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더 자세한 스포츠] 프로야구 ABS 논란, 스트라이크 아니라는 선수들, 맞다는 KBO, 심판들만 새우등 터져..

-황재균, ABS 판정 항의 퇴장 1호, 류현진 항의에 KBO 해명, 기계도 신이 아니다?

2024-05-08     권용진
ABS 시스템의 핵심은 트랙맨 레이더 기술이다. 마치 야구장의 눈처럼 투구의 궤적과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하여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핵심 기술이다. 트랙맨 레이더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여 야구공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레이더에서 발사된 전파가 야구공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과 주파수 변화를...[본문 중에서]

한국 프로야구(KBO)24시즌부터, 공정한 판정과 경기 시간 단축을 목표로 야심 차게 ABS(Automated Ball-Strike System)를 도입했다. 이른바 로봇 심판시대의 개막이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ABS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시스템의 기술적 한계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선수와 감독, 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KT wiz의 황재균 선수는 지난 426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오원석 선수의 몸쪽 깊숙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헬멧을 던지며 강하게 항의해 퇴장당했다. 이로써 황재균은 ABS 판정에 항의해 퇴장당한 1호 선수가 되었다. 다음날 인터뷰에서 황재균 선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칠 수 없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ABS의 스트라이크존 설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여러 선수와 감독들이 ABS의 판정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중에 LG의 염경엽 감독은 ABS 도입에 관해 대표적인 찬성파에 속한다. 그는 지난달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발생했던 ABS 오심 및 은폐 논란에 대한 인터뷰에서도 “ABS 자체는 형평성과 공정함에서 심판진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ABS 도입에 대한 지지를 보내왔다.

그런 그가 이례적으로 ABS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염경엽 감독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6차전 인터뷰에서 칠 수 있는 볼이 스트라이크가 돼야 하지 않나라며 ABS에 대한 문제점 및 개선점을 이야기했다.


사람 눈보다 빠른 ABS의 눈, 트랙맨 레이더 기술은 무엇인가?


ABS 시스템의 핵심은 트랙맨 레이더 기술이다. 마치 야구장의 눈처럼 투구의 궤적과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하여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핵심 기술이다. 트랙맨 레이더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여 야구공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레이더에서 발사된 전파가 야구공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과 주파수 변화를 분석하여 공의 속도와 궤적을 계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레이더 기술이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레이더 기술 자체가 가진 한계로 인해 측정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구속, 궤적, 회전수 등의 미세한 오차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승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어, 빠른 직구의 경우 구속 측정 오차가 1km/h만 발생해도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변화구의 경우 궤적 측정 오차가 몇 cm만 발생해도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것으로 판정될 수 있다. 이처럼 작은 오차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선수와 감독들은 ABS 시스템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KBO는 이러한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레이더 수를 늘려 다각도에서 투구를 측정하고, 보정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오차를 최소화하는 등의 기술적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야구공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완벽하게 포착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어려운 과제이며, 이는 ABS 시스템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ABS도 만능은 아니다. 벌레 한 마리 때문에 바보 되는 ABS, 여름을 어쩌냐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ABS 자체가 아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더라도 결국 환경 등 미세한 차이에 의해 판정의 결과가 뒤바뀔 수 있는 것은 야구가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행해지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지난 27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ABS 시스템의 오류가 발생하며 경기 흐름이 끊기고 판정 논란이 일었다. 5회 초 LG의 이우찬 선수와 KIA의 김선빈 선수가 맞붙은 상황에서 이우찬 선수의 두 번째 투구를 ABS가 추적하지 못했다. 주심과 3루심이 착용한 인이어 장비에 판정 결과가 전달되지 않았고, 결국 추적 실패가 확인되었다. 규정에 따라 김성철 주심은 직접 판정을 내렸고, 해당 투구를 볼로 판정했다.

6회 초에도 ABS 추적 실패가 발생했다. LG의 김대현 선수와 KIA의 이창진 선수가 맞서는 상황에서 초구를 ABS가 포착하지 못했다. 김성철 주심은 이번에도 직접 판정을 내려 볼로 선언했지만, 중계 화면상으로는 해당 투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것으로 보여 논란이 되었다. 박동원 포수가 공을 포구하기 전, 공은 명백히 스트라이크존 안에 위치해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발생한 ABS 추적 실패의 원인은 날벌레로 밝혀졌다. KBO카메라 앞 혹은 추적 범위 내에 갑자기 날벌레와 같은 이물질이 움직이면 추적에 실패할 수 있다, 당시 잠실구장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추적 실패 역시 날벌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날벌레가 카메라 렌즈 앞을 지나가거나 추적 시스템의 센서를 가리면 공의 궤적을 정확하게 추적하지 못하게 되고, 이에 따라 ABS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는 것이다. 150km/h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정확히 추적한다는 비싼 ABS 시스템이 고작 벌레 한 마리에 먹통이 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날벌레가 더욱 기승을 부릴 여름철이다. 잠실구장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구장은 특히 초여름부터 여름 내내 날벌레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심할 경우 경기 진행에 지장을 줄 정도다. 게다가 저녁에 진행되는 경기장은 주변보다 빛이 더 밝기 때문에 벌레가 꼬이기 쉽다. 여름철 날벌레는 빛을 향해 날아드는 경향이 많아서 광원이 있는 라이트나 카메라 주변에는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이렇다면, 여름 경기에서 ABS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벌레와 전쟁을 해야 할 판국이다.


ABS, 변화무쌍한 마구에 혼란, 포수, 프레이밍이 아닌 역 프레이밍의 시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이라고 해서 모두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투구의 궤적과 속도뿐만 아니라 구종까지 정확하게 판별해야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구와 변화구는 궤적과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더라도 변화구가 더 넓은 범위에서 스트라이크로 인정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변화구, 특히 유사한 궤적을 가진 구종의 판별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크볼과 체인지업은 궤적이 비슷하여 시스템이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구종 판별은 스트라이크 존 설정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잘못된 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계가 정확히 구종을 판별하여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리면 더 이상 포수의 프레이밍기술이 의미가 없게 된다. 프레이밍이란 포수가 투수의 공을 잡을 때 심판에게 좀 더 유리한 판정을 하기 위해 미트를 움직이는 행위이다. 구체적으로는 포구 움직임을 통해 심판을 눈속임하여 스트라이크 존에서 약간 벗어난 볼을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만드는 포구 기술을 말한다. ABS의 도입으로 공의 경로에서 이미 판정이 나게 되어있기 때문에 더 이상 포구 위치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분명 스트라이크로 들어왔는데 포수가 역 프레이밍을 시전하면 그것을 본 타자는 혼란을 느낄 수 있다. 타자는 포구 위치도 고려해서 방금 지나간 공의 느낌을 유추하는데, 만약 미세한 차이로 치기 힘든 공의 포구의 위치는 분명 볼인데 ABS의 판정은 스트라이크라면 타자는 더욱더 ABS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지금처럼 ABS 도입 초기에 이런 사례가 쌓이면 ABS의 신뢰도를 의심하는 선수가 늘어날 수 있다.


선수 개인 맞춤형 시대는 언제? 획일적 스트라이크 존, 단시간에 고치기 어렵다


스트라이크 존의 상하 범위는 선수의 신장에 따라 달라진다.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공의 높이가 타자의 무릎 위, 어깨 아래를 지나가면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체형과 타격폼은 모두 다르다. 같은 높이의 공이라도 키가 큰 선수에게는 스트라이크, 키가 작은 선수에게는 볼이 될 수 있다. 또한, 타격 자세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퍼 스윙을 하는 타자는 높은 공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높은 공도 스트라이크 존으로 느껴질 수 있다. 반면, 다운 스윙을 하는 타자는 낮은 공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낮은 공도 스트라이크 존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도입된 ABS는 모든 선수의 신장 데이터를 확보하여 선수 각각의 신장에 비례하여 스트라이크존의 상하 범위를 유동적으로 조정을 시도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선수의 신장 정보는 미리 입력이 가능하지만, 타격 자세는 경기 도중 수시로 바뀌기에 타자의 자세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계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결국 실제 스트라이크 존은 미리 고정된 값이 아닌, 경기 도중 실시간으로 바뀌는 값이지만, ABS가 그리는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은 미리 입력된 선수의 신장에 맞춰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의 ABS가 타격 준비 자세까지 고려하여 스트라이크 존을 그리는 것이 아닌 한, 선수가 느끼는 것과 ABS 판정은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스트라이크의 본질, 수치화한 것일 뿐, ‘칠수 있는 공이여야 하는 것에는 변함없어


ABS 시스템은 분명 공정한 판정과 경기 시간 단축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하는 판정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오심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ABS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보다 공정한 경기를 만들 수 있다는 팬들의 기대감이 뜨거웠다.

KBOABS 세계 최초 도입과 세계 최초로 ABS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한 황재균이 말한 칠 수 없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현대 야구의 수치화된 기준 말고, ‘스트라이크의 본질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Strike)라는 단어는 때리다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야구 초창기에는 타자를 스트라이커(Striker)라고 불렀는데, 당시 타자에게는 3번의 타격(Strike) 기회가 주어졌다. 3번의 기회 동안 모두 헛스윙을 하면 삼진 아웃이었다.

하지만, 타자들은 좋은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스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따라 경기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좋은 공이 와도 타자가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타격했다고 간주하여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올리는 규칙이 도입되었다. 이 규칙이 바로 현대 야구의 스트라이크 규칙의 시초가 되었다.

, 초창기 야구에서 투수의 존재감이 낮을 당시에는 투수는 좋은 공을 주기 위한 전달자에 불과했다. 투수에게는 치기 좋은 스트라이크공을 타자에게 배급할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타자는 좋은 공을 받아야 배트를 휘두를 권리가 있었다. 현대 야구에서 투수의 실력과 존재감이 상승하고 경기 시간 문제로 인해 스트라이크관련 다양한 규칙이 생겼지만, ‘칠 수 있는 공이여야 한다는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

따라서 인간 심판들은 이러한 스트라이크의 본질에 맞추기 위해 규정을 조금씩 바꾸어왔다. 오랜 기간 스트라이크 존은 광범위한 합의와 해석의 영역이었다. 타고투저 시대에는 존을 넓게 보고, 투고타저 시대에는 좁게 판정하는 등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었다. 심판들은 경기 흐름과 점수 차 등을 고려하여 스트라이크존을 조절하며 경기를 운영했다. 실제로 한 시즌 누적된 심판 판정을 그래픽으로 표현하면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모양이다. 타자가 현실적으로 치기 힘든 모서리 부분을 유연하게 적용해 왔다. 그런데 ABS로 넘어오면서 완벽한 직사각형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걸리면 오차 없이 판정한 것이다.


ABS 판정대로 했더니 날아오는 항의, 새우 등 터지는 인간 심판의 미래는?


지난 414일 벌어진 ‘KBO 리그 심판 ABS 판정 오심 및 은폐 논란KBOABS를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을 제공해 줬다. ABS가 막 도입된 시기에 터진 이 사건으로 인간 심판 vs ABS의 구도에서 완벽하게 인간 심판이 패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ABS도 완벽하지 않은 한, 이 둘을 상호 배타적인 관계로 볼 수 없게 되었다.

축구에서는 아직도 판정에 한해서는 주심이 절대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이나 비디오 판독은 주심이 판결할 때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선수나 감독이 주심의 판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때,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항의의 도구이다. 이것만으로도 오심에 대한 우려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KBO 리그의 심판은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한해 무조건 ABS 판정을 따라야 한다. ABS 시스템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완벽한 것이 아닌 이상, 인간 심판에 대한 불신이 자칫 ABS 시스템으로 번질 가능성도 열어놓고 봐야 한다. 본격적 ABS 시스템의 세계 최초 도입은 도전적이나 그 판정에 항의할 수 없는 현 상황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ABS 챌린지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다. 2023년부터 마이너리그 트리플A 및 싱글A인 플로리다 리그에서 이 방식을 테스트하고 있다. 기존 방식대로 심판이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리지만, 타자 또는 투수가 해당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챌린지를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심판은 호크아이 시스템이 내린 판단을 공개한다. 만약 오심이었다면 카운트 차감이 되지 않지만, 정심일 경우 챌린지 기회가 1회 차감된다. 각 팀당 총 3번의 챌린지 기회가 주어진다. 투수가 던지는 모든 공에 대해 ABS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비디오 판독과 같이 구심에게 항의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직 과도기적인 ABS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약간이나마 축소하면서 점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심판의 역할 변화도 필요하다. ABS 시스템 도입이 심판을 대체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심판은 기계가 못하는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ABS 시스템이 판정하는 스트라이크/볼 외의 판정은 여전히 심판의 몫이며, 선수와의 소통, 경기 운영 등 심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투수가 던지는 공에 타자가 스윙했는지 안 했는지를 아직 기계가 판단할 수는 없다. 인간 심판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여 질 좋은 판정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ABS 시스템 운영 교육, 판정 이후 상황 관리 능력 강화 등 심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ABS 도입과정에서 심판은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제 그들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