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더 자세한 스포츠] 차기 감독, 세놀 귀네슈-제시 마치, 둘 중 욕 맷집 더 좋은 사람이 된다. 최후 고려 요소는?
감독 선임 8가지 조건에 포함되지 않은 제9의 조건, 그것이 알고 싶다!
[뉴스워커_더 자세한 스포츠] 지난 7일, 신생 단체인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의 뼈를 제대로 때렸다. "축구 지도자들은 지금의 한국 축구가 유례없는 대위기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따라서 우리는 정몽규 회장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몽규 회장은 몇몇 대표팀 성과를 본인의 명예와 치적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축구의 본질적 문제는 덮어두고 외면해 왔음을 우리 국민과 지도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며 "지도자 일동은 올림픽 진출 실패 책임을 지도자 탓으로만 돌리고, 사과도 없이 숨어있는 정 회장에게 심한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작년 12월 21일 발기인 대회를 거치고 지난 2월 창립총회 끝에 4월에 설립 허가받은 단체다. ‘지도자의 권익 보호와 처우 개선에 앞장서고 지도자 상조회 및 공제회를 결성해 근로자로서의 지도자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믿었던 황선홍은 물 건너갔고, 이제 누가 내 방패가 되어줄까?
한국 축구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그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 도리가 없다. 대한축구협회 전력 강화 위원장 정해성, 정몽규 회장. 40년 만에 10회 올림픽 연속 진출의 꿈을 좌절시키며 쓸쓸한 퇴장을 한 황선홍 전 올림픽 감독. 황 감독을 임시감독에 선임하면서 정 위원장은 확언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북중미 월드컵보다 더한 난코스를 뚫어가야 했던 올림픽 대표팀이었다. 어린 유망주들의 군 문제가 걸려있었고,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기념비적인 대회였으며, 누구도 아시안컵 8강에서 한국이 탈락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한국보다 전력이 아득히 낮은, 그리고 같은 한국 감독이 이끄는 신태용의 인도네시아에… 황선홍 감독은 무수한 욕을 먹었다. 제일 책임소재가 확실한 사람이었고 가장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만을 탓할 수는 없다. 많은 축구 팬이 황선홍 뒤에 서 있는 진짜 책임자들에게 돌을 던지고 있지만 닿지 않는다.
‘도하 참사’ 다음날 귀국한 황선홍은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설을 묻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저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며 정색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리다. 성인 대표팀 임시감독 겸임도 황 감독 혼자만의 결정은 아니었다. 다음 국대 감독에 앉히는 문제는 그때 가서 축협에서 결정하면 되는 일이다. 커리어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황 감독 입장에서는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할 자리에 있을 처지가 아니었다.
축협은 황선홍을 선임하면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파장을 잘 수습할 기회이고 올림픽 잘 진출하면 되는 문제이고, 최소한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거쳐서라도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상징적인 이벤트 속에 성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시나리오대로 안 되면? ‘책임진다’고 단언한 것으로 보아 설마 8강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을 못 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그랬더라도 패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다. 정 위원장이 어떤 책임을 질지도 언급된 것이 없다. 책임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그런데도 마지막 남은 한국 축구의 자존심인 성인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를 묵묵히 밟고 있다.
괜찮은 것 같은데 당장 고를 수 없잖아? 바스쿠 세아브라, 헤수스 카사스 후순위
지금쯤 3~4인 정도의 후보가 올라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엔 ‘책임진다’는 언급도 없다. 일단 진행하고 책임은 또 그때 가서 물으면 된다. 대한축구협회 규정 제12조에 따르면, 각급 대표팀의 감독, 코치 및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 전력 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하게 되어있다. 권한이 없는데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임시감독까지는 나름 불도 잘 끄고 방패도 잘 쳐줬던 황선홍 감독은 후보조차 거론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명성 있던 에르베 르나르 감독과의 협상은 결렬되었다. 이강인을 지휘해 본 적 있어서 괜찮은 선택이었던 RCD 마요르카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도 최종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역시 울버햄튼 시절 황희찬을 지휘해 본 적 있었던 브루누 라즈는 올랭피크 리옹 감독으로 가버렸다. 고를 최종 리스트에는 제시 마치, 세놀 귀네슈, 바스쿠 세아브라, 헤수스 카사스 등 4명의 외인 감독이 후보로 올라와 있다.
바스쿠 세아브라 감독은 2023년 9월 25일, GD 이스토릴 프라이아 감독직에 부임하였다. 그리고 하위권 팀인 이스토릴을 이끌며 상위 팀인 FC 포르투를 두 번이나 무찔렀고, 타사 다리가 준우승을 거두었다. 그가 이전 팀에서 보여준 것과 달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단숨에 후벵 아모림, 루이스 프헤이르 등과 함께 포르투갈을 견인하는 차세대 감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나이도 40세로 젊다. 그러나 이미 감독직을 맡고 있어 계약 기간에 문제가 있고, 국가대표팀 감독 경험이 없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리고 포르투갈 내에서만 감독 생활을 해봐서 아시아팀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것도 큰 단점이다. 따라서 그는 대표팀 최우선 감독 순위는 아니고 차선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헤수스 카사스는 22년 11월 이라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당시에 연봉 약 12억 원 정도에 선임되었다. 23년 25회 아라비안 걸프컵 결승전에서 태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일본을 2-1로 무찌르며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스페인 출신인 그가 이라크 감독을 맡으면서 보여준 지도력, 아시아 축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큰 장점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스페인 대표팀이나 왓포드 등에서 코치, 분석관 등을 하며 익힌 현대축구에 대한 감각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그는 아직도 이라크 대표팀을 맡고 있어 계약 기간에 문제가 있다. 만약 최우선 후보들의 협상 불발 시 차선책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화끈하고 시원한 공격 축구, 제시 마치, 제 1순위 후보로 올라. 걸림돌은 연봉
지난 4월 29일, 한 매체에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제시 마치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최우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만약 계약이 성사되면, 그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역사상 최초의 미국 국적 감독이 된다.
이 소식에 많은 축구 팬들은 놀랐다. 비록 최근 라이프치히와 리즈에서의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여전히 유럽 빅리그 팀에서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등 찾는 곳이 많은 감독이기 때문이다. 제시 마치는 굉장히 공격적인 압박 축구를 선호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라는 색깔을 가지는 감독이다. 마치 최강희 감독 시절 전북의 살 떨리는 공격력을 보는 듯하다. 이는 답답함을 못 견디는 한국 팬들의 성향에 알맞은 선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기용하기보다는 활동량으로 커버하려는 전술적 특징은 한국 축구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거 황희찬 선수의 은사이자 레드불 잘츠부르크를 강팀으로 만든 경험, 그리고 압박을 통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전술적 색깔은 분명 기대할 만하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 빅리그 팀이 아닌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온다는 소식에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다만, 마치 감독은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그리스, 캐나다 국가대표팀과도 연결되어 있다. 특히 캐나다는 최근 주제 무리뉴, 프랭크 램파드 감독에게 퇴짜를 맞은 후 올레 군나르 솔샤르와 마치 감독에게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가대표팀 감독 경력이 없다는 것도 선뜻 선임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연봉 협상이다. 유럽 클럽에서 상위권 레벨에서 활동하던 감독인 만큼, 마치 감독 측은 약 38억 원의 연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대표팀 감독 역사상 가장 높은 금액이며,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축협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따라서 연봉 협상이 길어질 경우, 최종적으로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
심심하면 감독설 나오는 귀네슈, 한국과 인연 깊고 FC 서울 감독 경험, 걸림돌은 나이
현재 거론되는 외인 후보 중에 세놀 귀네슈만큼 한국축구를 잘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의 이름을 처음 각인시켰던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3·4위 전에서 튀르키예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과 맞붙어 승리하여 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을 때부터였다. 한국도 당시의 귀네슈를 눈여겨봤지만, 귀네슈도 그때의 만남으로 한국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귀네슈는 2006년 12월 FC 서울 감독으로 부임해 09시즌까지 총 3시즌 동안 서울을 이끌었다. 그 당시에도 그랬지만, 현재까지도 FC 서울 역대 감독 중에 귀네슈만큼 감독 커리어가 화려한 인물은 없었다. FC 서울 시절 빠른 템포와 패싱을 메인으로 하는 매력적인 전술을 보여줬고, 이청용과 기성용을 발굴해 낸 감독이기도 하다. 귀네슈 감독 시절 이청용과 기성용, 박주영이 유럽 리그에 진출했고 훗날 2010년 월드컵 원정 16강의 핵심 맴버가 되었다.
그러나 팀의 멘탈 관리 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고, 선수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 주는 운영 방식으로 인해 단점도 많이 드러냈다. 감독이 중심을 잡고 팀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 몇몇 선수는 통제가 안 돼서 감독이 오히려 휘둘렸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커리어는 좋았으나 여러 악재가 겹쳐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한 채로 한국을 떠났다.
튀르키예 국가대표팀을 2번이나 이끌었으며, 베식타스 JK, 트라브존스포르 등을 거치며 클럽과 국가대표팀 감독을 골고루 역임했다. 그리고 FC 서울을 떠난 후에도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었는지 대표팀 감독이 공석일 때마다 늘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 중 한 명이었으며, 자신도 강하게 감독직을 원했었다.
2013년 6월, 최강희의 후임으로 귀네슈가 언급되었다. 본인도 ‘한국은 나의 두 번째 고향’이라며 제안을 기다렸다. 그러나 축협은 홍명보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2017년 슈틸리케호가 부진하자, 다시 귀네슈를 차기 감독으로 언급하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귀네슈는 베식타스 JK 감독으로 부임 중이었기에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리고 24년 2월,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이후, 본인의 측근을 통해 스스로 한국 대표팀 감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였다.
귀네슈는 한국과 닿은 인연, 그의 경력, 전술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정해성 전력 강화 위원장이 언급한 대표팀 감독의 조건 8가지에 부합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나이는 결정적인 결격사유로 평가된다. 현재 71세인 그는 2년 뒤에 열릴 북중미 월드컵에는 73세가 되고, 성과가 괜찮아 연임을 한다면 그다음 월드컵에 그는 77세가 된다. 또한, 그는 분명 화려한 감독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많은 나이 때문인지 그의 전술은 최신 추세에 뒤처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둘 중 누굴 뽑아도 완벽하지 않아… 여론 맷집 뛰어난 인물이 마지막 조건
정해성 위원장이 지난달 2일 언급한 차기 감독 선임 기준은 밝고 아름다운 내용만 들어있다. 희망 사항은 누구나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과 시간의 제한을 받는 현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접근할 만한 명확한 요구조건이 필요하다. 김판곤 전 위원장이 제시했던 구체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조건들이 필요하다. 클린스만 선임부터 황선홍 감독의 여정을 돌아보면, 지금의 축협은 파울루 벤투 선임 때의 체계적인 검증과 절차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지금 최우선 후보로 올라와 있는 마치와 귀네슈 감독 중 누굴 뽑아도 상관없다. 두 감독 모두 완벽하지는 않지만, 경력과 명성, 실력 등을 비교해 볼 때 대표팀 감독으로서 질타받을 사람들은 아니다. 올림픽 진출이 좌절된 지금, 다음 A대표팀 감독은 누가 와도 한동안은 모질게 욕먹는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기준은 단 하나다. 두 감독 중 ‘누가 더 팬들로부터 날아올 비난의 화살을 잘 막아줄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추가로 축협의 사정을 이해하고 그 흐름에 동조를 해줄 감독이 필요하다. 즉, 축협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 줘야 하고 어쩌다 일이 잘못되어서 여론의 화살이 날아오면 스스로 이목을 끌고 그 충격을 흡수해 줄 인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전임 감독 클린스만이 이 역할을 매우 잘해주었다. 그는 ‘감독 선임 절차를 무시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정몽규 회장으로부터 선택받은 인물이다. 그리고 중반까지는 축협의 의중대로 상당히 잘 수행해 왔다. 결정적으로 그는 수많은 기행을 통해 그를 임명한 축협보다도 더 큰 여론의 관심을 흡수했으며 많은 비난의 화살을 맞고도 반듯하게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룬 후 한국을 떠났다. 그가 이루지 못했던 유일한 한가지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축구의 발전’이다.
비슷한 면에서 세놀 귀네슈 감독이 다음 선임의 적임자다. 그는 외인치고는 한국 축구 돌아가는 사정에 누구보다 밝고 한국 문화에 익숙하며, 한국 축구계에 걸쳐있는 사람도 많아서 소통할 수 있는 채널도 다양하다. 이미 한국 생활을 해봐서 여론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감각도 살아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는 고령이다. 그가 어떤 실수를 하든지에 상관없이 원했던 능력 발휘를 온전히 할 수 없다는 것을 팬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이긴 하지만 아직 경로우대 분위기가 강한 한국에서 친 한국적인 이미지를 자처하는 감독을 끝까지 물고 뜯을 에너지를 가진 팬들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점에서 귀네슈는 클린스만과는 다른 스타일로 자신과 축협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는 강력한 맷집을 가진 감독 후보이다.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더 맞겠다.
이제 곧 5월 중순이다. 정해성 위원장의 약속대로 5월 내로 선임 절차를 마치려면, 지금쯤 대략적인 결론이 나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과정에서 ‘무너지고 있는 한국 축구의 재건’이 최우선 고려 항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많은 축구 팬이 바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