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세한 시사] 학생이 가해자인 교사 성희롱.. 끝도 없이 추락하는 교권
-학교내 교사 대상 성 관련 교권침해 18년→22년 77% 급증
[뉴스워커_더 자세한 시사] 교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이 각종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어 교육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해자가 초등학생인 경우도 있어 이를 교육기관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교권을 보호할 교권보호위원회의 결여된 전문성에 불만을 갖는 교사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랑 잤죠?” “흔들어 보세요” 갈수록 대범해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에 지난해 접수된 성희롱 및 성추행 사례를 보면,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시간 중 학생이 교사에게 “○○○ 선생님이랑 잤죠?”, “아, 뒷모습 보니까 XX하고 싶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이외에도 “임신시키고 싶다”, “나랑 사귈 수 있나” 등의 성희롱 사례가 있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 접수된 교권침해 신고 건수는 2022년 기준 총 3,055건으로 지난 5년간 24.5% 증가했다. 이중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및 성폭력’은 331건으로 동기간 77.0% 급증했다. 교권침해 사례 10건 중 1건이 성 관련 피해인 셈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성희롱 등을 일삼는 학생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남성 성기 모양의 물건을 교사에게 보여주며 “흔들어 보세요”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급우간 대화에서 오간 성희롱을 교사가 제3자로서 접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이처럼 직접 발언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학생 시절부터 올바른 성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은 항상 제기돼 왔다. 교육부의 성교육표준안에 따라 초·중·고교는 연간 15시간의 성교육을 진행해야 하며, 초등학교의 경우 성폭력 예방교육으로 3시간을 편성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SNS, 커뮤니티, 온라인게임 등 잘못된 성적 콘텐츠의 노출 및 학부모의 지도 부재로 성교육의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한다.
2차 가해자 교권보호위원회... “전문성 떨어져”
지난해 12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우간 다툼을 하다 교사 A씨에게 지도를 받은 학생 B군이 손가락 욕설을 했다. 당시 본교 상담교사는 학생 B군과 학부모에게 사과할 것을 제안했지만 “잘못한 것이 없으니 사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교사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했지만 ‘교권침해 사안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학생 B군이 반성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교사 A씨는 충남교육청에 교권보호위원회의 결과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요청했고 이에 따른 교권보호위원회 재심의를 통해 이달 11일 교권침해로 인정됐다.
위 사례처럼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재심의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교권보호위원회의 오판이더라도 부당한 결과에 수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성폭력 및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의 59.7%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가 53.0%로 가장 높았다.
최근 교권보호위원회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교권침해 관련 심의 중 피해 교사에게 성희롱 행위를 직접 묘사해 달라고 하거나, 관련 증거물에 대해 가해 학생과 학부모의 사인을 받아오라는 등 교권보호위원회가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사례도 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제18조에 따라 설치 및 운영된다. 학교 내 설치했던 위원회는 지난해 지역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교권침해에 대해 객관적으로 심의 및 처분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원회에는 교사, 학부모, 변호사, 경찰, 교육전문가 등이 참여하며 지역 규모에 따라 5~10명으로 구성된다.
교권,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서이초 사건 그 이후
2021년 경기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학교 측의 부실 대응이 두 교사를 죽음으로 내몬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뒤늦게 진상조사가 이뤄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받았다. 경찰은 이 사건 모두에서 고소된 학부모 및 학교 관계자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정했다. 이후 국회는 교권 회복을 위한 관련법 4개 법안(교권 회복 4법)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전국 교원 1만 1,3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 회복 4법 개정 이후에도 학교의 근무 여건’을 묻는 조사에서 “좋아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78%(8,862명)로 나타났다. 교권 4법은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을 개정한 것으로 교원 보호를 위해 피해 교원의 확실한 보호 및 가해 학생 조치 강화,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22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교권 보호 5법에 대한 보완적 입법 필요성이 제기됐다. 5법은 기존 4법에서 아동학대처벌법이 추가된 것으로, 아동복지법상의 정서적 학대 표현을 구체화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당과 정부는 지난 12일 교원 보호를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으며 정계에서는 여·야간 협치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