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조달청의 두 얼굴…기업 갑질은 신고 받고, 정작 청 내 괴롭힘은 ‘소극적’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조달청의 두 얼굴…기업 갑질은 신고 받고, 정작 청 내 괴롭힘은 ‘소극적’
  • 박선주
  • 승인 2020.12.30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해 사각지대 해소해야”
갑질, 우리 사회에서 뿌리뽑아 근절해야할 절대 악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 시대를 살면서 갑질 한번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그 갑질 언제나 아프다.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갑질, 우리 사회에서 뿌리뽑아 근절해야할 절대 악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 시대를 살면서 갑질 한번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그 갑질 언제나 아프다.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기업 간 불공정 조달행위를 막고 공정거래를 돕는 조달청(청장; 김정우)이 내부 ‘갑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 기관인 조달청 내부에서 상사의 괴롭힘과 갑질을 견디다 못한 직원 4명이 이직을 하거나 퇴직을 결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청은 내부감사를 통해 과장급 간부 3명의 갑질을 공식 인정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조달청 한 과장급 직원은 부서 저녁 회식을 가면서 한 계약직 직원을 지목하며 “돈이 드는데 왜 데리고 가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간부회의 시간에 직원들 앞에서 성적발언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늦은 밤 부하직원을 불러 술 심부름을 시키는 등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나왔다. 조달청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희는 당신의 자식이 아니니 욕설을 하지 말라”라는 내용의 글이 잇따랐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조달청노동조합이 지난달 실시한 내부 설문조사 결과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례가 60여 건으로 집계됐다. 인사혁신처에 요구한 조달청 간부 3명의 징계 수위는 경징계, 인사혁신처는 이들의 최종 징계수위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청은 정부 계약 담당부서로서 민원이 많은 외부 고객 대응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부 관리가 소홀해서 갑질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달청의 2020 업무계획을 보면 ▲활력과 상생․협력이 함께하는 조달시장 조성 ▲조달시장의 투명․공정성 제고 등이 포함돼 있다. 조달청은 하도급법을 어긴 업체들의 신고를 받아 사업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입찰 평가과정에서 감점을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조달청은 하도급 과정에서 관행적인 갑질문화가 공정성을 해치지 않고 하도급업체가 부당한 갑을관계로 피해보는 일 없도록 외부 기업들 관리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정작 내부 관리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다보니 이런 상황까지 초래된 것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간접 고용 노동자는 적용되지 않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조달청처럼 갑질에 대해 더욱 민감해야하는 공무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은 우리사회의 이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들이 이른바 ‘갑질’을 당하고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동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29일 단체가 접수한 계약직 노동자 등에 대한 공무원의 갑질 사례들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아 공무원에게 갑질을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용역, 하청 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사각지대에 있어 이들이 공무원으로부터 갑질을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체는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 범위를 원청, 친인척, 입주민, 5인 미만 사업장 관련 갑질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공무원들의 갑질 실태에 대해 전수 조사 필요성을 제안했다.


“갑질에 대한 벌칙 마련과 예방 교육 필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9년 7월 16일 시행된지 1년 5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10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36.9%가 모른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은 법의 유무조차 모른다는 것. 또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지난 9월까지 곳곳에서 5658건의 진정이 접수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과제’를 통해 “법을 시행한지 1년이 지났지만 직장인 갑질이 계속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처벌보다는 사업장 내 자율적 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벌칙 규정 마련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실시 ▲법적용 사각지대의 해소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갑질을 사전에 막는 예방 교육 및 관련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며 “관련법에 대한 정책이 보다 세밀하게 시행될 경우 ‘갑질문화’를 근절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는 8개뿐 이다. 소통창구를 넓힐 필요도 있어 보인다. 또한 신고자의 신분을 지켜서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사의 괴롭힘에도 보복이 두려워서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없어야 할 것이다.

직장생활에서 일보다 더 힘든 게 인간관계란 말이 있다. 몇 번 농담으로, 장난삼아 무심코 던진 돌에 아파하는 이들이 많다. “사회생활은 원래 이래”라면서 참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곪은 것은 언젠간 터진다. 피해사실 공론화가 건강한 조직을 위한 행동임을 기억할 때 우리나라 직장문화도 개선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상대에 대한 비방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