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위해 일본 소부장 제품에 대한 의존도 낮출 필요 있어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등 일명 소부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의지 확고로 향후 국내 반도체 관련 기술 발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팀장>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등 일명 소부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의지 확고로 향후 국내 반도체 관련 기술 발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팀장>

12인치 반도체 테스트 베드 구축


[뉴스워커_산업기획] ‘나노종합기술원(이하 나노종기원)’은 반도체 제작 핵심장비 10종을 갖춘 12인치 반도체 테스트 베드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월 15일의 일이다.

이번에 구축된 12인치 테스트베드는 대기업 양산설비와 비슷한 실험환경을 구축하여 중소기업이 개발한 소재, 부품, 장비의 성능평가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6월에 클린룸 설치를 완료했으며 7월에는 ‘ASML’사의 ‘ArF Immersion Scanner’ 장비를 입고하는 등 테스트베드 구축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12월 15일에 12인치 테스트베드 구축을 완료하게 됐다.

나노종기원은 장비 입고가 완료되는 즉시 공정개발에 착수하여 이르면 일부 공정에 대해서는 2021년 1월부터 각 기업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장비 안정화가 완료되는 2021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테스트베드 구축 전 미국이나 벨기에까지 이동하여 제품의 성능 평가 등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테스트베드 구축으로 인해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시간을 절감할 수 있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나노종기원은 테스트베드의 실험 결과를 수요기업의 양산 평가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반도체 산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개방 장비와 이용 시간 등의 확대를 포함하여 제공 서비스의 질을 높일 계획으로 있다.


반도체 소재인 하드마스크와 에폭시 밀봉재 기술 확보


지난 2월 12일 나노종기원은 국내중소기업인 ‘DCT 머티리얼’과 함께 ‘고(高)종횡비 구조의 메모리반도체용 스핀코팅 하드마스크 소재’ 관련 기술자립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고종횡비 구조’란 높은 종횡비를 가지는 구조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종횡비란 가로 세로의 비를 뜻한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서 높은 종횡비를 가진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종횡비가 높을수록 식각 공정에서 패턴이 무너지기 쉬운 단점이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하드마스크 소재보다 뛰어난 물성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데 DCT 머티리얼과 나노종기원이 서로 협력하여 기존 소재보다 평탄화 특성 등이 우수한 하드마스크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이 제품은 우수한 물성 외에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DCT 머티리얼의 반도체 생산 시설은 노후돼 신제품을 개발해도 최종 수요기업의 수준에 맞춘 검증을 실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나노종기원은 보유하고 있는 생산시설을 DCT 머티리얼에 개방하여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나섰으며, 그 결과 내열성과 평탄화율 등 최종 수요기업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지난 12월 15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이번 ‘고종횡비 구조 메모리반도체용 하드마스크 소재 기술 자립화’를 2020년에 행해진 나노‧소재 분야 R&D 우수성과로 지정하여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2월 16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쓰이는 ‘에폭시 밀봉재’ 제조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에폭시 밀봉 소재는 반도체를 밀봉하여 습기와 열 등의 외부환경으로부터 반도체를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되나 그 동안 일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는 에폭시 소재의 열팽창 계수가 반도체의 열팽창 계수와 비슷할 것이 요구된다.

‘열팽창 계수’란 ‘열이 가해졌을 때 소재의 부피가 변형되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에폭시 소재와 반도체의 열팽창 계수가 서로 차이가 크다면 열을 가했을 때 두 물질의 부피 변화 차이가 커서 부품이 휘는 등의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폭시 수지의 열팽창 계수를 낮추기 위해 실리카 함량을 높이는 방법이 연구되기도 했지만 이 방법을 채용한 소재의 경우 끈적끈적한 점성이 높아져 또 다른 불량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전현애’ 박사 연구팀은 다른 물질의 함량을 높이지 않고 에폭시 소재의 구조만을 변화시켜 반도체 소재와 유사한 1°C당 3ppm 정도의 열팽창 계수를 구현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에폭시 소재는 12인치 이상의 대면적 패키징에도 적용이 가능하여 AI 반도체 등과 같은 최첨단 제품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관련 기술이 국내 기업인 ‘삼화페인트’에 이전되었으며 삼화페인트는 품질이 높은 수준인 신규 에폭시 소재 4종의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산업부, 소부장(반도체소재‧부품‧장비) 개발 적극 지원


지난 12월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총 2879억 원 규모의 ‘2021년도 과기정통부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 시행계획’을 확정하고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과기부는 8nm(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 공정용 무기 포토레지스트 기술 개발을 포함한 차세대 나노‧소재 유망 원천기술 확보에 102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과기부는 공공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할 것이며, 기업들이 관련 기술의 사업화 모델을 개발하고 초기 시장 진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30억 원을 투자하는 것 외에도 특허분석, 기술 자문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부는 노후화된 생산시설로 인해 신제품의 시험 평가가 어려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와 ‘시스템 반도체 제작 일괄공정’을 최대한 신속하게 구축하고 2021년부터 시범 서비스 제공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월 7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또한 소부장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12개 대학이 참여하는 ‘소부장 전략기술 자문단’을 발족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프레스와 사출 분야에는 ‘충남대학교’가 참여했고 3D 프린팅 분야에는 ‘경북대학교’가 참여하는 등 12개 대학이 참여하여 소부장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의 소부장 제품은 오랜 시간 동안 발전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국산 소부장 제품이 이 수준에 도달하거나 혹은 추월하는 것이 용이한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요기업인 대기업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어느 한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아베 전 총리의 수출규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본 소부장 제품에 대한 의존율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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