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새 정부의 한미 간 정상외교가 본격화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 포럼 이사장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이다.

새 정부의 한미 간 정상외교는 문 대통령의 취임 첫날인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첫 물꼬를 텄다. 그리고 매튜 포틴저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6일 청와대・외교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데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는 역대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 중 가장 이른 시기의 회담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양국이 조기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워커는 한미정상회담 개최일을 오는 6월 25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무엇보다 6.25라는 북한과의 전쟁이라는 한반도의 비극이 있었던 때이며, 또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북한과의 안보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비롯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계획)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숙제를 안고 취임했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으로 무려 5개월간 정상외교 공백이 있어 서둘러 한미정상회담 조기 개최 합의를 이끌어 냈다.

▲ 오는 6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은 역대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빨리 열리게 되는 회담으로 이곳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출처 트럼프 미 대통령(나무위키), 문재인 대통령(moonjaein.com)_그래픽 진우현 기자>

◆ 포틴저 백악관 선임보좌관, 청와대・외교부 방문, 북핵 문제 한미 공동방안 모색

지난 16일 미국 백악관 한반도 담당자가 청와대와 외교부를 방문해 정상회담, 사드, 북한 정책 등 각종 사안을 논의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정의용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과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회동을 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 정상간 비전에 대해 공통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 측은 구체적으로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궁극적 목표이고 ▲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 북한과는 올바른 여건이 이뤄지면 대화가 가능하고 ▲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감하고 실용적인 한미 간 공동방안을 모색한다는데 합의했다고 윤 수석은 덧붙였다.

그러나 양국은 구체적인 방법 추구에 있어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제재・압박과 대화의 병행을 추구하는 반면,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내세운 미국은 먼저 고강도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나오게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청와대에 이어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포틴저 선임보좌관이 이정규 차관보와의 면담 후 이루어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한・미는 북한의 행위가 지역 정세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며, 오직(only) 올바른 조건하(under right condition)에서만 북한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바른 조건’에 대해서는 “무엇이 올바른 조건이 될지는 기다려야 한다.”면서도 “현재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비추어봤을 때 올바른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위협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건완비’에 무게를 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결단과 성의 있는 조치 등 핵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의지가 좀 더 있다.”며 “나는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지만, 특정한 상황(certain circumstances)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강조한 바 있다.

◆ 홍석현 대미 특사,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면담..북핵문제에 대해 ‘평화’ 언급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대미 특사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는 압박과 제재 단계에 있지만 어떤 조건이 되면 관여(engagement)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평화’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햇볕 정책과 대북포용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혀온 문 대통령의 포용적 대북정책에도 적잖은 힘을 싣겠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문제에 대해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북한을 향한 대화의 문도 열어두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문 대통령,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FTA 문제도 풀어야

6월 말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첫 대면할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핵 외에도 사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양국의 미묘한 입장 차가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공통점이 확인된 만큼 원만하게 풀어갈 가능성이 보인다. 그러나 사드 문제는 그 비용에 있어서 강하게 충돌할 수 있다. 배치가 진행 중인 주한미군 사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한국에 부담 시키겠다는 뜻을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또 사드 문제는 한미관계 뿐만 아니라 한중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 기조를 밝힌 만큼 문 대통령은 국익의 영향을 고려해 최선의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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