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소송 1심 각하 소식을 듣고

SPC그룹의 파라바게뜨의 제빵사 직고용에 관한 법원 판결은 각하였다. 이번 재판부의 판단에 많은 제빵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으며, 제빵사들의 파리바게뜨 정규직 인정은 물거품으로 한동안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SPC그룹의 파라바게뜨의 제빵사 직고용에 관한 법원 판결은 각하였다. 이번 재판부의 판단에 많은 제빵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으며, 제빵사들의 파리바게뜨 정규직 인정은 물거품으로 한동안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파리바게뜨 사태...


2017년 6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5300여 명이 불법파견된 상태임을 폭로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파리바게뜨 노조가 설립됐고, 본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고용노동부는 같은 해 9월 파리바게뜨 측에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 직고용’ 시정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12월이 되도록 파리바게뜨의 조치는 미진했다.

제빵사들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파리바게뜨 본사인 파리크라상 측에서는 그 이듬해인 2018년 1월 자회사를 만들어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는 등의 타협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파리바게뜨 사태’는 노사 간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며 긍정적으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처음부터 위태로웠던 합의...


그러나 당시 전문가들의 시선에서는, 이 합의 자체가 상당히 위태로웠다. 2018년 1월 파리바게뜨 측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맺은 합의안의 핵심은 자회사에 제빵사 직고용, 체불 임금 지급, 노사협의체 운영, 급여 16.4% 인상, 결과적으로 3년 내 본사와 같은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었다.

여기서 파생되는 인건비 부담은? 대체로 가맹점주가 안아야 했다. 파리바게뜨 측에서는 협력업체가 받아 갔던 100만 원가량의 수수료는 거의 복리후생비로 쓰인다고 주장했다.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협력회사를 돕는다는 명목하에 지급했던 상생 기금도 그 명목이 사라졌으니, 가맹점주들이 비용 부담을 느낄 만했다.

가맹점주는 본사에 신청한 교육을 받아 직접 제빵기사로 일하는 수가 늘었다. 그에 따라 제빵사 고용은 줄어들게 됐다. 파리바게뜨에만 인력을 공급했던 협력업체가 이 합의를 계기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이 상황 속, 결과적으로 제빵사도, 가맹점주도, 협력업체들도 울어야 했다.


취하되지 않은 소송...


고용 불안이니 하는 문제를 제쳐두고, 멀쩡히 일하는 사람의 처우라도 개선되었나. 2019년 2월의 파리바게뜨 노조 농성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그들은 바뀐 것이 회사 이름뿐이며, 오히려 월급이 20~30만 원가량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3년 내 본사 기사들과 동일 임금 수준으로 맞추겠다던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월평균 휴무일은 5~7일뿐이다. 이는 주 52시간 근로제에 맞추기에 급급해 제대로 휴무라고 부를 날이 적은 탓이다. 또한, 합의문 속 내용에 따르면 부당노동행위 책임자를 징계했어야 한다. 그러나 징계는커녕 그중 일부가 진급까지 해 노조의 분노를 샀다.

2017년 12월에 제기된 소송의 취하 조건은 이듬해 마련된 타협안의 ‘준수’였다. 그러니 이처럼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송을 취하할 수 없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었고, 지난 8일이 되어서야 그 1심 판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심 재판부는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 요건 미충족 등의 이유로, 심리 없이 재판을 종결시켰다. 그럴 만도 했다. 서류상은 모두 파리바게뜨 본사에 고용되지 않았는가.


잘못된 방향...


‘파리바게뜨 사태’와 그 해결,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되짚어보노라면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모 기업인 인터뷰가 떠오른다.

“중국은 200~300명이 야전침대 놓고 주 2교대, 24시간 개발해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낸다. 한국에서 이렇게 하면 불법이다. 이러니 경쟁이 안 된다. 그만큼 한국은 일자리가 없어진 거다.”

계열은 다르지만, 어쩐지 파리바게뜨 본사의 입장이 연상되는 말이다. 제빵사를 본사가 직접 고용하고 주 52시간 근로를 지킬 때, 위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랬으니, 관련된 많은 이들에게서 원망을 들었고, 듣고 있으리라.

제빵사들의 자회사 직고용은 어느 측에서 보나 분명한 ‘개선’이었다. 그러나 이 개선에서 파생되는 부담은 그 방향을 잘못 잡았다. 가맹점주며 협력업체, 그리고 여전히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제빵사들은 그 부담을 짊어져서는 안됐다.

일의 가치에 맞는 임금을 주고, 정해진 시간을 적당히 쉬게 하는 것. 이에 대한 부담으로 흔들릴 사업이라면, 그것은 뿌리부터 뭔가 잘못돼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두드러지지 않을 뿐 속에서 곪아가는 산업은 이 나라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겉만 단단한 ‘공갈빵’ 같은 제도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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