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슈] BTS, 진도 달렸다. 2800년의 역사를 달리는 불꽃, 파리 올림픽 성화의 의미와 도전

-고대 그리스에서 21세기 파리까지, 올림픽 성화가 전하는 희망과 지구인의 숙제

2024-07-24     권용진
이번 파리 올림픽은 성평등을 강조했다. 남녀 선수 비율을 동일하게 맞추었고, 성화 봉송 주자 선정에서도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 이는 올림픽이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사회 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지금 파리의 성화를 보며 드는 생각은 복잡 미묘하다. 화려함 속에 담긴 희망, 그리고 그 이면의 도전. BTS 진의 성화 봉송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관심을 한 번에...[본문 중에서]

지난 714, 파리의 심장부 루브르 박물관 앞.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한 사람의 이름을 외쳤다. "김석진!" 그들이 부르는 이름의 주인공은 세계적 K-pop 그룹 BTS의 멤버 진.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2024 파리 올림픽 성화였다. 21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고대 그리스의 전통을 들고 있는 모습. 이보다 더 현대와 과거의 극적인 만남이 있었을까.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이날의 장면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의 팝스타가 그리스의 불꽃을 들고 프랑스의 거리를 달렸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올림픽의 모습이다."

이제 그 불꽃이 향하는 곳은 726일 파리 올림픽 개막식장이다. 센 강을 무대로 펼쳐질 이번 개막식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경기장이 아닌 도시 한복판에서 열린다. 6,000명의 선수들이 배를 타고 강을 따라 행진하는 모습은 틀림없이 장관을 이룰 것이다. 성화가 점화되는 그 순간, 우리는 또 어떤 감동을 느끼게 될지 기대된다.

BTS 진이 군 제대 이후 파리올림픽 성화봉송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_유투브 갈무리)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싫다. 그러나 우리는 타오르는 성화에서 무엇인가 의미 있는 가치를 얻어야 한다. 이 화려한 쇼의 첫 불을 당길 그것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가? 올림픽 성화, 그 찬란한 불꽃 속에 담긴 우리 시대의 희망과 도전을 들여다보자.


신화에서 현실로, 프로메테우스의 불꽃이 어떻게 올림픽 성화가 됐을까?


올림픽 성화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신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우스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 그 불꽃이 인류 문명의 시작이었듯, 올림픽 성화는 스포츠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고대 올림피아에서는 경기 기간 내내 헤스티아 여신을 위한 제단에 불을 피워 놓았다. 그 불꽃은 순수와 평화, 그리고 인류애의 상징이었다. 2,800년 전 시작된 이 전통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성화의 원형이다.

근대 올림픽에서 성화가 등장한 것은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부터다. 하지만 본격적인 성화 봉송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시작되었다. 나치 독일의 정치적 선전 도구로 시작된 성화 봉송.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발전했다. 인류의 지혜가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낸 셈이다.

이제 성화 봉송은 올림픽의 상징적 의례가 되었다. 그리스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불꽃이 개최국을 향해 달린다. 태양열로 불을 붙이는 방식. 이는 고대의 전통과 현대 기술의 절묘한 조화다. 신화 속 불꽃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100년 전과 지금, 다른 듯 같은 파리의 불꽃, 변화와 불변이 공존하는 올림픽 가치


1924년 파리 올림픽. 그때는 성화 봉송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희망이라는 더 큰 불꽃이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딛고 일어선 유럽의 희망, 스포츠를 통해 세계가 하나 될 수 있다는 열망이 그 불꽃이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파리 올림픽을 맞이한다. 세계는 여전히 갈등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위기... 하지만 올림픽은 여전히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성화 봉송은 이제 단순한 의례를 넘어 글로벌 이벤트가 되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최초로 국제 성화 봉송이 이뤄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에베레스트 등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때는 우주에서 성화 봉송이 이뤄지기도 했다.

BTS 진 (사진_유투브 갈무리)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의 휴전 제안이 즉각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올림픽은 여전히 대화의 장을 제공한다. 스포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평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 그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 아닐까. 100년의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가치, 그것이 바로 올림픽 성화가 상징하는 바다.


BTS 진에서 무명의 시민까지한 개의 불꽃, 수만 개의 이야기, 가려진 진짜 주인공들


올림픽 성화는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많은 시민이 성화 봉송로를 따라 달렸다. 학생들도 많았다. 일반인들도 성화 봉송 주자로 뽑혀 100미터를 달렸다. 짧은 거리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었을 것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성평등을 강조했다. 남녀 선수 비율을 동일하게 맞추었고, 성화 봉송 주자 선정에서도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 이는 올림픽이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사회 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파리의 성화를 보며 드는 생각은 복잡 미묘하다. 화려함 속에 담긴 희망, 그리고 그 이면의 도전. BTS 진의 성화 봉송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관심을 한 번에 끌어모았다. 이는 올림픽 정신을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하는 훌륭한 기회였다.

동시에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이 화려한 쇼 너머에 올림픽의 본질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성화 봉송의 의미가 스타의 인기에 가려지지는 않았는지를. 알려진 얼굴과 스타들의 향연이 아닌, 우리가 주변에서 늘 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축제인지를. 그리고 혹시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없는 소외된 사람이 없는지를


센 강의 물결 위에서 타오르는 희망의 꽃’, 역사를 새로 쓰는 파리 올림픽 개막식,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이제 목전에 다가왔다. 이번 개막식은 그 자체로 주목할만하다. 그 이유는 바로 개최 장소에 있다.

지금까지 올림픽 개막식은 으레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파리의 상징인 센 강이 무대가 된다. 6,000명의 선수들이 111척의 배에 나눠 타고 강을 따라 6km를 행진한다.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의 랜드마크들이 배경이 되는 셈이다.

이런 파격적인 시도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모두를 위한 올림픽'이라는 슬로건 때문이다. 경기장 안에 갇혀있던 축제를 도시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유료 관중석 10만 석 외에도, 강변을 따라 50만 명이 무료로 개막식을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테러 위험은 없을까? 날씨가 좋지 않으면 어쩌나? 강물이 오염되면? 이런 걱정들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지난 17일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센 강 수질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 강물로 뛰어들어 수영했다. 그러나 완전한 불식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쉽지 않다. 파리시 당국은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성화 점화 순간이다. 과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성화를 점화할지는 마지막까지 비밀에 부쳐진다. 726, 개막식장의 성화대에 불꽃이 올라갈 날이 머지않았다.

바흐 IOC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전쟁과 분쟁이 늘어나는 이 힘든 시기에 우리를 하나로 묶고 희망을 주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그 의미와 비슷하게 파리 올림픽 성화는 희망의 꽃이라고 불린다. 파리 올림픽 성화에 담긴 소망대로 지금의 국제 정세는 위태롭다. 성화가 그 긴장들을 잠깐이라도 녹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고 볼 수 있다.


불덩이처럼 더워지는 지구 vs 지구를 살리는 불꽃? 파리 올림픽의 지속가능성 도전기


기후 변화는 올림픽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미래에는 극소수의 도시만이 하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고자 하는 친환경 올림픽의 선언은 최근 개최되는 올림픽의 화두이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의 '지속 가능한 올림픽' 노력은 이번에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재활용 철강으로 만든 성화 봉, 2,000개로 제한된 성화 봉 수. 이는 환경을 위해 작은 한 걸음을 실천하는 의미를 갖는다. 당장 바뀌는 것이 아니다. 또한, 친환경 경기장, 재생 에너지 사용, 대중교통 활성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대회를 치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물론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행사 자체가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무엇을 하던, 21세기 인간의 활동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올림픽 한번 친환경으로 한다고 해서 갑자기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생각의 전환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올림픽은 이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실험실이 되고 있다. 논란은 많았지만, 친환경 기술을 실현하는 선수촌,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경기장. 이러한 노력이 일상의 삶으로 확산된다면,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불꽃 너머 보이는 어둠, 축제가 끝난 뒤를 돌아보는 자, 그들이 희망이다.


올림픽 성화는 단순한 불꽃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이상과 염원을 담은 상징이다. 평화, 화합, 도전 정신. 이 모든 것이 그 작은 불꽃 속에 담겨 있다.

화려한 쇼가 끝난 뒤의 축제장은 어지럽고 더러울 수 있다. 인파가 북적이고 환호가 터지고 축포를 쏘아 올린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는 버려진 쓰레기조차도 기쁨과 환희의 표현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고 성화가 꺼졌을 때, 어둠 속에,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는 더욱 음흉하고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그 축제의 뒤편에도 누군가는 그 쓰레기를 청소한다. 그들이 희망이다.

우리는 이 불꽃 너머의 세상도 볼 줄 알아야 한다. 화려함의 가려진 어둠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올림픽이 남긴 막대한 부채, 철거되는 경기장, 소외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 정당하지 않은 노동 착취, 수만톤의 쓰레기들. 누구 하나에게 이 모든 뒤처리를 부탁할 수는 없다. 이 모든 것이 올림픽의 일부이며,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다.


성화의 진짜 가치, 꺼지지 않는 불꽃, 도전은 스포츠로만 끝나지 않는다. 어두운 곳 밝혀야


파리 올림픽 성화는 단순한 불꽃이 아니다. 그것은 고대 그리스의 전통, 100년 전 파리의 희망, 그리고 우리 시대의 도전이 응축된 상징이다.

726, 개막식장에 성화가 도착할 때,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화려한 축제에 도취될 것인가, 아니면 그 불꽃이 비추는 우리 시대의 과제를 직시할 것인가?

올림픽은 끝나겠지만, 우리의 여정은 계속된다. 평화, 화합, 지속가능성, 평등. 이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시대의 성화봉송자다.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불꽃을 들고 달려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올림픽 정신의 구현이다.

불꽃은 계속 타오를 것이다. 우리의 열정도, 희망도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