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새 내각 시동…안보실장에 문정인 명예교수, 김기정 원장 등 물망

[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을 했다. 이에 따라 새 내각을 구성하기 위한 발걸음도 빨라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무총리 내정자로 이낙연 전남지사를,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임종석 전 의원, 국정원장 후보자로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을 지목했다. 대통령 경호실장에는 주영훈 전 경호실 안전본부장이 임명됐다. 모두 합리적인 인물로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또 정책실장이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그 밑에 두는 사회 수석에 김수현 전 환경부 장관을 먼저 임명했다. 이 외에 조국 민정수석 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전병헌 정무수석, 허승창 사회혁신수석을 발표했다. 총 8자리의 수석 가운데 6명이 인선을 완료하고, 정책실장 산하의 일자리 수석과 사회수석 등 2자리 인선을 남겨놓고 있다. 이렇게 수석급 인사는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이고 있는데 실장급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 문재인 정부 안보실장에 거론되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좌)와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우)

◆ 시급한 안보실장 인선

특히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닷새 만에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그 중요성과 함께 시급성이 부각되고 있는 외교・안보 인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외교・안보 인사는 속도감을 내기 보다는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안보 라인은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임시방편으로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외교안보 테스크포스(TF) 체제로 안보 공백을 메운다는 것이 청와대의 방침이다.

당초 안보실장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로 청와대 직제개편으로 비서실 산하 외교안보수석이 안보실장 밑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에 걸 맞는 인물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출신 인사를 검토하다가 외교・통일・국방 분야를 아우르는 적임자를 중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적절한 인물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조언했던 제주출신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공약을 만든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청와대 외교안보 테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도 안보실장과 함께 외교부 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선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외교관과 군 출신 인사 가운데 외교 쪽 출신 인사에 무게감을 두던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하자 우선순위를 놓고 다시 고민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정상외교가 시급한 점을 감안할 때 조만간 인선을 마무리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 관료 출신 정책실장에 무게 두나?

외교안보 인사와 더불어 정책실장 인선도 늦어지고 있다. 정책실장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 사회수석을 밑에 두면서 사실상 경제・사회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다. 즉 문재인 정부의 경제 밑그림을 그리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자리인데, 정책실장 인선 지연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장관 인선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간 사회수석에 기용된 김수현 전 차관이 비중 있게 거론됐지만 김 전 차관이 정책실장 산하의 직책을 맡음으로서 좀 더 중량감 있는 조언그룹에서 기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책실장이 경제・사회 정책을 총괄하는 만큼 정무적 감각이 있는 학자나 관료 출신 전문가가 기용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표적 재벌개혁론자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끌고 갈 사람들로 전・현직 관료들이 주로 거론되는 뉴스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소문처럼 이뤄진다면 경제정책에서는 새 정부가 보수정권과 다를 게 없게 된다.”는 글을 올렸다.

▲ 그랙픽_진우현 기자

박 교수는 한 신문을 통해 “관료 출신들은 과감한 개혁에 약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관료 출신들이 정책을 장악하면 새 정부의 개혁은 힘이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등 새 정부의 경제 분야를 컨트롤할 인사를 앞두고 관료 출신 인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료 출신은 오랜 행정경험에 따른 전문성이 강점이지만, 개혁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에 대한 우려는 참여정부 당시, 재벌개혁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측과 관료 출신 일부 장관과의 마찰, 관료들의 복지부동 등이 문제점으로 작용하면서 개혁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당시 정책실장이었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중요하고 힘든 개혁에는 청와대와 여러 부처의 팀워크가 잘 맞아야 하는데, 참여정부는 박자가 잘 안 맞았다.”며 개혁은 임기 첫해에 거의 완수해야 하므로, 내각에는 관료보다 강한 개혁 성향을 가진 인사가 낫다.”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일단 캠프에 참여한 관료 출신 인사는 개혁에 대한 철학이 어느 정도 일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봐 개혁의지가 있는 관료출신 인사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아직은 인선되지 않았지만 소문처럼 관료 출신이 정책실장이 된다면 정책실장에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가는 문 대통령의 역량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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