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더 자세한 뉴스] LIG넥스원, 20분 이상 마우스 움직이지 않으면... 근로 시간 아니다?
-롯데월드 전체대관으로 박수받은 LIG넥스원, 이번에는 근태 시스템으로 반발 거세
: LIG넥스원 ‘비업무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전부터 논란의 중심
[뉴스워커_더 자세한 뉴스] LIG넥스원은 오는 15일부터 유연근무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석 알림 시스템’을 사내에 도입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직원들에 대한 근태 모니터링 방식으로 20분 이상 직원들이 이용하는 PC 마우스의 동작이 없다면, 시스템에 기록되어 일정 시간 자리를 비울 때마다 회의, 사업장 이동, 기타 등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누적된 시간은 팀장에게 주 1회 메일로 전달된다. 이는 최근 수면실 부정 근태, 개인 운동시간을 업무시간 조정한 사례 등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징계를 내린 것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사내에서는 PC로 일하는 시간이 많지 않은 직원들까지도 근무 여부를 동일한 형태로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근태 관리 시스템이 지나친 조치라는 평가이다. 이는 사적 영역을 침해하여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으며, 사유가 소명될지라도 인사고과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팀마다 업무 형태가 달라서 새로운 근태 시스템이 정착하는 데까지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LIG넥스원 직원의 60%는 R&D(연구·개발) 인력으로 알려져 있다. R&D 직무의 경우 회의, 연구 자문, 외근 등이 많아 20분 이상 자리를 비우거나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은 것이다.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마우스 움직임을 신경쓰는 등 업무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근로 시간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로 진행되는 근태 시스템이지만, 정작 근무시간 52시간이 지나면 PC 사용이 불가능한 ‘PC OFF’ 제도는 시행하지 않기에 새로운 시스템의 타당성이 결여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 패밀리데이 ‘롯데월드 전체대관’ 여운도 가시지 않았다
한편, 지난 5일 LIG넥스원은 롯데월드를 통째로 빌려 ‘2024 패밀리데이’를 개최한 바 있다. 2011년부터 임직원들의 사기와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패밀리데이’를 개최한 LIG넥스원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롯데월드 전체 대관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체 LIG넥스원은 지난해 매출 2조386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원을 넘겼으며 1864억원의 영업이익과 144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여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번 행사는 자신을 포함하여 직원 1인당 동반 인원을 4인으로 제한하며, 다자녀 가구의 경우 자녀들도 모두 입장할 수 있었다. 판교·용인·대전 등 전국 사업장에서 모인 임직원과 가족 등 1만여명이 참가했다. 이에 많은 직원들은 자녀와 잊지 못한 추억을 만들게 되었다며 LIG넥스원의 직원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2024 패밀리데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LIG넥스원은 근태 관리 시스템을 발표하여 더욱 논란이 된 것이다. 특히 구본상 LIG넥스원 회장은 “임직원의 노고와 헌신에 보답하고 미래를 함께 기약하는 자리라며 땅, 바다, 하늘을 넘어 우주에서 꿈을 펼치는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겠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그러나 팀마다의 업무수행 방식과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이석 알림 시스템이 임직원의 꿈을 펼칠 수 있을지 등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최대 매출, 최대 영업이익 기록하였지만 돌아온 건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업무상 자료를 찾아 읽을 때도 있는데 단지 마우스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근무시간이 아니라고 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등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합리적인 근태 시스템을 도출하기 위해 검토 및 준비 중이다.”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소통 설명회를 열어 오해와 불만 사항을 면밀히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직원들이 간편하게 사후에 사유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 적용을 검토 중으로 이석 시 자동으로 근무시간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과거부터 이어지는 기업의 근태관리 시스템 논란
과거에도 게임 및 IT업체에서 직원들의 근무 형태를 분 단위로 관리하여 쟁점이 된 바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움직이지 않은 시간을 체크하여 근로 시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LIG넥스원이 도입하고자 하는 ‘이석 알림 시스템’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직원들을 감시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다른 형태로 변경하여 운영하거나 도입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넷마블의 경우, 일정 시간 동안 1층 로비, 사내 카페 등 비업무 공간에 체류한 시간을 비업무 시간으로 취급하며 미팅 등의 업무를 진행할 경우 근태관리 시스템을 통해 간단하게 업무시간 변경이 가능하다. 엔씨소프트는 태깅 시스템을 도입하여 PC 키보드 및 마우스 사용 기록이 아닌, 공간을 단위로 근태관리를 하고 있다. 회사 출입구, 흡연구역, 헬스장, 사내병원에 태깅 기기를 두어 출퇴근, 흡연 여부 등을 기록한다. 네이버도 엔씨소프트와 마찬가지로 태깅 시스템을 도입하여 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있다.
올바른 근태관리 시스템은 조직 내 구성원들의 출퇴근 및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직원과 회사 조직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직원의 근무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은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사적 영역을 침해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직원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야기하여 업무 만족도 및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조직 구성원 간에 신뢰가 떨어질 수 있기에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 그러므로 일방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통보가 아닌 직원들과의 상호 협의를 통해 안정적인 근태 시스템을 도입하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