재산권을 제한할 경우 손실보전과 관련된 법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제대 김연철 통일학부 교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2321호) 등이 공단 재가동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그동안 정부와 일부 정치인은 개성공단 가동 재개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21호 때문에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결의안 2321호는 과거 결의안을 더욱 구체화하고 강화한 것이다.

김 교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의 주요 목적은 대량살상무기, 그중에서도 관련 기술·부품 개발이나 이전을 막는 것으로 개성공단은 무역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개성공단의 임금이 유엔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에 무조건 저촉된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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