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전자 김영 회장, 65년 단단한 리더십으로 잇다

- 창업주인 故 김덕현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1987년부터 경영 참여 - 2024년, AI 적용한 신제품 등 출시로 4차 산업 핵심기업 도약 다짐

2024-04-03     신대성 기자
신일전자 사옥, 사진 뉴스워커 

대한민국 방방곡곡 한집에 하나 이상, 없는 집이 없다. 바로 신일전자(구 신일산업. 이하 신일)의 선풍기다. 선풍기하면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이 아닌 독보적인 No.1으로 소비자들에게 기억되는 국민기업 신일. 이미 반세기를 넘어 65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지만 어찌 늘 성공만 이루었을까. 국내외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부침을 겪어가면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해온 신일에는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왔던 조용하지만 단단한 리더십, 김영 회장이 있다. 최근 성료 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주주와 임직원들의 신뢰를 재확인한 그는 신일의 설립자인 故 김덕현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32년간 신일 경영에 힘써왔다.


신일 창업스토리


신일은 지난 1959년 소형 모터 제조사로 출발했다. 창업주인 故 김덕현 명예회장은 인근 시장 상인들의 부탁을 받고 선풍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으며, 서민들이 구매하기 어려운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된 고가의 선풍기를 주목해 1964년 본격적으로 선풍기 대량 생산•판매에 나섰다. 이후 유통망 확보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규모를 확대해 나갔으며, 1973년에는 국내 최초로 일본, 미국, 동남아 시장에 선풍기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신일은 1978년 선풍기 1일 생산량 1만대 돌파, 국내 최초 선풍기 KS표기 취득 등 각종 업적을 남겼으며, 2002년에는 일본 선풍기 수출 30여년 만에 200만대를 돌파하는 등 해외에서도 '승승장구'한 역사가 있다.

김영 신일전자 회장

어려운 시기에 더욱 빛난 김영 회장의 뚝심 있는 리더십


김영 회장은 창업주의 3남 1녀 중 첫째 아들이다. 1954년생으로 민혜경씨와 혼인 해 자녀로 김단아, 김민성씨를 두고 있다. 1980년에 신일에 입사하여 87년부터 경영에 참여했다. 1992년 신일의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이후 2004년부터는 사내이사 겸 회장직을 맡고 있다.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지만 경영에 있어서만큼은 끈질기고 단호한 리더십으로 선대 회장의 유산을 내실 있게 키워 나갔다는게 신일전자 측 설명이다.

김영 회장, 그에게 있어 가장 어려웠던 기억은 무엇일까. I.M.F보다 더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는 2000년대 초•중반이었다. 중국의 시장개방으로 인한 저가 가전제품의 무분별한 국내 수입 확산으로 인해 신일을 비롯한 국내의 수많은 중소 가전업체들 대부분이 도산 또는 도산위기에 몰린 어렵고 암울한 시기였다. 신일도 마찬가지로 이때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그 당시 경영진의 빠른 중국공장 진출 결정과 조직개편, 그리고 임직원들의 급여 반납과 대규모 구조조정 등의 뼈를 깎는 희생과 단합된 정신으로 이 어려움을 이겨내며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걸어갔다. 김영 회장은 사재를 털어가며 회사 경영을 수렁에서 건지기 위해 애썼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드디어 2013년 매출액 2천억원 달성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눈앞에 두었을 때 적대적 M&A를 만나 또 한번 고초를 겪어야 했다. 김영 회장은 시세차익을 노린 적대적 M&A 세력에 맞서 그간 모든 임직원과 주주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방어했고 결과적으로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었다.


전문경영인과 함께 2인 3각 안정적 경영


신일은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해 단단한 발걸음을 이어왔다. 김영 회장은 오너였지만 경영에 있어 전문경영인의 경험과 판단을 신뢰하고 지지했다. 어려운 도전에 힘을 보탰고, 책임은 회피하지 않았다. 특히 2018년부터는 현 정윤석 대표이사 체재가 시작되면서 김영 회장은 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신일맨으로 평생을 바쳐온 정대표에게 아낌없는 신뢰와 지지를 보냈고 신일의 성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경기장과 비경기장을 포함한 공간들에 총 11만여대의 제품을 공급하며 선수단과 봉사자, 관람객의 편안한 경기 관람을 도왔고 이를 통해 기술력에 있어서는 역시 신일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또한 2019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기업의 새 얼굴(CI)를 공개하고 계절가전을 넘어 종합가전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선포했다. 2020년 3월 신일산업㈜를 신일전자㈜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기업의 속성을 명확히 하고 신일의 역사를 계승하면서도 종합가전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사명 변경과 함께 외형적인 성장뿐 아니라 브랜드의 체질 개선을 위한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 개발, 특히 새로운 소비 세대인 M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부모 세대 가전이라 생각되었던 브랜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신일에서 이런 제품도?’라는 찬사를 받을 만한 제품들을 속속 생산해 냈다.


100년 기업을 향한 김영 회장의 도전


선풍기와 서큘레이터 등의 여름가전 의존도가 아직 높은 신일에게는 종합가전기업으로서 생활가전, 환경가전 등에서의 성장이 아직 큰 과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김영 회장은 “계절 가전 부문에서 이미 입증된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생활 가전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올 상반기에 AI를 적용한 로봇청소기, 음성인식 선풍기 및 신개념 큐브 서큘레이터 등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종합가전기업 신일의 위상을 다지기 위해 앞으로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매출 개선을 추진하고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오랜 기간 가전 양판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판매 채널과 홈쇼핑, 온라인, 라이브 커머스 등의 다양한 유통채널 세팅에 공을 들였고 이제 준비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각 채널 별로 제품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강화하여 100년 기업으로의 미래를 굳건히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