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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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SBS 연예대상, 시상 소감


지난 19일, 2020 SBS 연예대상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배우 김광규는 이날 리얼리티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시상 소감에서 어머니와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본인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을 시청해 준 시청자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시상 소감이었으나, 이어 덧붙인 한 마디가 논란을 일으켰다.

그것은 다름 아닌 “힘든 세상. 재석이 형, 아파트값 좀 잡아줘요.”라는 말이었다. 이에 유재석은 무대 아래에서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사전에 이렇다 할 얘기도 없이 갑자기 언급된 데다 김광규가 유재석보다 4살 많은 상황에서 저 소감에 당황하지 않기도 어려웠으리라.

당시 시상식의 진행을 맡았던 신동엽과 이승기는 “유느님(:‘유재석’과 ‘하느님’을 합성한 별명)이 뭐든 다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상황을 수습했다.


아파트와 아쉬움...


김광규는 다분히 의도성이 느껴지는 이 날의 소감과 같은 맥락의 발언을 다른 방송에서도 한 일이 있었다. 지난 10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에서도 아파트를 매수하지 못한 일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그는 지인인 가수 육중완과 부동산공인중개사의 매수 권유에도 아파트를 사지 않았다.

“뉴스를 보니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해서 사지 않고 기다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집값이 ‘더블’이 됐다.”

이어, 육중완은 집을 사서 부자가 됐고 자신은 월세로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런 아쉬움은 지난 8일 김광규 인스타그램에 “아파트의 또다른 이름? 그때 살걸”이라고 적힌 게시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네티즌은...


김광규의 발언에 네티즌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꼭 시상식에서 말해야 했나”, “유재석은 무슨 죄”, “사람들 민망하게 한 발언” 등 부정적인 반응, 그와 별개로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나”, “나 같아도 답답했겠다” 등 공감하는 반응이었다. 후자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3년간 서울 주택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아파트값, 도대체 얼마나 올랐기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년간 서울 전체 주택 가격은 34%, 그중 아파트값 상승률은 52%에 달한다. 이에 국토부는 한국감정원 자료를 근거로 경실련의 주장을 반박했으나, 그에 따르더라도 현 정부의 아파트값 연간 상승률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12배가량 높다는 것이 경실련의 의견이었다.

지난 15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전 분기에서 1.7포인트가 상승한 144.5로 조사됐다. 이는 2009년 4분기 이후로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는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 대책과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을 잡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특히 1~2인 가구 위주의 공급은 3~4인 이상 가구의 아파트 수요와 접점이 없어 힘을 쓰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주택 정책의 빵투아네트와 서민


지난달 30일, 국회 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은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1년과 2022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5년 전에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었고 공공택지도 상당히 많이 취소됐기 때문”이라며,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이 발언에 유승민 의원은 ‘빵투아네트’라며, 3년 반동안 아파트 공급 정책은 하나도 하지 않고서 지금 이런 소리를 하느냐고 비난조의 목소리를 냈다.

유 의원이 의도한 바인지 모르겠으나, ‘빵투아네트’라는 별명은 반대로 고통받는 ‘서민’을 떠올리게 한다. 앞서 김광규의 발언을 비판하는 여론 일부도 이 ‘서민’을 말했다. 6년 전에 정부를 믿고 구매하지 않은 게 아니라, 6년 전에도, 지금도 강남의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정말로 ‘서민.’

이런 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나라를, 우리는 언제쯤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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