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쉐어링 업체 그린카가 연초부터 서비스 장애를 겪으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고강도 쇄신에 대한 주문에 김상원 그린카 대표의 입장이 난처해 지는 모습이다.<그래픽_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카쉐어링 업체 그린카가 연초부터 서비스 장애를 겪으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고강도 쇄신에 대한 주문에 김상원 그린카 대표의 입장이 난처해 지는 모습이다.<그래픽_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스마트폰 전용 앱 3시간 동안 접속 불능...명확한 보상 기준 없어 고객 클레임 계속될 듯

롯데그룹 계열사인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의 스마트폰 전용 앱이 또 다시 먹통이 됐다. 매년 빠지지 않고 발생하는 서비스 장애가 새해 첫 달부터 터져 나온 것이다.

지난 13일 오후 7시경부터 10시까지 약 3시간 동안 그린카 앱이 열리지 않아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린카는 앱의 스마트키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차량 문을 여닫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해당 시간대에 차량을 써야했던 상당수 고객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특히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밤 9시 이후에는 마땅히 머무를만한 곳이 없었던 탓에 차량을 그냥 두고 움직일 형편이 안 됐던 일부 이용자들은 통화량이 몰려 불통 상태인 고객센터에 계속 전화를 걸면서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한 네티즌은 “한 30분가량 고객센터에 계속 통화 시도를 하다가 약속 시간 늦어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면서 “장애가 발생한지 거의 2시간이 지난 20시 50분쯤 이를 안내하는 문자가 왔고 22시 10분쯤에야 장애 해소됐는데 너무 대처가 느린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편의점에서 라면 먹으면서 시간 죽이다가 점주에게 쫓겨났다” 등의 글도 올라왔다.

다음 날인 14일 그린카는 사과 공지를 띄우고 △장애시간 중 대여 중인 고객 △장애시간 대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개별 연락을 취해 보상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장애시간대 대여 고객들에게는 이용료를 환불해주고 포인트 및 무료 이용권이 제공될 방침이다.

그러나 늘어난 주차요금, 택시비를 비롯한 대중교통비용 등 장애로 발생한 실비에 관해서는 명확한 보상 기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강도 높은 클레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연초부터 그린카의 서비스 장애 소식이 전해지면서 2019년 2월부터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상원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공교롭게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열린 ‘2021년도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고강도 쇄신을 주문한지 불과 2~3시간 뒤에 그린카 앱이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신 회장은 “성장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목적인 회사에는 미래가 없다”면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마치 그린카를 두고 뱉은 듯한 일성이다.

국내 1위 렌터카업체 롯데렌탈이 지분 약 85%를 보유 중인 그린카는 지난 2011년 국내 최초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현재 카셰어링 업계 부동의 1위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창립 멤버들이 2012년 설립한 쏘카다.

현재 쏘카는 회원수 630만여명, 보유차량 1만2000여대, 차고지(쏘카존) 400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원수 350만여명, 보유차량 9000여대, 차고자(그린존) 3200곳인 그린카가 여러모로 쏘카에 미치지 못한다.

두 업체의 간극은 매출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쏘카는 2019년에 전년대비 약 61% 증가한 25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그린카의 매출은 전년보다 고작 3억원 많은 320억원에 그쳤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성장보다는 생존에 급급하고 있는 모양새인 것이다.

롯데렌탈의 경영혁신팀장, 전략기획 팀장 등을 거쳐 그린카 수장에 오른 김 대표는 ‘전략통’으로 꼽힌다. 그는 2019년 초 대표로 선임됐을 때에도 “업계 간의 경계가 모호해질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변화에 따른 시장 분석과 전략적 판단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다양한 업계와의 전략적 제휴관계도 구축해 미래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전략’을 강조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못한 상황이다.

그는 취임 후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연내 회원수를 현 300만명에서 100만명 늘려 400만명을 달성하겠다”면서 당시 회원수가 500만명이었던 쏘카와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단기적인 목표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몸값이 2조원에 달하는 롯데렌탈이 IPO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래 성장 측면에서 주목받는 자회사 그린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며 “교체설이 돌고 있는 김 대표가 빠른 시일 내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자리를 보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피력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