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으로 러시아에 IS 극비정보 건네…

[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취임 초기부터 신중하지 못한 말과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곤 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시 신중하지 못한 말 때문에 사면초가에 휩싸인 모습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대선 당시 러시아와 도널드 트럼프 캠프의 유착 의혹인 ‘러시아게이트’를 수사 중이었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게이트’ 은폐 의혹뿐만 아니라, 수사 개입 논란까지 일고 있는 상황에서 코미 국장 해임까지 단행하면서 막다른 궁지에 몰리게 됐다. ‘집단 저항’을 삼갔던 공화당 의원 뿐만 아니라 학계・언론계도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정보기관 수장을 지낸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 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1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를 겨냥해 “미국의 제도가 내적・외적으로 공격받고 있다.”며 “건국의 아버지들이 견제・균형을 위해 동등한 3개의 정부조직(입법・사법・행정부)를 만들어놨는데, 지금 이게 무너지고 있다.”면서 “코미 국장 해임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하야를 몰고 갔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언론인 칼 번스타인도 이날 CNN을 통해 “지금이 워터게이트 당시보다 더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며 “지난 대선 기간 우리 민주주의와 자유선거의 기초를 훼손하려는 적대적 외국(러시아)과 공모했을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을 은폐하려고 모든 권한을 다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헌법학자인 로렌스 트라이브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우리는 법 위에 있는, 그래서 우리의 정부 시스템에 위협을 가하는 대통령과 대면하고 있으며, 이제 의회가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해임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트럼프가 IS에 관한 극비정보를 러시아에 유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국 정가는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 <그래픽_진우현 기자>

◆ 러시아에 IS 극비정보 건넨 트럼프, 파문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해임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트럼프가 IS에 관한 극비정보를 러시아에 유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국 정가는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

워싱턴포스트지(WP)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주 백악관에서 만난 러시아 고위관리들과의 면담 중에 IS에 관한 최고 기밀을 공유했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키슬라크 러시아 대사를 백악관에서 만났다. 대선 기간 중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내통설을 수사하고 있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경질한 다음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유출한 기밀 정보는 미국과 정보공유협정을 맺은 한 파트너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민감해 동맹국 간에도 공유를 제한하고 미국 정부 내에서도 보안을 철저히 유지해야 하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WP는 파트너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당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 유출로 IS 내부 사정에 접근 가능한 동맹과의 협력이 위험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동에서 준비된 대화 주제를 벗어나면서 IS 테러리스트 위협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을 묘사하기 시작했으며, “내가 대단한 정보를 갖고 있다. 사람들이 네게 매일 대단한 정보에 대해 브리핑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내부 정보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백악관은 미국 언론의 취재는 제한하면서, 러시아 기자에게만 현장 취재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국영통신사인 타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이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게재했지만 미국 언론은 참석조차 할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IS 관련 극비 정보 유출로 논란이 커지자 이에 대해 현장에 배석했던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NSC)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은 항공 위협을 포함한 테러 조직의 위협에 대한 일반적인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공개된 것 외에는 군사작전이나 정보가 회동에서 거론되지 않았다.”며 이 상황을 애써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미 정부 관계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전직 고위 정부 관계자는 “모든 게 충격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무모하고 자신이 다루는 일의 중대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성향 때문에 탄핵설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 탄핵 이슈, 금융시장 악재

각국의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거나 탄핵 위기에 몰릴 경우 그 국가의 경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결정으로 인한 국가 신용도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의 경우 올랑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성장률이 유로 회원국의 평균 이하로 낮아졌고 떠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설을 두고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탄핵 이슈가 부각되는 것은 금융시장에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미국 경제가 최근 2년간의 부진에서 벗어나는 점 등을 미뤄볼 때 금융시장의 추세적인 상승 흐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을 했다. 단기적일지, 장기적일지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트럼프의 탄핵론 확산이 금융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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