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지금까지 바둑하면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3국이 휩쓴 바 있다. 한국에서는 박정환, 김지석, 이세돌 9단 등이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중국에서는 장웨이제, 스웨, 커제 등이 일본에서는 야마시타 게이고, 이야마 유타 등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바둑의 제왕이다.

한데, 최근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큰 이슈를 만들며 인공지능(AI)의 미래로 떠오르고 있다. 알파고는 우리 국민들이 널리 알고 있듯,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의 제5국까지의 대국을 마친 결과 1:4라는 알파고의 ‘승’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알파고가 이번에는 중국의 커제 9단과 맞붙게 된다. 중국바둑협회 등은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을 오는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개최하면서 알파고와 커제와의 한판승부를 예고했다.

이에 바둑계는 물론 세계인의 관심은 알파고와 커제에게 쏠리고 있다.

이번 세기의 바둑전이 열리는 곳은 중국의 ‘물의 도시’라 불리는 우전에서다. 현재 중국의 커제는 세계 1위의 바둑기사로 알려져 이번 승부에서 알파고를 꺾으면 명실상부한 세계 1위는 물론 아직까지 인간의 두뇌를 인공지능이 이길 수 없다는 확실함을 남기지만, 만약 알파고가 승리하면 더 이상 인간의 뇌는 인공지능의 창조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게 되는 셈이다.

▲ 오는 23일 바둑 세계랭킹 1위의 커제와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대전을 펼친다. 그래픽_진우현 기자

바둑은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인간의 영역으로 인지됐지만 알파고의 승리가 확정된다면 이런 영역은 여실히 깨지는 셈이다.

이번 중국에서의 바둑대전은 알파고와 커제, 커제와 알파고와의 1:1 바둑대전 외에 중국 최고 바둑기사들과의 단체전까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단체전은 총 5명의 중국바둑기사가 협업으로 알파고와 승부전을 펼친다. 한 사람의 판단이 아닌 5명이라는 바둑 최고봉에 자리한 바둑기사들이 펼치는 알파고와의 한판승이기 때문에 커제와 알파고와의 바둑대전 만큼이나 관심을 더하고 있다는 게 중국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의 반응이다.

이 뿐 아니라 단식전, 단체전에 이어 복식전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 등은 알파고와 중국 프로 바둑기사 한 명과 함께 복식조를 편성해 상대팀과 바둑전을 펼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커제와 알파고의 한판승은 지난해 3월 이세돌과의 다섯 차례의 대국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커제와의 대전은 3판 2승제로 이뤄질 예정이다. 제한시간은 커제와 알파고 모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으로 정해졌다. 이세돌과의 대전에서는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씩의 조건이었다.

이번 알파고의 한판승에서 커제는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현지 언론은 “커제 9단이 지금까지의 컨디션이 매우 좋은 상태다”며 “커제 9단 스스로도 승리에 이변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알파고가 아니라는데 문제는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알파고는 하루에도 수천~수만 회에 달하는 대국을 할 수 있고, 그 사이 더 많은 학습이 이뤄졌음은 당연지사다. 이 때문에 커제의 상태가 아무리 좋더라도 알파고를 꺾기는 다소 역부족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습하는 알파고가 지난해 3월의 대전 때 보다 훨씬 영리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터넷을 통해 한중일 정상의 프로기사들과 모두 60전의 대전을 펼쳤는데, 이 대전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커제가 상대하는 알파고는 과거의 알파고가 아닌 새로운 알파고, 알파고 2.0버전이라는 것이다.

이번 커제와 알파고의 대전에 걸린 상금은 미화 150만 달러로 우리 돈 17억 원에 달한다. 커제는 대국에서 이기든 지든 무관하게 30만 달러 약 3억4000만원을 대국료로 받기로 계약됐다.

지난해 이세돌과의 대전에서는 총 상금 100만 달러 였으며, 대국료로는 15만 달러, 한 판당 승리에 대한 수당은 2만 달러였다.

이번 대전에서 구글의 딥마인드 측은 알파고의 창의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중점을 두고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또 여러 명과의 바둑대전에서 저마다의 스타일을 어떻게 적응하는지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전에서 딥마인드 측은 승리에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이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그동안 알파고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커제와 알파고, 알파고와 커제의 대국은 오는 5월 23일부터 열릴 예정으로 바둑계를 비롯해 세계인의 관심은 과연 커제가 아닌 인간의 승리가 이뤄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