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메모리’가 시장에 나놨다. 도시바는 1939년 사비우라제작소가 일본 최초로 백열전구를 생산한 하쿠네쓰사, 도쿄전기 등 3개 회사가 연합해 만든 회사로 도시바는 도쿄시바우라전기회사의 줄임말이다.

이런 도시바가 지난달 30일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도시바 메리리 사업부문이 매각의 길로 접어 들게 됐다.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의 경영난으로 지난해 총 1조100억엔(한화, 약 10조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내 제조업 사상 최대의 적자규모다.

이 가운데 도시바 메모리사업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10여 곳으로 압축된 가운데 미국의 브로드컴과 실버레이크컨소시엄의 베팅이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인수금액으로 무려 2조5000억엔(한화 20조8152억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뉴스는 주요 외신들을 통해 빠르게 번져 나갔다.

▲ 도시바메모리_뉴스워커 자료사진

도시바 메모리사업의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 가운데 대만의 훙하이는 1차 입찰에서 2조 엔을 제시하면서 훙하이의 궈타이밍 회장은 본 입찰에서는 인수금액을 3조원까지 올릴 수 있다고 큰소리치면서 도시바 메모리사업의 인수전은 더욱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는 한국에서 SK하이닉스가 가담하고 인수 제시금액은 1조엔 정도다.

◆ 도시바 메모리 인수 왜?…‘SK하이닉스·폭스콘·브로드컴 컨소시엄·WD’ 4곳 삼성전자 위협 시각도

도시바 메모리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대만의 폭스콘과 미국 반도체업체 브로드컴 컨소시엄, 웨스턴디지털 그리고 한국의 SK하이닉스 네 곳이다.

이런 가운데, 네 곳 모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분 인수에 대한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할 경우 세계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바로 반도체 글로벌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9일 마감된 도시바 메모리의 1차 입찰에는 10여 곳의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 들었지만 최종 인수전이 다가올수록 위의 네 곳으로 압축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브로드컴 컨소시엄이 인구 의향가격을 2조엔)한화 약 20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은 점차 뜨거운 솥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세계 최대 기업들의 입찰도 점쳐지고 있다고 보도해 도시바 인수전은 더욱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

도시바 메모리는 어느 기업이나 탐을 낼만한 존재라는 점에서 이번 인수전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흥미를 더하고 있다. 도시바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제조사다. D램익스체인지(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8.3%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는 삼성전자로 지난해 4분기 기준 37.1%를 기록하고 있다. 뒤를 이어 웨스턴디지털이 17.7%로 도시바를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마이크론이 10.6%, SK하이닉스가 9.6%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 원전 부문 투자 손실을 책임지고 물러난 시가 시게노리 전 도시바 회장.

중요한 점은 앞으로의 낸드플래시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발표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이 연평균 7.3%씩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 시장이 기우는 대신 낸드플래시시장이 커진다는 예고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서버용 SSD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0% 수준에서 오는 2020년에는 55% 수준으로 늘 것으로 가트너는 전망했다. 이는 낸드플래시 기반의 저장장치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SSD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 중 1위는 역시 삼성전자다. 삼성은 지난해 4분기 매출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38.8%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웨스턴디지털이 16.1%, 인텔 13.3%, 도시바가 8.5%를 차지하고 있다.

◆ 메모리플래시시장 1위 꿈, 키워가는 ‘SK하이닉스’

한국신용평가는 “중화권 업체가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문을 인수할 때, 공격적인 투자로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공급 과잉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SK하이닉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문의 인수전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SK하이닉스가 참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전 1차에서 1조원 대의 인수의향가격을 써 내면서 인수전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2조원대의 인수의향가격을 써 낸 기업도 있지만 이번 1차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는 여전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며, 이번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1위 자리를 군림하겠다는 포부가 전해지고 있다.

▲ SK하이닉스_뉴스워커 자료사진

실제 지난 1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울 동대문구 소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캠퍼스에서의 특강을 마친 뒤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대해 “1차의 입찰금액은 큰 의미가 없다”며 “오는 5월 진행되는 2차 입찰에서는 더 공격적으로 참여할 것이다”라는 의지는 내 비친 바 있다.

재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최 회장을 중심으로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오는 21일로 출국금지가 해제되는 만큼 일본과 미국 등을 종횡무진 누비며 성공적인 인수전에 만반의 준비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가 이번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본격 가담하게 된 배경에는 그룹성장의 핵심 동력을 정보통신기술(ICT)로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금의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세계 5위에 머물고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어 이를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통해 글로벌 1위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서도 역시 몇 가지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점 교섭권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9일 니혼게이자 신문은 도시바 메모리사업에 대한 제3자 매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도시바 이사회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해 변수로 떠올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웨스턴디지털의 독점 교섭권 요구 주장은 지난해 5월 도시바와 함께 욧카이치에 합작 공장을 세우면서 당시 체결한 내용을 바탕으로 독점 교섭권 및 합작사업 유치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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