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지금까지의 국내 기업은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그 동안 쌓아 온 ‘비자금’을 통해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이 문제는 비단 특정 산업에 국한 된 얘기가 아닌 이미 언론이나 국가기관의 사례집을 통해 잘 알려진 내용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태가 한 국내 대표 건설업체의 비리보도에서 터져 나왔다. 건설업체 현장에서 갖가지 수법을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비자금으로 다른 일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10일 경향신문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사건은 지난 2014년 광교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안전시설물 공사 시 가공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적시됐다는 것이다. 공사팀과 안전관리팀이 주고받은 진흙탕 싸움 중에 비자금 비라가 수면위로 불거진 것이라는 얘기다. 광교 현장은 아파트 350가구와 오피스텔 200실 등 총 공사비는 1400억원에 달하는 곳이다.

경향신문은 또한 해당 건설업체는 두 사람에게 출처불명의 돈을 회사에 토해내고 사직하면 형사고발을 면제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두 사람 다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건 당사자는 ‘나를 고발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혼자서 죽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또 다른 차장은 “현장소장 지시로 조성한 비자금은 공무원 뇌물 등을 전달하는 데 썼고 개인 착복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건설사는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12월에 발생한 것으로 사내 사이버감사실에 광교주상복합 현장의 관리 책임자인 윤 모 차장에 대한 비리 건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해당 건설사는 1개월여의 현장 감사 결과 윤모씨는 회사의 규정을 어기면서 차명계좌를 만들어 안전시설물업체를 통해 2년여 동안 총 1억3500만원의 자금을 조성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모씨 등은 그 사용처에 대해 정확히 소명하지 못했고, 이에 이듬해인 2015년 6월 해고조치 됐다는 것이다. 이 후 윤모씨 등은 공무원에게 뇌물 공여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고 해당 건설사는 해명했다.

경향신문은 또한 대우건설 감사실이 공사팀보다는 안전관리팀에 칼끝을 겨눴다고 전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보고할 희생양은 규모가 크고 부실시공과 직결되는 공사팀 비자금보다는 안전관리비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택하는 것이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 궁여지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관계자를 통해 “안전관리비는 전체에 1.88%에 불과하다”고 했다. “안전관리비에서 조성한 비자금이 1.8원이면 공사팀의 비자금은 100원쯤 된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또한 공사팀은 설계변경에 따라 증가한 공사대금 중 일부를 협력업체로부터 리베이트로 챙기거나 함바식당을 이용하는 인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비자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해당 건설사는 안전관리비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에 따라 공사비 규모가 법적금액 이상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또한 비용은 사용 내역과 기준이 매우 엄격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관리비를 목적 외에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어길 때는 회사 내부의 징계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해당 건설업체 측은 또 회사에서는 안전관리비사용지침을 위반한 현장이 광교현장 외에 더 없는지에 대하여 2014년 9월, 33개 현장의 안전관리비 집행 담당자 53명에 대하여 금융정보 조사를 실시하였고, 조사결과 타 현장 1곳에서 안전관리규정을 위반하여 2400만원을 의심 거래 한 직원을 퇴사조치 한 바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해당 건설사 측은 현장안전관리비 전용은 현장 개인의 비리며, 회사나 현장의 조직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제보자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해당 건설사는 또 광교 현장의 비자금 조성에 대해 ‘개인비리’일 뿐 회사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고 전했다.

광교 현장의 감사 결과 제보자인 윤모씨는 약 2년 동안 차명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내부감사가 진행되자 윤모씨 등은 수차례 말을 바꾸고, 짜맞추기 자료를 회사 측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건설사 측은 이러한 소명자료가 현장의 비자금 사용 내역으로 보도된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해당 건설사는 광교 현장에서 발생한 비자금 조성 사건을 윤모씨 등의 개인 비리로 결론 짓고 해고하기에 이르렀지만, 윤모시 등은 “비자금은 현장소장의 지시로 이뤄졌고, 개인적으로 쓴 돈은 없다”며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이와는 달리 해당 건설사 측은 “감사 과정에서 윤모씨 등이 회사에 소명이 안된 자신의 차명 계좌 자금을 배상하겠다”고 했다며 “형사상 문제를 삼지 말아달라고 제안할 정도로 개인 비리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고 주장을 반박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업계관계자는 “윤모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노출된 해당 건설사 직원 2명과 공무원 1명, 협력회사 직원 4명 등이 뇌물제공 등의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상태로 조사 중”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윤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해 ‘부당해고규제’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고, 현재는 행정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결과는 검찰의 조사와 법원의 판단이 있어야 정확한 전말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은 몇 가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윤모씨 등의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는 개인비리라고 본다면 수억원에 달하는 비자금 조성을 과연 개인 한사람이 저지른 파행이라고 볼 수 있는지와 둘째로는, 개인이 착복한 비자금을 통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할 필요가 있었겠느냐하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 본다면 다른 의문점이 발생한다. 하나는 광교현장에서의 비자금 조성 사건이 회사와 현장의 조직적 움직임에 의해 발생했다면 왜 회사 측은 비리 혐의로 해당 직원을 고발하고 문제를 확대했는가와 다른 하나는 이미 윤모씨 등은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부당해고구제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느냐하는 것이다.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한다. 더욱이 연 매출 10조원에 달하는 대형 기업일 경우 그 부작용은 더 클 것이라 보인다. 중요한 점은 10조원이든 1000만원이든 매출 달성을 위해서는 더 이상 과거의 행태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기회로 더 이상 건설현장에서의 비자금 조성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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