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세한 뉴스] 중국 스포츠계의 추락, 돈 주고 약 먹고, 우승만 할 수 있다면야
-마라톤, 수영, 축구, 농구 ‘설계된 우승’ 경쟁
승부조작으로 1등 했지만 나도 피해자?
지난 14일 중국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중국 선수 허제가 승부 조작을 위해 외국인 선수들을 포섭한 사실이 밝혀지며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중국 수영 선수들의 도핑 양성 반응도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로써 중국의 부패한 스포츠 정신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며 전 세계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승부 조작 장면으로 논란이 됐던 마라톤 영상을 살펴보면 아프리카 선수 3명이 중국 허제 선수를 위해 고의로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출발 지점에서도 연신 무언가를 상의하는 듯한 모습이었고 이후 달리는 도중에도 세 명의 선수가 허제 선수를 감싸며 바람의 저항을 줄여주는 듯 호위하는 모습을 내내 보였다. 심지어 결승선을 앞에 두고는 노골적인 손짓으로 먼저 앞서가도록 독려하는 장면까지 그대로 찍혀있어 승부조작 의혹을 불러일으켰는데 조사 결과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처음에는 친구인 허제의 기록 경신을 위해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것이라 변명했지만 결국 돈을 받고 의도적으로 1위 모아주기에 동원됐음을 실토했다. 허제 선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세계적인 기록 보유자인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승부조작에 가담했고 논란 이후에는 본인은 악성 여론의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BBC에 따르면 허제 선수의 발언은 모두 거짓으로 이번 마라톤은 그가 중국 신기록을 세우도록 아프리카 선수들이 미리 도와주기로 약속된 경기였다. 고용된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인 윌리 응낭가트, 케냐 선수의 양심선언을 통해 진상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결국 베이징 하프 마라톤 조직위는 우승자인 허제를 포함한 이들 모두의 기록을 취소했고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겠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5년 전에도 중국 선수가 케냐 선수를 간발의 차로 제치며 우승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번 경우와 매우 흡사하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승부조작 의혹이 여기저기 터져 나와, 과연 공정한 경쟁이 중국 내 가능한 것인지 전 세계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지 약물 양성 판정에도 출전 허용
한편 지난 도쿄 올림픽 개막 7개월 전, 중국 수영 선수들은 도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별다른 제재 없이 올림픽에 출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양성 판정 성분은 트리메타지딘이라는 금지 약물인데 이는 예전에도 중국 수영선수 쑨양의 사용으로 논란이 된 바 있고 올림픽 금메달만도 3개를 보유한 세계적인 대스타인 쑨양은 현재 도핑 테스트 방해 혐의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 근신 중이다. 이처럼 중국 스포츠 내 대형 선수이건 신인 선수이건, 금지 약물 사용은 공공연한 사실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 당국이 이 같은 결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들의 출전을 강행했다는 데 있으며 세계도핑방지기구 WADA 역시 양성 판정 결과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막을 근거가 부족하다는 황당한 변명을 대며 출전을 허용했다는 데 있다. 조직 내외의 수많은 전문가의 항의가 있었음에도 이를 묵살하고 중국 선수들의 출전을 용인했다는 사실은 중국과 WADA의 유착관계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도쿄 올림픽 당시 양성 판정을 받고도 출전한 선수들 일부는 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는데 특히 여자 계영 800m 결승에서는 7분 40초 33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이번 도핑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금메달은 박탈될 예정으로 2위, 7분 40초 73의 미국 선수들이 정식으로 승계받게 될 것이다.
중국 스포츠, 허울뿐인 대회
이처럼 중국 내 만연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여타 스포츠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오랫동안 승부조작에 찌들었던 중국 축구계는 올해 초 대대적인 비리 수사에 착수해 전 축구협회 주석과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긴 바 있고 조사 결과 역시 대부분의 축구팀이 심판을 매수하거나 조직적인 순위 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농구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4월 중국 프로농구에서, 8강을 앞두고 벌어진 상하이 샤크스와 장쑤 드래곤즈의 경기는 지켜보는 모두의 눈을 의심하게 했다. 경기 종료를 1분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96대 100으로 4점 앞서가던 장쑤 드래곤즈 측 선수들이 갑자기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순식간에 상대 팀에 10점을 내주는 황당한 플레이를 펼친 것인데, 팬들을 능멸하는 수준의 워낙 노골적인 져주기식 플레이라 결국 승부조작 의심에 불을 지폈고 역시 조사 결과 사실로 판명됐다. 전 NBA 스타인 야오밍, 중국농구협회장은 ‘스포츠 경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이지 능력이 아니다’라며 자국의 부패한 스포츠 정신에 침통함을 드러냈지만 이처럼 거듭되는 승부조작과 도핑 논란으로 중국은 거의 모든 스포츠의 위상이 바닥까지 추락해 과연 앞으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전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