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방치된 배추 겨울 한파에 ‘꽁꽁’

해마다 김장철이면 주부의 걱정은 깊어진다. “올해는 배추 값이 얼마나 오르려나, 고추 값은 또 얼마고”

하지만 지난 김장철 배추 값은 포기당 1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청과물시장이나 장에 내놔야 하는 농민의 시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010년 배추 값은 폭등했지만 농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중간 거래상인의 배속을 챙겨주느라 농민은 연일 떠드는 매스컴에도 불구하고 주름 펴질 날이 없었다.

작년은 더욱 심했다. 고추는 긴 장마에 모두 탄저병이라는 괴병에 전몰했고, 겨우겨우 병든 고추 주어가며 김장에 쓸 고추를 마련해야 했다.

▲ 한겨울 한파에 배추가 꽁꽁언채 겨울을 나고 있다. 작년 배추값 폭락으로 재배한 배추를 수확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려야 하는 농민의 마음 또한 꽁꽁 얼어 붙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하지만 배추마저 폭락하는 바람에 농민은 이래저래 깊은 시름의 한해를 겪어야 했다.

작년 청과물시장에 내놓은 배추 값은 포기당 80원 꼴이었다. 전북 군산의 농민 신용현(74세)씨는 웃고 지낸 날이 언제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밭에 심은 배추는 얼어가고, 그것을 뽑을 인력은 없다. 인력이 있더라도 인건비 생각하면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배추 5만포기를 심어 내다 팔아도 나날이 치솟는 비료 값에 거름 등 비용을 제하면 손에 떨어지는 돈은 몇 푼에 불과하다고 한다.

▲ 밭에 그대로 방치해 얼어버린 수 많은 배추와 비료푸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여기에 일손이 모자라 사람을 사기라도 하면 오히려 손해. 차라리 그냥 놔두는 것이 났다고 한다.

결국 지금의 겨울은 배추는 김치가 되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 죽고 있다.

신씨는 배추 값이 올라도 아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배추가격이 오른 것은 그 해 흉작으로 내다 팔 배추가 없는 것이 그 이유고, 배추 값이 오르면 중국 등지에서 수입한 배추가 서울 등지에서 팔리니 결국 중간 유통 상인만 돈을 버는 이상한 구조라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많은 배추가 밭에서 꽁꽁 언체 한해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사진 참조>

그래도 신씨는 조금 나았다고 한다. 청과물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1톤 트럭에 밭에서 막 뽑아낸 배추를 시장이 아닌 아파트 단지 등을 돌아다니며, 500원이나 많이 받으면 1000원 씩 받아 겨우 비료 값을 충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트럭에 실어 팔러 다니는 것도 잠시다. 아파트 경비원에 치이고, 혹여 불법 주정차단속 카메라에 찍히기라도 하면 그날 장사는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한다.

이렇게 시름만 깊어가는 우리시대 농민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에서는 배추 등 농산물 생산을 조절하기 위해 농산물 재배 신고제를 도입한다고 올 초 발표했다.

농산물의 수급을 조절해 값이 폭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 이곳에 심은 배추는 대략 5만포기라고 한다. 이중 상당 수의 배추가 수확의 기쁨을 누리지도 못한 채 겨울 한파에 얼어붙어 있다. 작년 배추값 폭락은 한 포기에 100원도 받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일손이 모자라도 인건비 댈 형편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이곳 농민의 말이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기대하지 못하는 눈치다. 첫째, 농민의 평균나이는 60을 넘기고 있어 신고제의 낯선 제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문제며, 수급을 조절한 다해도 결국 저가의 수입농산물이 시장을 장악해 우리 농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사라지는 것이 그 이유다.

정부는 신고제를 도입하겠다지만 FTA 등 문호를 개방하며 유통의 길을 더욱 넓히고 있어 중간유통업체의 행포와 값싼 수입농산물의 유혹을 소비자가 떨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건강한 대한민국은 우리 농민이 살아야 이뤄진다. 비료회사들의 오랜 담합으로 값은 치솟는 비료 값에 농민의 허리는 더욱 휘고, 저가 농산물의 수입은 호미며 괭이를 잡은 농민의 손을 힘없게 한다.

이제라도 돌아봐야 한다. 건강한 자녀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라면 우리 농민의 손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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