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고려거란전쟁'에 쏠린 관심...대중은 왜 정변에 열광할까

2023-11-23     장시원 기자
12.12 군사반란을 다룬 팩션 영화 '서울의 봄'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첫날 2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침체된 한국영화의 희망으로 떠오른 ‘서울의 봄’은 전두환과 노태우가 주도한 육군 내 불법 사조직 하나회의 군사 쿠데타를 모티브로 했다. 황정민과 정우성, 이성민 등 내로라하는 배우가 출연한 ‘서울의 봄’은 역사 속 실제 정변을 다뤘다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받았다.

유구한 우리 역사는 사실 정변의 연속이었다. 정변은 말 그대로 기존의 통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봉기를 말하는데, 그 자체가 수많은 인물이 얽힌 흥미로운 스토리로 인식된다. 주요 정변은 많은 창작자들이 관심을 갖는 훌륭한 이야기 소재이며, 이를 소재로 잘 만들어낸 콘텐츠는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곤 했다.

‘서울의 봄’은 사실에 기반한 허구, 즉 팩션이다. 전두환을 전두광, 노태우를 노태건으로 살짝 비틀었지만 역사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개돼 새로우면서 익숙하다. 생전 전두환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황정민, 대의를 지키려 전두광에 맞서는 정우성을 비롯해 이성민, 김성균, 박해준 등 연기파의 하모니가 볼만하다는 평가다.

정변 콘텐츠는 주로 박정희나 김재규 등 군사정권의 핵심 인물과 관련 사건에 주목했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봉기를 다룬 임상수의 ‘그 때 그 사람들’과 우민호의 ‘남산의 부장들’이 대표적이다. 송강호와 문소리가 주연한 임찬상 감독 작품 ‘효자동 이발사’는 광복 이후부터 제5공화국까지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소시민의 시선에서 보여준 수작이다. 

정치에는 관심 갖지 말고 후사나 신경 쓰라며 현종을 겁박하는 강조. 혼탁한 조정을 벌한다며 봉기해 목종을 시해하고 태후를 유배했다. [사진=KBS '고려거란전쟁' 스틸]

보다 이전 시대 벌어진 정변도 다수 영상화됐다. 신상옥 감독의 고전 ‘삼일천하’는 김옥균의 갑신정변을 다룬 사극이다. KBS ‘무인시대’는 고려 의종 때 문신들에 하대받던 무인들의 정변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최근 KBS가 선을 보인 정통 사극 ‘고려거란전쟁’ 역시 강조의 정변을 전면에 내세웠다. 강조는 고려 무장으로 국사에는 관심이 없는 목종을 시해하고 현종을 새 국왕으로 추대했다. KBS는 부패한 왕실을 척결하기 위해 봉기한 강조가 권력욕에 괴물이 돼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첫회 5.5%로 높게 시작한 이 사극의 시청률은 4회 7%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KBS가 정통 사극의 부활을 알린 ‘태종 이방원’ 역시 혼탁한 고려를 바로잡기 위해 위화도에서 군대를 돌린 이성계의 정변을 초반 비중 있게 다뤘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정변은 그 자체가 역사이고 난세의 영웅들이 많이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콘텐츠이기도 하다”며 “박정희나 이성계 등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쏠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강조나 전두환 등 다른 인물로 확대되는 추세여서 다시금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