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지난 2016년 7월, 지금의 박근혜․최순실사태 만큼이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파문이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에 의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5명의 젊은 여성에게 성 접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이를 근거로 각각의 여성에게 500여만 원의 화대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2500여만 원의 웬 만한 대졸 사원 7, 8개월 치 급여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한데, 이 문제가 최근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바로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서 동영상 촬영을 주도한 한 남성이 검찰에 구속되면서부터다. 한데, 이 남성은 선 모씨로 CJ그룹 한 계열사의 부장이었던 것으로 검찰은 밝혔다. 이 계열사 직원이 성접대 여성들에게 이건희 회장과의 동영상을 찍어오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특히 선 모씨는 여성들에게 이 회장의 모습이 담기도록 동영상을 촬영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소위 ‘빼도 박도 못하는’ 즉 피해갈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 최근 검찰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촬영지시했다는 남자를 구속했다. 이 남자는 선 모씨로 CJ그룹 계열사 직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검찰 측에 따르면 이 회장 동영상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5차례 촬영됐으며, 선 씨는 지난 2012년 두 번째 동영상부터 촬영하라고 지시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2012년은 CJ그룹의 회장 고 이맹희 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서로 간에 재산권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CJ측이 삼성과의 재산권 다툼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수법으로 의도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일단 CJ그룹 측은 직원 개인이 한 일로 회사와 무관하며, 또 해당 직원은 현재 퇴직한 상태여서 이 일은 절대 CJ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성매매를 했다는 지난해 7월 보도한 뉴스타파 영상 캡쳐

현재 검찰은 선 씨가 한 몰지각한 범죄행위가 CJ측과 무관한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검찰은 선 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공격적으로 수사망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난 2012년 고 이맹희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재산권 다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일이 회자되고 있다.

이맹희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고 이병철 회장의 자녀들로 첫째인 고 이맹희 전 회장, 둘째 고 이창희 전 제일비료 회장, 셋째 이건희 회장, 넷째 이인희, 다섯째, 이숙희, 여섯째가 지금의 신세계 그룹 이명희 회장이다.

이 가운데, 이맹희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재산권 다툼 소송을 내게 됐고, 당시 이맹희 회장은 81세의 고령이었다.

▲ 삼성가의 1세와 2세 주요 가계도(그래픽_진우현 기자)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자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친이기도 한 이맹희 회장은 당시 후계자로 성장해 왔고,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등 직함이 무려 17개나 될 정도로 강도 높은 후계자 경영수업을 받은 바 있지만 부친 이병철 회장의 눈 밖에 나면서 삼성의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되면서 ‘비운의 황태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다.

한데, 2012년 당시 중국에 머물러 있던 이맹희 회장은 동생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냈다. 그 액수만도 무려 2조 원대에 이르러 세간에 주목을 받았으며, 이 소송을 위한 인지대만도 22억5000만원에 달하는 큰 액수였다.

당시 이맹희 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장을 보면, 이맹희 회장이 요구한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를 비롯해 그동안 이익 배당금 등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주식 875만주 전체를 달라는 소송을 확장할 경우 그 금액이 무려 2조원 대에 달했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얘기였다.

▲ 고 이맹희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재산권 다툼이 지난 2012년에 있었다. 또한 검찰에 따르면 이 다툼이 있었던 시기, CJ의 계열사 선 모부장이 성접대 여성들에게 이건희 동영상을 촬영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사진_MBC보도 캡쳐)

이맹희 회장의 요구는 단순했다. 당시 선대인 이병철 회장이 남긴 삼성의 여러 차명주식에서 자신의 몫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관련 폭로와 특검수사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진 내용들이었다.

이맹희 회장의 당시 주장에 따르면 이병철 전 회장이 생전에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을 그룹 임직원 명의의 차명으로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몰랐고,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의해 밝혀진 만큼 자신의 몫을 돌려달라는 소송이었지만 끝내 이 소송에서 패하고 이맹희 회장은 빛이 재산보다 30배나 많았던 재산 6억 원, 빚 180억 원 그리고 현금은 500만원 밖에 남기지 못한 최후를 맞게 됐다.

실제, 이맹희 회장이 지게 된 빚 180억 원의 상당부분은 이건희 회장과의 소송에서 인지대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맹희 회장은 소송의 인지대를 내기 위해 한국증권금융에서 140억여 원의 증권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기의 소송’이라고도 불렸던 삼성家 형제들의 소송전은 형의 상처만을 남기고 쓸쓸한 역사의 뒤안길로 거처를 옮기게 된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결국 CJ그룹 측 계열사 부장의 몰지각한 행태로까지 번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재산권 분쟁이 있었던 당시 선 모씨가 해당 정보를 입수했고, 무언가 큰 것으로 노리고 회사와는 무관하게 벌인 일일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중요한 점은 범법행위이고, 자칫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이런 위험천만한 몰지각한 행태를 일개 부장급이 단순 ‘호기심에 또는 충성심에 했을 수 있었겠냐’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대는 국내 재계 1위의 총수이자, 국내 개인재산순위 TOP의 이건희 회장을, 여성들이 단순히 몇 푼 받자고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선 모씨의 충성심이 아무리 강했다 한들 1년 치 연봉 8000만원 안팎(CJ 평균 연봉 4500만원 안팎)인 직원이 자신의 개인재산을 털어가며 이 동영상을 지시했다는 것은 상식적 이해수준이 아니라는 점 또한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자세한 결과는 검찰 수사를 통해 세상에 밝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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