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더 자세한 시사] N번방 사건 4년 지났지만... 디지털 성범죄 여전...디지털 성범죄 과거와 현재까지, 그동안 어떻게 처벌됐을까?
: 14개 불법 사이트, 서울대 N번방... N번방 사건의 반복
[뉴스워커_더 자세한 시사]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20대 미국 영주권자 A 씨가 17일에 구속 송치되었다. A 씨는 2020년부터 성착취물 사이트 14개를 운영하며 10만여개의 성착취물을 유포하였으며, A 씨가 운영하던 사이트는 하루 2만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웹, 텔레그램을 통해 수집한 영상물을 사이트에 무료로 공개하여, 누구나 쉽게 불법 영상물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A 씨는 회원가입을 통해 수익금을 얻는 대신, 사이트 내 광고 배너를 게재한 후 광고주로부터 가상화폐로 이익을 얻었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가상 인물의 나체 합성사진을 제작하여 유포하기도 하였으며, A 씨가 작업한 폴더에는 국내 유명 연예인의 사진도 있었으나, 나체 사진에 연예인을 합성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IS)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서버업체를 압수 수색을 하였으며, 위장 수사를 통해 A 씨의 인적 사항을 특정했다. 이후 HSI와의 공조를 이어가던 경찰은 A 씨가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입수하고, 10일 인천공항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불법 사이트 14개를 모두 폐쇄하였으며, 범죄수익을 추적해 추징보전 신청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1일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이 알려지며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서울대 졸업생이자 주범인 B 씨와 C 씨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1년부터 피해 여성의 사진과 다른 여성의 나체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제작하여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퍼트렸다. 피해 여성은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하여 60여명에 이른다.
이 두 사건은 지난 2019년 대한민국을 분노하게 한, ‘N번방’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다. N번방 사건은 메신저를 이용하여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협박해 성착취물을 촬영하고 이를 유포한 사건이다. 피의자들은 성폭행 사건을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피해자에는 중학생을 포함하여 미성년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방안들... 실효성 있나
2021년부터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됐다. N번방 방지법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미성년자의 동의와 관계없이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강간으로 간주하는 의제강간 연령기준을 만 16세로 높이는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신분 위장 수사’가 허용됐다. 2023년 말까지, 위장 수사를 통해 검거한 인원은 1028명, 이 중 구속 인원은 72명으로 이미 위장 수사의 효과는 입증되었다. 그러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기에 위장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경찰청이 2022년 3월부터 10월에 시행한 사이버 성폭력 사범 집중단속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 678명 중 420명이 성인으로 61.9%를 차지했다. 또한 피해자가 느끼는 성적수치심과 공포감은 나이와 무관하므로 ‘위장 수사’ 범위를 전 연령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서울대 N번방 사건도 피해자가 성인이기에 경찰은 위장 수사를 하지 못하였으며, 민간 활동가의 도움에 의존하며 피의자의 신상을 특정하고 검거까지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여러 법안 개정의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아동·청소년 착취물을 특정할 수 있는 감시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도입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신속히 검출하고 삭제하여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키워드 입력부터 영상물 검출까지 90초밖에 걸리지 않아, 모니터링 건수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불법 영상물이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으로 확산하는 점에 착안하여 국가 기반 검색 영역을 확장해 해외에 유포된 영상물까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다만, 이 역시 아동·청소년에 한정되어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국경을 초월한 디지털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는 전 세계적으로 문제이다. 특히 국내 N번방과 같은 사건이 해외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미국판 N번방 사건이 있다. 피의자 앤드류 베니가스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여 나체 사진과 동영상을 찍도록 협박하였다. 그는 이를 텔레그램에 판매하였으며 피해자는 1,0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또한 피의자 마크 반웰은 아동 음란물·제작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3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마크 반웰은 고수익 모델 일을 빌미로 성적인 사진을 요구하고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온라인에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위협했다.
해외에서는 이에 대해 엄중히 처벌한다. 특히 호주의 경우, 불법 촬영물을 확인하면 48시간 안에 삭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만일 플랫폼 운영자가 삭제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유럽국가들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이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해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디지털 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부터 2년 9개월간 다크웹을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공한 손 씨는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솜방망이 처벌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2020년 N번방 주요 피의자들은 비교적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박사방의 운영자 조 씨(박사)는 징역 42년, 전자팔찌 30년 부착, 신상정보 공개 10년 형을 받았으며, N번방의 최초 운영자인 문 씨(갓갓)는 징역 34년형이 확정됐다. 이외에도 주요 피의자들의 징역선고 및 신상 공개가 이뤄졌다. 한편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2년 아동·청소년 성범죄 관련 범죄에 대한 평균 유기징역 형량은 4년이다. 2017년에 비해 2배 증가하였으나, 여전히 처벌이 약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예방조치와 강력한 법정 제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되는 메신저의 경우,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가 많으며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수법도 다수 확인된다. 그러므로 국가 간의 공조가 원활히 이뤄지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응이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