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 폐관 소식에 모인 스타들, 위기의 공연장 살릴 방법 보여줬다

2024-01-23     장시원 기자
학전 어게인 콘서트. 여기 출신 가수와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참가한다. [사진=학전블루홀 공식 홈페이지]

폐관 날짜까지 정해졌던 대한민국 소극장의 대명사 학전이 극적으로 부활했다. 역대 학전 무대에 섰던 배우와 가수들이 의기투합하면서 폐관을 결심했던 소유주도 희망을 보게 됐다.

학전은 오는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갖는다. 이 공연은 유리상자부터 윤도현, 노래를 찾는 사람들, 박학기, 시인과 촌장, 권진원, 자전거 탄 풍경, 윤종신, 장필순, 이정은, 장현성, 황정민 등 학전 무대에 섰던 가수와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마련한 학전 부활 프로젝트다.

1991년 3월 15일 문을 연 학전은 올해 같은 날 33년 만의 폐관을 예고한 바 있다. 작곡가이기도 한 김민기 대표는 30년 넘게 자식 같은 학전을 운영해 왔지만 가중된 경영난에 건강 문제까지 겹치자 올해 3월 15일 폐관을 예정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학전의 폐관 및 시한부 운영 소식이 들리자 출신 배우와 가수들이 움직였다. 이들은 현재 공연 중인 어린이 뮤지컬이 최대한 많은 관심을 받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쓰고 있다. '기생충'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이정은은 직접 공연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만났다.

학전이 부활하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문화·공연 시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제고될지 주목된다. 학전을 비롯한 유수의 공연장들은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이미 문을 닫았거나 현재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출신 스타들이 똘똘 뭉쳐 학전을 응원하면서 오래된 문화·공연 시설을 살릴 구체적인 방안에도 관심이 쏠렸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 나서 가치가 충분한 시설을 지정하고 공공 매입 등 선제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애관극장과 미림극장은 공공 매입을 통해 현재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학전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재정비해 어린이 극장 또는 가수들의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며 "가치가 충분한 극장이나 공연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리스트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문화·공연 업계를 살리기 위한 지자체 연계 사업도 절실하다"며 "팬데믹은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는 만큼, 지역 축제나 행사에 맞춰 공연을 기획,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등 부단하게 내구력을 키울 방법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