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일 현지시각, 러시아의 미국대선 개입설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러한 사태는 자자지지 않고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AFP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아르한겔스크에서 열린 ‘국제북극포럼(IAF)’에서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설에 대해 “내 말 똑똑히 들으라”며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러시아의 개입 의혹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는 푸틴을 옹호하고 나섰고, 푸틴은 개입의혹에 반발하고 있는 양상이다.<사진_AFP통신_편집 진우현 기자>

미국 정보당국은 작년 11월 대선에서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해킹, 선거캠프 관계자 접촉 등을 통해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의혹을 극구 부인했던 것이다.

이 사태에 대해 푸틴은 “우리의 외교 관계를 완전히 파괴해 쿠바 미사일 위기가 불거진 1960년대로 돌아가고 싶은가?”라며 “양국 관계가 전쟁을 향해 가도록 만드는 건 미국인 대다수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이 치러지던 당시때 부터 러시아와 관계개선을 모색해 왔지만, 이러한 사태가 발발하자 화해모드에서 사뭇 돌아선 느낌이다.

현지시각 기준 30일 CNN은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커넥션’과 연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상 불가’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CNN은 이러한 소식을 2명의 백악관 소식통으로부터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CNN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시절부터 고수하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하면서도 지금의 정세를 놓고 볼 때 정치, 외교의 판도가 사실상 협상이 불가능해졌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과 아울러 “푸틴은 강력한 지도자”라고 치켜 세우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심지어 러시아가 지난달 새로운 지상발사형 순항미사일을 자국내에 은밀히 배치하고 흑해 상에서 수호이-24 전투기들이 미 해군 구축함 USS포터호에 위협을 가하는 등 도발적 움직임을 이어갔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조심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최근 벌어진 이 모든 일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가 정치적 압박으로 그와 협약을 맺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해서 생긴 일”이라며 러 내통 의혹이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까지 주장했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에 지나치리만큼 우호적인 언행은 그가 주장해온 ‘평화’가 아닌 부동산개발자 출신 트럼프가 상업적 저의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백악관의 은폐·해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커넥션에 대한 의혹은 날이 갈수록 가중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러시아와의 화해를 일시적으로나마 포기한 셈이 된 것이다.

또 다른 백악관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대통령 집무실에서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좌절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이슬람국가(IS) 격퇴전 등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트럼프는 양국 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푸틴은 “미국에선 주미 러시아 대사 세르게이 키슬략이 누구를 만나든 그것을 스파이 행위로 본다. 이것이 바로 헛소리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하면서 “정치 엘리트, 기업인, 의원, 백악관 관리 등을 만나는 것은 외교 관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푸틴은 “러시아는 미국을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닌 파트너 관계를 맺고 싶은 강대국으로 본다”면서 “양국이 북극,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문제에서 대화를 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줄곧 미 대선 개입 주장을 근거없는 정치 선전전이라고 반박해 온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계획과 관련해 자신은 미국 정상을 만날 준비가 돼 있으며 미국이 대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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