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 ①인공지능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16년 3월 12일,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3연패를 한 뒤 이세돌 9단이 기자회견장에서 던진 말이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분명한 사실이며, 앞으로도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 펼쳐질 때마다 몇 번이고 회자될 것이다.

사실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은 알파고가 처음은 아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인간과 인공지능 컴퓨터의 체스 대결이 이루어져 왔으며, 체스에 있어서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을 넘어서곤 했다. 그러나 체스에 비해 경우의 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바둑이라면 아직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다섯 차례에 걸친 대국의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 4:1로 알파고가 압승을 거두어 전 인류에 큰 충격을 주었다. 다섯 번의 대국을 지켜보면서 대중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보다 뛰어난 AI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눈앞에서 펼쳐지는 인공지능의 승리를 바라보며 막연한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부쩍 다가온 인공지능의 시대를 체감했으며, 인공지능은 전 국민의 관심 분야로 떠올랐다.

▲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 성큼 다가온 미래, 인간을 앞서는 인공지능

영어로는 Artificial Intelligence, 보통 줄여서 A.I.라고 지칭하는 인공지능은 인공(人工)이라는 단어와 지능(知能)이라는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다.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사고, 학습, 자기계발 등을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컴퓨터 공학 및 정보기술의 한 분야로서,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인공지능은 크게 둘로 나뉜다. ‘약한(Weak) AI’와 ‘강한(Strong) AI’다. 약한 AI는 특정 영역의 문제를 푸는 기술이다. ‘단어를 입력하면 검색 결과를 보여라’, ‘음성을 듣고 무슨 말인지 인식하라’ 같은 문제를 푸는 것이다. 강한 AI는 이와 달리 지각력과 자아를 갖고 있으며, 주어진 과제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약한 AI는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할 수는 없지만, 주어진 조건들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발전된 형태의 연산장치로 볼 수 있다. 현재 단계에서는 약한 AI가 많이 쓰이고 있으며, 강한 AI를 만들려면 아직 멀었다는 게 과학계 중론이다.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약한 AI의 대표적 사례로는 스팸메일 필터링, 이미지 분류, 기계번역 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구글 포토’ 서비스의 경우, ‘동물’이라고 입력하면 알아서 동물 사진만 인식해 불러온다. 이는 구글 포토가 ‘동물’, ‘음식’ 등 수백만 개 보기를 가지고 있고 기계가 그 중 하나를 고르기 때문이다. 알파고 역시 약한 AI의 사례다. 알파고는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은지 낮은지 여부만 연산해서 착수를 결정한다.

◆ 4차 산업혁명의 필두는 단연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과 빅데이터(Big Data) 그리고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모든 사물에 센서를 삽입해 서로 연결하고(IoT) 이를 통해 수집된 거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AI가 융복합적으로 분석해 결과를 도출하고 활용하는 시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이유는, 단순한 바둑의 승패를 떠나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정확히 짚어볼 수 있는 실시간 중계였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DeepMind)사가 만든 인공지능 바둑 컴퓨터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개발사로, 알파고는 딥마인드가 연구하는 인공지능을 바둑이라는 하나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인공지능이 필요한 여러 분야에 적용해나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이 기존 생각의 틀과 범위를 뛰어넘는 '융복합적' 분석이다. 영역 간 경계를 뛰어넘는 분석이 AI의 고도화된 능력에 의해 이뤄지다보니, 결과도 다양하고 활용도 역시 무궁무진하다. 지금의 혼란은 활용도의 범위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즉 통신과 산업, 생활, 교통, 의료, 교육, 복지, 환경, 행정,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분야별 혹은 분야를 뛰어넘는 융복합적 활용이 가능해진다.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지 않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전자기기, 스마트폰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의 시리다.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리는 SF창작물에 흔히 등장하는 만능형 인공지능 컴퓨터, 혹은 로봇 도우미의 초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은 초기단계일 때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완전한 인공지능의 개발은 인류의 멸망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 인공지능, 달라지는 미래의 모습은?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그것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공포심을 느끼는 수준에 미치려면 아직은 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분야마다 발달 수준이나 정도가 천차만별이고, 다른 분야와의 연계성이나 파장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이 가능하지만 모든 조건이 성숙하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은 공존할 수밖에 없다.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전형적인 비관론적 영화들을 보면 한두 명의 개인이나 그룹이 인공지능의 지배에 저항해 전투를 벌이거나 인공지능과 인류가 세계의 지배권을 놓고 전쟁을 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은 이런 영화들처럼 한두 명의 손에 달린 게 아니라 10억, 20억명의 손에 쥐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연구자이자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류의 위협이 되지 않다고 강조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커즈와일 이사는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파괴적 갈등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폭력을 감소시켜왔던 우리 사회적 이상을 계속 진보시키는 것”이라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2015년 7월28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는 인공지능 무기의 군비 경쟁을 경고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허사비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 2500명이 넘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연구가들이 인공지능 무기에 반대하는 성명서에 동참했다. 인공지능 무기는 스스로 표적을 설정하고 제거하는 무기를 말한다. 무장된 드론이 스스로 표적을 찾아 사살하는 식이다. 성명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몇 년 안에 실현 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경고한다. 주요 군사국가가 인공지능 무기 개발을 시작하면 전 세계 인공지능 무기 군비 경쟁은 불가피하며, 인공지능 무기는 핵무기와 달리 비용이 비싸지도 않고 대량생산이 가능하기에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의 활용에 있어 윤리적 제어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 오는 23일 바둑 세계랭킹 1위의 커제와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대전을 펼친다. 그래픽_진우현 기자

◆ 인공지능의 도전, 체스 바둑에 이어 포커까지 그리고 커제와의 대국

그런 가운데 체스의 딥블루, 바둑의 알파고에 이어 최근 ‘딥스택(Deep Stack)’이 포커를 제패했다는 소식이다. 딥스택은 캐나다 앨버타대, 체코 찰스대, 체코공과대 연구진이 개발한 포커용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올해 초 국제포커연맹의 도움을 받아 프로 도박사들과 겨룬바 있다. 4주간 3000게임을 치루는 무제한 베팅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인공지능 딥스택이 11명의 도박사들을 모두 이긴 쾌거를 이뤘다. 개발자들은 관련 내용이 담긴 논문을 사이언스 5월 5일자에 실었고, 이는 사이언스의 표지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 글 싣는 순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지 약 1년, 바둑의 고향 중국에서 돌아온 알파고와 커제 9단과의 대국이 펼쳐질 예정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딥마인드는 중국바둑협회 및 중국 정부와 함께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을 오는 5월 23일부터 5일 간 중국 우전에서 개최하며,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알파고와 바둑기사 커제 9단의 일대일 대국이다. 5월 23일, 25일, 27일 총 3회로 진행되는 대국에서 커제 9단은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할 예정이다. 또한 작년과 달리 올해 행사에는 복식전과 단체전이 추가됐다. 복식전에서는 인간 바둑기사 1명과 알파고 플레이어 1명이 한 팀이 돼 상대방과 대국을 펼친다. 인간과 알파고가 번갈아 가며 바둑을 두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함께 배운다’는 컨셉을 도입했다.

구글은 “곧 있을 바둑 경기와 포럼에서 어떠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이 바둑뿐 아니라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떠한 도움을 줄지 매우 기대된다”고 밝혀 대국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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