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스포츠 분석] 벚꽃 야구 한창인데 또 ‘502 Bad Gateway’, 쿠팡에 조롱받는 티빙. 다급한 이유는?

1분기 20% 이용자 폭증, 5월부터 전면 유료화, 이대로면 이용자 장담 안돼

2024-04-08     권용진
팬들은 비록 “유료화는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라는 인식은 인정하는 추세이며 유료화의 조건이 있다면 “합리적인 가격 정책,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풍부한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다”라고 주장한다. 유료화가 부담스럽지만 돈 내고 볼만한 가치가 있다면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시장가치가 충분하다고 해석된다. 실제로 TV를 통해서만 방송되던 드라마, 영화, 다큐 등등의 많은 콘텐츠가 모바일화의 추세 속에 OTT로 ...[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스포츠 분석] 류현진의 복귀 등 굵직한 이벤트가 있던 KBO 리그가 지난달 23일 본격 개막했다. 따뜻한 봄 날씨에 구장 실관람 열기도 뜨겁지만, 중계를 통해 관람하는 경우도 만만찮다. 그런데 지난 44, 키움이 삼성을 10:1로 격파했던 이 날 저녁 836분경, 5개 구장에서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이 시각에 티빙의 서버는 또다시 다운되었다. 어플에서는 무한 로딩이 걸렸고, PC 웹에서는 터진 서버의 익숙한 문구인 ‘502 Bad Gateway’가 출력되었다. 이 현상은 약 5분 후 복구되었다.

티빙이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쿠팡은 작년부터 K리그의 독점 유료 중계권을 얻어 운영 중이다. 이에 질세라 티빙(TVING) 또한 202434, 2024~2026년까지 3년간 135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KBO 리그도 결국 유료 중계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유저들의 평이 좋았던 쿠팡플레이의 컨텐츠를 상당 부분 모방한 흔적도 보였다. 그러나 운영에 미숙함을 계속 보이면서 경쟁사인 쿠팡이 자사 프로그램에 우회적으로 티빙을 조롱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상황이 이럴진대 티빙은 5월부터는 정식으로 유료 서비스로 전환할 모양이다.

유료화 과정을 지켜보는 프로야구 팬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한 듯하다. 일단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티빙 유료화는 프로야구 관람 기회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에는 프로야구 온라인 관람에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금전적 여유가 없거나 라이트 유저들은 시청을 포기할 확률이 크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보편적 시청권논란이 법적으로는 일단 큰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인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행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이 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일부 국제 경기로 한정되어 있다. 이는 TV나 라디오를 통한 방송에만 해당하는 조항으로, 온라인 플랫폼은 위 사항에 저촉되지 않는다.


시대적 흐름 인정하지만 돈 값 해야 지불 의사 있어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TVPC가 담당했던 영상매체에 대한 모바일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 MLB는 케이블 방송 중심에서 ESPN+와 같은 OTT 플랫폼으로 중계권이 이동하고 있다. 영국 또한 EPL은 프리미엄 리그 프로덕션(PLP)이라는 자체 중계 플랫폼을 운영하며, 해외 시장에 독점 중계권을 판매한다.

팬들은 비록 유료화는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라는 인식은 인정하는 추세이며 유료화의 조건이 있다면 합리적인 가격 정책,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풍부한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다라고 주장한다. 유료화가 부담스럽지만 돈 내고 볼만한 가치가 있다면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시장가치가 충분하다고 해석된다. 실제로 TV를 통해서만 방송되던 드라마, 영화, 다큐 등등의 많은 콘텐츠가 모바일화의 추세 속에 OTT로 이식되었다.


야구에 대한 이해와 준비 부족, 잦은 실수와 허점 보인 티빙, ‘이대로는 돈 내고 못 보겠다아우성


OTT 중계 수요에 대한 파악 자체는 잘한 듯하다. 31일 기준, 1분기 티빙의 실적을 보면, 올해 11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안드로이드와 iOSOTT 앱 일간 활성 이용자(DAU) 평균치는 티빙이 1627000명을 기록, 1위인 넷플릭스(2835000)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다. DAU 차이는 아직 120만 명에 달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평균 DAU3138000명으로 올해 1분기 약 9.7% 하락했으나, 티빙은 지난해 평균 1328000명에 비해 22.5%가량 급증했다. 1분기에 프로야구 시범 경기와 본 시즌 오픈이 있었으니 티빙의 이런 성과는 최근 승부수로 띄운 스포츠 중계의 효과를 제대로 봤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안심할 수 없다. 중계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실수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범 경기부터 끊김, 버퍼링, 화면 깨짐 등 심각한 기술적인 문제들이 발생하며 시청 불편을 겪은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불만을 터뜨렸다. 3월 내내 중계시스템 문제가 있었다. 310일 삼성 vs 한화 중계에서는 류현진의 인터뷰가 무음으로 송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같은 날 삼성 vs 한화 중계 무음 송출 중단되었고,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 vs 한국도로공사의 경기 중계방송으로 전환되자 티빙의 송출 역시 중계권이 없는 배구 장면으로 전환되어 약 4분간 송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322일에는 언론간담회에서 진행자가 키움의 송성문에게 질문 하려고 하는 찰나에 송출이 중단됐다. 24일 롯데와 SSG 경기에서도 송출이 중단됐다. 동영상 품질도 심각하게 화질이 좋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문자 서비스도 가시성이 떨어지며 지연이 심해 실시간으로 경기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고 잘못된 정보를 송출하는 일도 있었다.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이해력도 좋지 않아 보인다. 야구 용어의 자막을 잘못 송출하는 일이 빈번하였다. 야구에서 ‘A번 타자라는 말은 타순을 의미하는 것이지 등번호를 뜻하지 않는다. 티빙은 등번호를 그대로 써서 가령 4번 타순, 등번호 24번인 맥키넌을 ‘4번 타자가 아닌 ‘24번 타자로 송출하는 오류를 범했다. 적시타를 찍고 홈에 들어오는 선수를 홈런이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홈런홈인을 착각한 것이다. 선수와 구단의 이름과 번호를 잘못 적는 사건도 많았다. ‘희생 플라이희생 플레이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지만, 이쯤 되면 티빙이 야구 종목을 이해하고 중계하는 것이 맞나?’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 관련 논쟁도 뜨겁다. 티빙은 일반인들에게 ‘40초 미만의 쇼츠 영상은 자유롭게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믿고 올린 컨텐츠가 저작권 위반으로 삭제당한 사례가 속출했다. 실제로 유튜브에 전준표 관련 쇼츠를 올렸던 A씨의 영상이 CJ ENM 저작권 소유자에 의해 차단됐다. 이에 대해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모호하여 자유로운 쇼츠 영상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팬들은 2차 저작에 관해서도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며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 훌륭한 2차 저작물이 프로리그 인기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이렇게 보면 티빙의 1분기 이용자 수 증가는 아직 유료화 직전이라서 시범 삼아, 그리고 아직은 공짜니까 호기심에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이런 실수가 개선되지 않고 계속된다면 유료화 이후에는 거품이 꺼지고 오히려 확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짙다. 실제로 이를 의식한 듯 중계권 확보에 실패한 스포키는 312KIA와 한화의 시범 경기 중계 도중 정보 제공창에 스포키는 야구 중계권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티빙 독점으로 중계를 제공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티빙의 독점 중계가 풀리면 가장 먼저 무료로 제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중계독점권 확보에 목숨 거는 이유? 문화사업의 자존심, 넷플에 빼앗기고 쿠팡에 치이고


티빙의 모회사인 CJ ENM은 대한민국 문화사업의 큰손이다. CJ그룹 산하의 CJ ENMTV, 방송, 커머스, 영화, 미디어, 음반, 매니지먼트, 홈쇼핑 전문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한 문화사업 수요층의 상당수가 OTT로 몰리면서 기존에 CJ ENM이 구축해 놓았던 시장구조를 흔들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다양한 경쟁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는데, OTT 분야에서 외국 기업인 넷플릭스에 선두를 내주었고 지금은 쿠팡플레이가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쿠팡에까지 자리를 내준다면 티빙으로서는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더군다나 티빙의 서비스 운영 실패는 CJ ENM 내부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CJ ENM은 프로듀스 101시리즈 투표 조작 사건과 같은 여러 스캔들로 인한 이미지 손상을 극복하고자 했으나, 걸스플래닛 999와 지리산 등 대규모 프로젝트 실패로 인해 경영진의 교체와 사임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CJ ENM2023년 기준 146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티빙 또한 2021년부터 매년 1000억 원에 가까운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Wavve와의 합병을 통한 시장 지배력 강화와 1위 탈환


티빙의 가장 시급한 우선 목표는 웨이브와의 합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적이고 충성스러운 유저들을 확보할 수 있는 KBO 리그 중계권이 꼭 필요하다. 쿠팡처럼 단순히 유저를 늘리고 자사의 서비스 이용률을 올리기 위한 단편적인 전략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을 통해 티빙은 더 큰 것을 노리는 듯하다. 티빙(드라마, 예능)과 웨이브(영화, 애니메이션)의 콘텐츠 강점을 결합하여 종합 OTT 서비스로 발전할 의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면 시청자들의 다양한 콘텐츠 소비 니즈를 충족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웨이브가 보유한 차별화된 영화, 애니메이션 콘텐츠는 티빙의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여 시청자 유입 및 유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웨이브와의 합병을 통해 마케팅, 콘텐츠 제작, 플랫폼 운영 등의 비용을 절감하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으로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콘텐츠 제작사 및 라이센스 판매사와의 협상에서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콘텐츠 확보 및 비용 절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외 콘텐츠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웨이브가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와 경험을 활용하여 차별화된 해외 콘텐츠 확보에 힘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OTT 산업을 선도하면 그릴 수 있는 미래가 많다. 결론적으로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토종 기업인 티빙이 외산 기업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문화산업시장의 지배력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쿠팡에게도 조롱받을 만큼 다급하게 KBO 리그를 장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시대의 변화와 그동안의 실패로 명성을 잃어가는 CJ ENM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 유저들은 과연 도구가 될지, ‘고진감래가 될지는 티빙이 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