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세한 스포츠] 축구협회, 셰놀 귀네슈 선임 ‘오보’라지만, 모 아니면 도, 계산된 빌드업일 가능성도…

유일한 후보, 나이만 빼면 버릴 게 없는 귀네슈, 적당히 눈치보다 10월 선임 진짜 현실화될까?

2024-05-20     권용진
축협이 행한 언론플레이의 패턴을 볼 때, ‘오보’라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감이 있다. 귀네슈라는 든든한 후보가 있는 이상, 5월 중으로 굳이 선임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6월에 있을 싱가포르, 중국과의 예선전은 이미 황선홍 겸임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덜 신경 쓰고 지나갈 수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현재 축협 입장에서는 ‘다음 감독 선임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명분이 필요하다. 만약 여름 이적 시장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이지 못하면 그때는 더 미룰 수 없기에...[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더 자세한 스포츠] 황선홍 임시감독이 내려온 축구대표팀 감독은 현재 공석이다. 6월에 북중미 월드컵 지역 예선이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5월 중으로 감독을 선임 하겠다던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확언이 물거품이 될 정도로 현재 축구협회는 차기 감독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 튀르키예의 한 매체는 귀네슈 감독이 10월 이후 한국 대표팀과 함께 그라운드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계약기간 3년으로 2027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아시안컵까지 맡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이에 대해 오보라고 보면 된다며 부인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감독 선임 상황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듯하다. 현재 유일한 후보인 귀네슈 감독 또한 후보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최우선 후보 4인방 줄줄이 협상 실패, 해법 없는 축협, 무엇을 할 수 있나?


정 위원장이 귀네슈 감독설에 대해 딱 잘라 아니라고 말했지만, 축협으로서는 사실상 별다른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일단 최종 후보 4인으로 올랐던 인물은 제시 마시, 바스쿠 세아브라, 헤수스 카사스, 셰놀 귀네슈가 있었다. 이중 귀네슈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3인의 후보는 기존 팀과 재계약하거나 타국 대표팀과 협상에 성공해 협상에 실패했다.

차순위 후보로 보고 있었던 바스쿠 세아브라 감독은 포르투갈 출신, 40세의 매우 젊은 감독으로 지난 23, GD 이스토릴 프라이아 감독으로 부임하여 타사 다 리가 준우승을 거두면서 단숨에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차세대 지도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12, 포르투갈 현지 언론에 의하면, 세아브라가 이스토릴 프라이아와 재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전했고 이로 인해 사실상 대표팀 감독 후보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헤수스 카사스 감독은 스페인 출신으로 50세의 감독. 스페인 대표팀의 코치로 부임하면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치렀고 이후 같은 해 11, 이라크 축구 국가대표팀에 선임되면서 첫 감독직을 수행했다. 이라크를 이끌면서 걸프컵 우승, 아시안컵에서 준수한 성적을 보여줬다. 그리고 처음부터 대표팀 감독 루트를 탔던 그를 탐내는 것은 당연하였다.

축구협회 입장에서는 재정 상황에 미루어 볼 때,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감독이 카사스였지만, 협상 당시 여전히 이라크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여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결국, 15, 카사스는 최종적으로 이라크 대표팀에 전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이며, ‘한국 대표팀의 제안은 거절했다고 한다.


캐나다는 영끌해서 제시 마시 얻어갔는데무슨 자신감으로 마시 노렸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찍고 선임을 추진하던 제시 마시 감독의 경우, 지난 13, ‘캐나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는 소식이 캐나다 축구협회(CSA)에 의해서 공식 발표됐다.

황희찬의 은사, 그리고 화끈한 공격 전술, 잘츠부르크 시절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까지도 유럽의 빅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었던 마시 감독은 한국이 욕심내기에 충분한 감독이었다. 최근 라이프치히와 리즈에서 별로 성적이 좋지 않았고, 스스로도 다음 팀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시기 또한 알맞았다.

그러나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가장 큰 문제는 연봉이었다. 마시 감독 자체가 유럽 클럽들을 돌아다니며 명성을 쌓았고 50세로 나이 또한 젊은 편에 속한다. 그런 그가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봉은 36~38억원가량전임 감독 클린스만에게 줘야 하는 위약금과 천안 축구종합센터 공사에 들어가는 금액으로 돈이 없는 축협으로서는 애초에 달성하기가 힘든 금액이었다.

반면, 캐나다 축협은 마시를 선임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마시 감독과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MLS) 구단의 도움을 받았다. 협회에 따르면, MLS 캐나다 구단 3(몬트리올 임팩트, 토론토FC, 밴쿠버 화이트캡스) 구단주들이 지원에 나섰다. 협회는 몬트리올의 구단주 조이 사푸토와 토론토FC를 소유한 북미 최대 스포츠 기업 메이플 리프 스포츠 & 엔터테인먼트 등의 거액 지원과 함께 수많은 개인 기부자의 지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대표팀 감독 사상 최고의 연봉을 받았던 클린스만의 연봉이 29억원이었던 것,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축협이 굉장히 허리띠를 졸라맸던 것을 감안하면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식의 접근이었다. 클린스만 전임 감독의 잘못된 선임으로 인한 후폭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차피 안될 것을 예상하였던 마시를 최우선 후보로 고려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렇게 되면 최종 후보 4인 중 남은 것은 셰놀 귀네슈 감독밖에 없다.


귀네슈 선임 오보라고 했지만, 축협 주장 신뢰하는 여론 드물어


귀네슈 감독설에 대해 축협은 오보라고 했지만, 사실상 대안이 없다. 그리고 그동안의 축협의 언론플레이를 감안할 때, ‘오보를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때부터 축협은 정보공개에 있어서 여론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 김판곤 위원장 시절, 파울루 벤투 선임 때는 투명한 절차와 명확한 기준으로 많은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가 나간 시점부터 여론과의 소통은 명확하지가 않았고, 선임의 절차와 기준 또한 모호했다. 어떤 이유로 클린스만이 선임됐는지에 대한 답은 많지 않다. 현재는 단 한 명이 원했으니까로 귀결된다.

2310A매치 베트남전에서도 거짓말 논란이 있었다. 그 당시 튀니지에 이어 갑자기 베트남과의 A매치 일정을 잡았다. 딱히 베트남과 A매치를 할 이유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팬들은 조금 당황했는데, 명분은 아시안컵 대비해서 밀집 수비 파훼법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베트남전을 며칠 앞두고 베트남전은 베트남이 모든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걱정 없다는 기사가 나왔고 팬들은 당황했다. 그런데 베트남전 하루 앞두고 베트남 현지 언론에서 한국이 베트남의 체류비를 대주기로 하여 경기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앞서 내놓았던 명분은 거짓이 되는 것이었고 그날 오후, ‘체류비는 관행 차원에서 조금 대 준 것이라는 기사가 추가로 올라왔다. 이에 많은 축구팬이 명분 없는 A매치를 잡으면서 팬들을 속인 것이라는 비판을 가했다.

지난 2, 클린스만이 경질되고 국회로 소환된 축협이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계약 과정과 재임 기간 중 지원 내역에 대한 국회 측의 자료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이날 국회에서 요구한 자료는 클린스만과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계약서 사본 일체/클린스만 부임과 함께 계약하거나 이후 계약한 코치진 등의 계약서 사본 일체/클린스만 출장 횟수 및 출장비 지원 비용 등을 포함한 클린스만 출장 관련 내역/국내 거주 시 지원 내역 및 계약금과 별도 지원 여부 등이었다. 그러나 축협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양측 합의하에 비공개 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어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공개 사항을 블라인드로 처리해 달라고 했는데도 받지 못했다.

그런 축협이 이른바 탁구 게이트로 불리는 23년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전날 이강인과 손흥민의 갈등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빠른 인정을 하여 논란이 되었다. 이날 영국 매체에서 두 선수의 갈등 소식이 전해지고 국내에 보도된 시점이 14일 아침인데, 얼마 지나지 않은 오전에 축협이 관계자의 취재와 사실인정을 하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예외적인 태도에 많은 축구팬이 아시안컵의 부진을 선수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라며 축구협회를 강하게 비판하였다.

한국의 올림픽 10회 연속 진출이 실패하면서 황선홍 감독을 A대표팀 감독과 겸임할 때의 정 위원장의 발언도 논란이 되었다. 당시 정 위원장은 황선홍 감독의 겸임을 우려하는 의견에 대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현재 축협의 규정상, 정 위원장에게는 감독을 최종 선임할 권리와 책임이 없다. 그리고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이후에도 여전히 A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귀네슈는 잡은 물고기’, 6월 예선전도 임시감독 체제로 가자는 여론도 존재, 간 보는 축협


최근 미첼 곤살레스(알 카디시야 FC 감독)가 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미첼 감독은 올림피아코스 시절 황인범을 지휘한 경험이 있던 감독이다. 그리고 아시아팀에서 감독을 해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고 대표팀 감독 경력은 없다.

‘5월 중으로 감독을 선임하겠다던 축협의 다짐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일각에서는 어차피 시간 내에 선임 못 할 것이면, 한 번 더 임시감독 체제로 가고 천천히, 제대로 된 감독을 선임하자라는 의견이 나온다. 촉박한 일정에서 무리한 선임을 하기보다는 조금 더 차분한 계획으로 미래를 준비하자는 의견은 일리가 있다.

축협 입장에서도 이러한 여론이 나쁘지만은 않다. 셰놀 귀네슈 감독은 나이를 제외하고는 축협이 제안한 8가지 기준에 대부분 적합한 후보이다. 나아가 서울 감독 시절의 인연으로 한국에서 그를 지지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귀네슈가 베식타스 JK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야인 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강하게 한국행을 원한다는 점에서 그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바로 감독직에 올릴 수 있는, 일명 잡은 물고기또는 집토끼가 되어버린 것이다.


귀네슈 10월 감독설, 오보 아닐 가능성, 어설프지만 고도의 빌드업 일수도


아직 유럽 리그 여름 이적 시장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6월 임시감독 체제 여론잡은 물고기인 귀네슈의 존재로 인해 축협은 조금 더 시간을 벌은 듯하다. 귀네슈 감독설에 대해 오보라고 하면서도 현재로서는 5월 중으로 감독 선임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근히 귀네슈의 선임을 바라는 여론도 나쁘지 않다.

그동안 축협이 행한 언론플레이의 패턴을 볼 때, ‘오보라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감이 있다. 귀네슈라는 든든한 후보가 있는 이상, 5월 중으로 굳이 선임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6월에 있을 싱가포르, 중국과의 예선전은 이미 황선홍 겸임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덜 신경 쓰고 지나갈 수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현재 축협 입장에서는 다음 감독 선임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명분이 필요하다. 만약 여름 이적 시장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이지 못하면 그때는 더 미룰 수 없기에 준비된 후보 귀네슈의 이름이 올라와도 괜찮은 상황이 된다. 어쩌면 이번 귀네슈 감독설은 그 시점에서의 명분을 미리 쌓아두기 위한 빌드업과정의 시각에서 볼 여지도 있다. 큰 그림을 그리려 노력하는 축협을 응원해야 할지는 각자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