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세한 스포츠] 종합 선물 세트 김도훈호, 두 마리가 아닌 다섯 마리 토끼 다 잡았다! 중국전 선물은 무엇?
예선 통과, 에이스 부활, 세대교체 실험 성공, 밸런스 부활, 이미지까지… ‘쿵후 축구’ 조심
한국 축구 팬들에게 오랜만에 찾아온 기쁨의 순간이었다. 6월 6일, 한국 축구 대표팀은 싱가포르를 상대로 7-0 대승을 거두며 최근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번 경기는 클린스만과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의 실망스러운 경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김도훈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했다. 그동안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았던 황금세대 에이스들이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제대로 날아다녔다. 김민재가 빠진 지금, 한국의 고질병이었던 공수 밸런스, 클린시트 기록도 좋은 성과였다. 배준호, 박승옥, 오세훈 등의 세대교체 실험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세계 스타 손흥민의 훌륭한 매너, 그리고 이기고 있는 자의 여유를 보여준 김진수까지, 자국 축구보다는 한국 축구를 보러 온 싱가포르 관중들에게도 매우 훈훈한 경기로 마무리되면서 이미지까지 쇄신했다.
7-0 대승, 그동안 스쿼드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국 축구, 날았다! 클린스만은 뭐했나?
김도훈 감독의 임시 지휘 아래, 한국은 싱가포르를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 경기는 김도훈 감독이 싱가포르의 약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한 결과로 볼 수 있었다. 임시감독 직전 경력이 싱가포르 리그였고 누구보다 이날 경기를 잘 아는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경기 전부터 한국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었다.
특히 감독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경기력이 많이 좋아졌다. 새로 승선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주력은 클린스만호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년 11월, 클린스만호가 23 카타르 아시안컵 이전 마지막으로 치렀던 북중미 월드컵 예선전이 싱가포르와의 홈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전반전 동안 득점이 거의 나오지 않으면서 예상보다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이 문제는 결국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능력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세부 전술이나 선수 개개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과거 대한민국 대표팀과 달리 현재 대표팀은 유럽파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최고 수준의 공격진을 갖추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5:0 대승을 거두긴 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은 좋게 말하면 자유도를 부여한다고 볼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세부 전술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러한 전술 운용은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도훈호의 이번 싱가포르전은 클린스만호의 1차전과는 비교되는데, 일단 2점 더 골을 맛보았고, 여러 가지 실험을 병행했으며, 클린스만이 손흥민과 이강인을 풀타임을 뛰게 만들었던 그때와 비교하여 다음 중국전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체력적인 안배도 했다는 평가이다. 클린스만호의 여러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터진 시점이 카타르 아시안컵임을 감안하고 이 경기가 원정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그때보다도 훨씬 더 고무적인 성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기에서는 특히 K리그에서 폼이 많이 떨어졌다고 평가받던 주민규와 김진수가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주민규는 A매치 데뷔골과 도움 3개를 기록하며, 손흥민과 이강인은 각각 2골씩을 넣어 공격을 주도했다. 전북에서 부진했던 김진수도 왼쪽 라인에서 손흥민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 승리는 단순한 점수 이상으로 팀의 전술적 변화와 선수들의 회복된 자신감을 보여주는 중요한 경기였다.
김도훈 감독은 싱가포르 리그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 팀의 전술을 잘 파악하고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 팀은 싱가포르를 압도하며 공격을 펼쳤고, 결국 큰 점수 차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 경기는 2019년 벤투호의 홈 스리랑카전 8-0 승리 이후 대한민국 대표팀의 최다 득점 및 최다 득실 차 승리였다.
이제야 제대로 쓰기 시작한 손흥민, 이강인. ‘해줘 축구’도 김도훈처럼 해야…
손흥민의 활약은 이번 경기에서 단연 돋보였다. 그는 싱가포르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겸허하게 상대 팀을 격려하며 팬들에게 존경받았다. 김도훈 감독은 손흥민에게 최적의 전술을 적용하여 그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냈다. 이강인의 오른발 첫 슛과 김진수의 인상적인 플레이도 팀의 에이스들이 부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도훈 감독은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자신들이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라는 것을 증명하듯 좌우에서 공격을 주도하며 나란히 2골씩을 꽂아 넣었다. 이렇게 손흥민과 이강인이 다득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도훈 감독이 두 에이스를 같은 공간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김도훈 감독은 주민규를 센터에, 이강인을 오른쪽 윙어에, 손흥민을 왼쪽 윙어에 두면서 주민규를 중심으로 두 에이스의 진영을 나누었다. 그리고 이재성과 김진수를 왼쪽에 두면서 그들로 손흥민을 지원하도록 했다.
오히려 이강인과 황인범이 오른쪽으로 갔던 것이 손흥민에게는 더욱 유리한 것이었는데, 손흥민은 원래 왼쪽 윙어였기에 자기 포지션에서 뛸 수 있었고, 그렇다고 오른쪽의 이강인을 놔두자니 무시할 수 없었던 싱가포르는 손흥민에게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강인이 드리블로 시선을 끄는 사이 손흥민의 마크가 널널해졌고, 어쩌다 손흥민에게 공이 갔을 때는 그의 주특기인 ‘손흥민 존’을 따라 2~3명을 끌고 다니다가 왼쪽 페널티 라인에서 반대편으로 꽂아 넣는 전형적인 시그니처 득점을 하였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골 패턴은 그가 유럽 진출 후에 밥 먹듯이 보여주었던 그것이었다. 김 감독은 이 경기에서 손흥민을 이용하면서 그가 활개 칠 수 있도록 제대로 멍석을 깔아준 것이었다.
같은 팀을 상대로 손흥민과 이강인에게 ‘해줘 축구’를 시전한 클린스만은 이강인을 오른쪽 윙어에, 손흥민을 오른쪽 센터포워드로 사용하면서 이강인의 패스가 손흥민을 돕도록 하였지만, 너무 눈에 보이는 전술이었다. 한 곳에 몰아서 넣으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오히려 공격패턴이 읽혔고 오른쪽만 틀어막으면 다른 공격 루트가 없는 한국을 막기가 이번보다 더욱 쉬웠다. 그날 경기에서도 손흥민과 이강인이 있었고 둘 다 골을 기록했지만, 이번 경기처럼 시원하진 않았다.
세대교체 성공적, 배준호는 데뷔전이자 데뷔골, 주민규도 데뷔골, 박승욱, 오세훈도 성과
세대교체 실험도 성공적이었다. 배준호는 이날이 A매치 데뷔전이었는데, 거의 들어가자마자 데뷔골을 기록하며 자기 잠재력을 입증했다. 젊은 선수들이 이런 경기에서 골 맛을 보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박승욱의 인생 역전과 주민규의 최고령 2위의 데뷔골, 황희찬의 부상 복귀 골도 인상적이었다. 김도훈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배준호는 후반 교체 투입되어 데뷔전 데뷔골을 만들었으며, 경기 내내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다. 박승욱도 데뷔전에서 도움을 기록했으며 오세훈 역시 데뷔전을 가졌다. 김도훈 감독은 주민규와 같은 베테랑 선수뿐만 아니라, 박승욱과 배준호 같은 신예들에게도 기회를 주었다. 특히 ‘축구 선수판 인생 드라마’를 찍은 박승욱은 K3리그부터 시작해 국가대표에 뽑히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날 데뷔전에서 아주 좋은 그림이 나왔는데, 배준호의 데뷔전 데뷔골이 박승욱의 데뷔전 도움으로 달성했기에, 데뷔전에 출전한 두 신예가 나란히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이상적인 장면이었다.
주민규는 데뷔골뿐만 아니라 도움 3개를 기록하며 경기의 중심 역할을 했다. 경기 내내 중앙공격수로서 센터에서 버텨주며 공을 소유하고 좌측 손흥민과 우측 이강인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데 크게 기여했고 결국엔 본인도 데뷔골을 기록했다. 그동안 해당 자리에 조규성이 투입되었지만, 손흥민과 이강인과의 조합은 주민규가 더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었고, 나이가 있지만,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월드컵 출전까지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전망된다.
드디어 찾은 공수 밸런스, 김민재 빠졌지만 수비 세대교체임을 감안하면 안정적
한국 대표팀은 싱가포르를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공수 밸런스를 잘 유지했다. 김도훈 감독은 중원에 3명을 배치하며 공수 균형을 찾았다. 4백 라인의 안정화가 돋보였으며, 정우영의 자리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지만, 전반적으로 팀의 수비가 탄탄했다. 황인범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팀의 전반적인 밸런스가 크게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 후반에 들어서도 한국 팀은 체력적으로 큰 부담 없이 경기를 유지했다. 이는 김도훈 감독이 중원에서의 공수 균형을 잘 맞추었기 때문이다. 정우영을 중심으로 한 중원 구성은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맞추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완전히 보완한 결과였다.
같은 팀과 1차전을 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말로는 주도적인 축구와 공격적인 축구를 강조하며, 3선의 밸런스까지 무너뜨릴 정도로 공격적인 운영을 시도했지만, 정작 4-2-3-1이라는 정석적인 전술을 사용했던 김도훈 감독보다도 공격력이 부진했다. 3월부터 8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능력과 선수단 이해도가, 3~4일 훈련만 하고 바로 실전에 투입된 임시 감독보다도 부족하다는 사실이 이번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이 애써 외면했던 많은 선수가 빛을 발휘했는데,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음에도 대표팀 차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주민규, 조유민, 정우영 등이 맹활약하며 클린스만 감독의 명암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풀백 포지션에서의 세대교체 가능성도 보였다. 왼쪽 풀백 김진수는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고,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 황재원과 후반에 투입된 박승욱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각각 자신의 포지션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클린스만호 이후에 감췄던 본연의 모습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호랑이’에 걸맞은 품격, 매너 한국 축구, 김도훈호, 좋은 그림 그렸다.
경기 후 손흥민의 매너 인터뷰와 김진수의 상대 팀 배려는 경기 내외적으로 팀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팀을 격려하며 팬들과 선수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싱가포르가 3차전 진출을 위해서는 이날 경기에서 승리가 꼭 필요했지만, 전력상 이길 확률이 희박한 경기였다. 대신,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유럽 축구 스타를 보는 재미에 포인트를 두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많았다. 이에 많은 싱가포르 현지 관중들이 대표팀의 입국을 환영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팀은 지난 몇 년 동안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기대치가 높아질 때도 있다"며 상대 팀을 격려했다. 이 같은 손흥민의 태도는 팬들과 선수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았고, 한국 대표팀의 이미지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들어주었다. 또한, 김진수는 경기 중 쓰러진 싱가포르 선수의 경련을 풀어주는 모습도 보여주며, 스포츠맨십을 발휘했다.
이러한 매너와 이미지는 팀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한국 축구가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지금의 황금 세대 스쿼드를 볼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하는 대표팀이었다. 그동안 내부적인 문제에 발목을 잡혀 제대로 아시아 축구 강국의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오늘 경기만큼은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축구 대표팀 역할 중 하나인 국위선양에 기여했다.
내일 있을 중국전, 방심은 금물, 지난 U-23 카타르 때보다 더 강화된 ‘쿵후 축구’ 펼칠 가능성
이제 남은 것은 6월 11일 중국전이다. 이번 싱가포르전에서 보여준 긍정적인 요소들을 유지하고, 세부적인 전술과 선수 기용을 더 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싱가포르보다 강한 팀이기 때문에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정우영의 자리와 황인범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현재 C조 2위로, 이번 경기가 3차 예선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매치가 될 것이다. 중국은 이 경기에서 한국에 지고 태국이 싱가포르를 이기면, 조 2위를 두고 태국과 골 득실을 비교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3차 예선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친 플레이를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U-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황선홍호가 맞붙을 때도 ‘쿵후 축구’를 조심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A매치이다. 만약 잃을 것이 없어진 중국이 발목을 잡고 죽자고 덤비는 상황이면 그때보다 더 강력해진 ‘쿵후 축구’로 인해 다수의 부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 팀은 이러한 중국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비해 부상을 최소화하고, 경기를 지능적으로 풀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도훈 감독은 팀의 전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중국의 거친 플레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상황을 피하려면 김도훈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을 빠르게 돌리며 상대의 압박을 피하는 전략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필요할 때는 경기를 지연시키며 상대의 흐름을 끊는 것도 중요하다. 정우영과 황인범의 역할을 재조정하여 중원에서의 압박을 효과적으로 풀어내고, 공격진의 빠른 역습을 통해 중국의 수비를 공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의 거친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의 전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김도훈 감독의 지도 아래, 7-0 대승을 거두며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에이스 손흥민과 이강인의 활약, 세대교체의 성공, 공수 밸런스의 안정화, 그리고 스포츠맨십과 긍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그동안의 안 좋은 모습에서 이제 막 탈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클린스만 전 감독이 만들어놓은 내부적인 문제에 시달려 ‘’이빨 빠진 호랑이’였던 한국이 싱가포르전을 통해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고 중국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3차 예선 1 포트 달성과 기량 회복, 부상 회피라는 3가지 종합 선물 세트를 팬들에게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시 ‘아시아의 호랑이’로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