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노화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KAIST,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돌릴 수 있는 초기 역노화 기술 개발


2020년 11월 26일 ‘KAIST’는 ‘조광현’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노화된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를 정상적인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노화’의 초기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의 세포노화 신호전달 네트워크의 컴퓨터 모델을 개발한 후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전환할 수 있는 핵심인자를 발견하는 연구를 지속했다.

4년 동안 연구를 지속한 결과 ‘mTOR’와 ‘NF-kB’를 제어하는 기능을 갖춘 상위 조절 인자인 ‘PDK1(3-phosphoinositide-dependent protein kinase 1)’이 역노화의 핵심인자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에서 PDK1은 mTOR와 NF-kB를 활성화하여 노화를 유발하고 노화형질을 유지시킬 것이란 결과를 얻은 연구팀은, PDK1을 억제할 수 있다면 노화를 억제할 수 있고 역노화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핵심인자인 PDK1을 억제하는 내용의 분자세포 실험 및 노화 인공피부모델 실험이 수행됐으며, 그 결과 연구팀은 세포노화를 나타내는 인자들이 사라지고 노화세포가 정상세포로서 기능을 회복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 가역적 현상으로 파악하여 노인성 질환 관련 좀 더 적극적인 대응 가능성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논문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Inhibition of 3-phosphoinositide-dependent protein kinase 1 (PDK1) can revert cellular senescence in human dermal fibroblasts’라는 논문명으로 게재됐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이용한 역노화 연구


2011년 미국 샌디에이고 ‘솔크(Salk)’ 연구소의 ‘벨몬트(Juan Carlos Izpisua Belmonte)’ 교수 연구팀은 선천성 조로증 환자의 피부세포를 이용하여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생성하는 것에 성공했다.

선천성 조로증의 하나인 허치슨-길포드 조로증’에 걸린 환자들의 노화 속도는 일반인과 비교하여 8~10배 정도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조로증 환자의 피부세포에 역분화 기술을 적용하여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생성했는데 이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는 조로증에서 발견되는 유전적 특징이나 프로제린 단백질 등이 발견되지 않아 정상적인 줄기세포로 평가됐다.

다만 이 줄기세포를 다른 세포로 분화시켰을 때 분화된 세포에서는 조로증 관련 특징이 발견되었으나, 유전자 조작을 가한 후에는 줄기세포 뿐만 아니라 분화 세포에서도 관련 특징을 찾을 수 없어 노화 관련 질병인 조로증의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비록 세포 단위에서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바꾼 실험이었지만 조로증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노인들의 노화된 세포도 젊은 세포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도만능줄기세포란 체세포와 같이 여러 세포로 분화할 수 없는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하여 배아줄기세포처럼 여러 세포로 분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줄기세포를 의미한다.

2006년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팀이 생쥐의 섬유아세포에 ‘Oct4, Sox2, Klf4, c-Myc’의 4가지 유전자를 주입하여 유도만능줄기세포 생성에 성공한 바 있으며, 관련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지 않아 생명윤리 문제에서 자유로우며, 타인이 아닌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하여 줄기세포를 생성할 수 있으므로 줄기세포 투여 시에 환자의 거부 반응에 대해 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장점으로 언급된다.

다만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생산효율이 극히 낮은 점과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점 등 일반적인 역노화 치료법으로 고려될 수 있을 때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텔로미어에 주목한 연구도 이어져


2019년 ‘CINO(스페인국립 암 연구센터)’는 일반 생쥐보다 훨씬 긴 ‘텔로미어(Telomere)’를 가지고 태어난 생쥐가 평균보다 13% 정도 수명이 길며 암과 같은 질환에도 덜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긴 텔로미어를 가진 생쥐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발생하는 DNA 손상이 적었으며 노화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 미토콘드리아도 상대적으로 잘 기능한 것으로 관찰됐다.

텔로미어란 염색체의 말단 부분으로 염색체의 유전정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세포분열을 할수록 텔로미어의 길이는 단축되는 특징이 있다.

노화된 세포에서는 짧은 길이의 텔로미어가 관측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텔로미어가 유전정보를 보호할 수 없을 정도로 단축되면 세포는 더 이상 세포 분열을 하지 못하고 사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특징 때문에 텔로미어는 생체 시계로 불리기도 하며 텔로미어의 길이를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노화를 방지하는 것을 넘어 역노화까지 가능하지 않겠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CINO는 이전 연구에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연장시키는 것에 관여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Telomerase)’를 활성화하여 텔로미어의 길이가 단축되는 것을 방지할 경우 생쥐의 수명을 24% 정도 연장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아직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어 인간의 역노화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 단정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인류가 노화 관련 지식을 축적해감에 따라 역노화 기술 개발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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