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기획연재_신지영 기자]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7회 세계경제포럼 (WEF : 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향후 세계가 직면할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제시했다. 그 이후 각종 언론 매체들은 경쟁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특히 2016년 3월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우리가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을 가깝게 느끼게 된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 등을 통한 새로운 융합과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 것. 그에 따라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 혹은 대응 전략 등을 내세운 책이나 관련 정보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수많은 매체에서 인용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정의 자체가 미묘하게 다르다고 지적하며,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은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플랫폼 경제, 로봇, 자동화, 신소재 등 기술적 혁신과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하나로 묶어 부를 만한 용어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여기저기 갖다 붙이고 있을 뿐, 인터넷과 컴퓨터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이며, 과연 실체는 존재하는 것인가? 만약 존재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짚어보자.

우선 “산업혁명”이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그것이 산업 분야의 변화를 뛰어넘어 정치·사회·문화 등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총체적인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때 붙일 수 있는 개념이다.

▲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4차산업혁명, 이로 인해 달라지는 세상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되고 있다.

◆ 1차 산업혁명 – 증기기관, 기계화

1700년대 중반, 영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1차 산업 혁명은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요약할 수 있다. 증기기관의 발명과 그 후의 기술 진보는 인간이 미약한 힘의 한계를 극복하고 육체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생산량을 크게 높였고, 철도와 선박 등 이동수단의 발달은 인류의 활동 반경 및 시야를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 2차 산업혁명 – 전기, 노동분업, 대량생산

1800년대 중반, 전기의 발명과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을 통해 인간은 다시 한 번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대량생산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맞게 되었으며, 중산층이 증가하고 교육이 확대됨에 따라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 3차 산업혁명 – 전자, 정보기술, 자동생산

1970년대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에 기반한 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으로도 불리우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자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의 자동화는 산업 생태계 전반을 뒤흔들었고, 인터넷의 등장은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거리가 갖는 의미를 퇴색시켰다.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전 세계는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소통 방식이 달라졌으며, 모든 경제 행위에 대한 접근 방식이 새로워졌다.

◆ 4차 산업혁명 ?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의 결합을 통해 경제·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혁신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2011년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제조업 4.0)’ 정책에서 개념의 기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더스트리 4.0’ 정책은 제조업의 혁신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의 정보 교환이 가능한 제조업의 완전한 자동 생산 체계를 구축해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즉, 모든 산업설비가 각각의 인터넷주소(IP)를 갖고 무선인터넷을 통해 서로 대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4차 산업혁명의 진정한 의미는 서로 다른 기술의 결합과 융합에 의한 생산성 향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2011년 『3차 산업혁명(The third industrial revolution)』이라는 저서를 통해 이제야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보았다. 그는 산업혁명에 대해 기술적 관점이 아닌 에너지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에 따르면 1차 산업혁명은 석탄이 주도했고, 2차 산업혁명은 석유가 주도했으며, 앞으로는 신재생 에너지가 주류가 되는 3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인터넷을 통한 수평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부상할 것이며,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어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2016년에 4차 산업혁명의 화두를 본격적으로 던진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속도, 범위, 체제에 대한 충격의 세 측면에서 3차 산업혁명과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혁명들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차원이 다른, 지각 변동 수준이라고까지 보았다. 게다가 지난 산업혁명과 달리 새로운 산업혁명은 모든 국가,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루어지며 결국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영향력이 다르다고 강조했다.(Schwab, 2016)

▲ 글 싣는 순서

이처럼 동일한 시대의 변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개인용 컴퓨터 및 스마트폰의 보급과 인터넷의 확산이 단순한 통신기술의 발달을 넘어 인류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저마다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며,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그 출발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제조업의 결합을 핵심으로 하는 ‘제조업의 부활(reindustrialization)’ 어젠다를 제시했고, 중국은 독일을 벤치마킹한 ‘중국제조 2025플랜’을 통해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 역시 2014년에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수립했으며, 융합형 신제조업 창출, 주력 산업 핵심 역량 강화, 제조 혁신 기반 고도화 등 3대 전략을 중심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안을 점검하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야채와 우유를 배달시키고 로봇이 저녁 식사 준비를 돕는 세상. 비록 당장은 가깝게 느껴지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읺았다. 이어질 기사에서는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들에 대해 총 10회에 걸쳐 기획 시리즈로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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