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둘러싼 집단들의 갈등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장(뉴스워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장(뉴스워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은 지난 6월 강은미 국회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다. 그 모태는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으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을 참고했다.

이 법의 목적은 기업의 조직문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 등으로 사업장,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을 때 법인, 사업주, 경영책임자, 정부 책임자들을 처벌함으로써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법의 적용 대상은 ‘근로자나 이용자 기타 사람의 사상 결과가 발생한 경우’이다. 여기엔 그간 일반적인 고용 형태가 아니기에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기 어려웠던 특수고용노동자, 하청 노동자, 도급용역노동자가 해당한다. 그에 더해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일반 시민 피해도 포함된다고 한다.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사망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 사람이 다치면 5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개인이 아닌 법인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기업 내부에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조장, 용인, 방치하는 조직문화가 있을 시 전년도 연 매출액의 1/10 범위 내에서 벌금을 가중할 수 있다.


과잉입법?...


지난 16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30개 경제 단체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름아닌 중대재해법 제정 반대 의견을 밝히기 위함이었다. 해당 단체들은 중대재해법이 기업활동을 막는다고 입을 모았다. 여당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은 모든 사망사고 책임을 일방적으로 기업과 경영책임자와 원청에게 돌린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선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발간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대재해법의 참고 사례로 활용된 영국 <기업과실치사법>은 이 법 도입과 별개로 CDM 제도 등을 통해 산업재해율을 낮추려는 노력이 있었고, 그에 따라 연평균 감소한 건설업 사고 사망률은 기업과실치사법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경제단체들은 중대재해법까지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코로나19로 이미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받을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기업들의 투자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대재해법이 제정될 경우 기업이 최선을 다해 산업안전보건활동을 해도 언제 어떻게 중형에 처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지는 마찰...


결국 정부는 처벌 수위를 낮추고, 처벌 대상의 범위도 좁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내놓았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유예기간을 두어 100인 이상 기업에 우선 적용하도록 했고,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도 상한선을 뒀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여러 계층의 입장을 종합해 의견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정의당 측에서는 ‘중대재해의 85%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시행을 유예하면 실효성이 없다’며, “시민 생명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없다.”, “살아서 퇴근하고 싶다는 시민들의 바람이 담겨있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했던 피해 유가족들 또한 정부에 “피해자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계속 죽이겠다는 뜻이 아닌가.”라며 수위가 한참 낮아진 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절박한 이는...


이 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발의됐다. ‘두려움에 떠는 기업’이 아니라, 그렇게 겁먹은 기업보다도 약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면에서 ‘최선을 다해 산업안전보건활동을 해도 언제 어떻게 중형에 처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업의 최선이란 무엇이기에 ‘언제 어떻게 사람이 죽어 나가 중형에 처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들 수준이란 말인가.

강화될 산업안전보건활동의 비용 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겠다. 다만 신생도 아닌 회사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에 당연한 수준으로 투자한다는 이유로 휘청거린다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그 회사는 그간 노동자의 생명을 깎아 돈으로 벌어들이고 있었다. 짐작건대, 아마 적지 않은 회사가 이런 구조를 가질 터다.

그러니 하루하루 삶을 깎아 바치는 노동자들은, 본인을 보호해줄 법 하나가 얼마나 절박할 것인가. 여러 이들이 서로를 물어뜯는 이 순간에도, 얼마나 절박하게 법조문 한 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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