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진단_빌리언스] 상호 변경만 다섯번, 만년적자의 코스닥 상장사 ‘빌리언스’
[뉴스워커_진단_빌리언스] 올해 상반기에만 62곳의 코스닥 상장사가 상호를 변경했으며, 그 중 빌리언스는 최대주주 교체에 따라 지난 6월 상호를 바꿨다. 빌리언스는 10년 동안 매출이 급증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상장 이래 5번의 상호 변경을 겪으며 비용 구조 개선에 실패한 결과다. 과거 고무제품 제조업체에서 바이오 산업, NFT 사업, 그리고 최근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다각화했으나 여전히 종속회사인 경남제약의 레모나가 주요 매출원이다. 최근 휴마시스가 경영권을 인수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업계에서는 빌리언스가 실속없이 주가만 부양하는 기업이 될지, 아니면 실질적인 성장을 이룰지 주목하고 있다.
10년동안 5배의 매출 성장을 이뤘으나 영업이익은 여전히 적자
빌리언스의 과거 10년간 매출액은 2019년도를 2014년에서 2020년까지 큰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2023년에는 약 97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기록하며 10년 전에 비해 5배가 넘는 외형적 성장을 이뤄냈다. 매출 총이익 역시 매출액을 따라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과거 10년간 단 한 번도 흑자로 전환한 적 없이 꾸준히 적자를 기록했다. 보통 이러한 추이는 기업의 비용 구조 개선과 수익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데 상장 이래 상호를 5번이나 바꾸는 동안 높기만 한 비용 구조를 제대로 개선하지 못했음을 의미하며 앞으로의 수익성 개선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보인다.
고무제품에서 엔터까지, 빌리언스의 무한도전
빌리언스는 상장 당시 ‘유니더스’란 상호였으며 콘돔을 비롯한 각종 고무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였고 2017년에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이 경영권을 200억원에 인수하며 상장 이후 처음으로 이름이 ‘바이오제네틱스’로 바뀌었다.
바이오제네틱스가 된 이후, 2019년에 바이오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으며 그 연장선상으로 경남제약을 인수한다. 2019년의 매출액이 급증한 것이 경남제약을 인수한 영향으로 보이며 실제로 2019년의 매출액의 품목별 비율을 살펴보면 경남제약의 대표 제품인 레모나와 그 외 의약외품이 총 매출액의 61.59%였고 이듬해 경남바이오파마로 사명을 바꾼다.
2021년 초에는 사명을 ‘블루베리 NFT’로 변경하며 스포츠 IP와 미술품을 대상으로 하는 NFT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K리그 지적재산권, KBL 지적재산권 등과 퍼블리시티권 계약을 체결하고 22년 빗썸을 비롯한 각종 암호화폐 거래소에 스포티움 코인을 상장하기에 이른다. 이어 PEP NFT인 스포티를 성공적으로 완판하며 승승장구하는 듯했으나 이후에는 주목할만한 진전이 없었다. 그리고 2023년 초, 재단의 로드맵이 지속적으로 지연되거나 미이행 됐고 향후 개선안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빗썸에서 거래지원이 종료됐다.
몇몇 해외의 거래소에서는 계속 거래가 지원되고는 있긴 하나 두산의 자체 NFT 플랫폼인 두버스가 최초로 현역 야구 선수의 NFT 카드를 출시하고 두나무-네이버 컨소시엄이 KBO NFT 사업의 단독 공식 파트너로 선정되는 등 국내에서 이미 경쟁에 밀린 듯한 모습을 보여 줬다. NFT 사업 매출은 프로젝트가 그나마 순조롭게 진행됐던 2022년도에 총 매출액의 4.17%를 기록했고 같은 해 레모나 등 의약외품은 총 매출액의 69.72%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 말에는 기업경쟁력 강화 및 사업다각화를 이유로 ‘블레이드Ent’라 변경하며 바이오 부문의 사업목적을 대거 제외했다. 그리고 2023년 초에는 다수의 연기파 배우를 보유한 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크를 인수하며 증권가에서는 새롭게 시작한 엔터 사업에서의 시너지를 강화하며 향후 엔터테인먼트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해석했다. 2023년 말 기준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여전히 레모나가 59.65%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나 신사업인 엔터 부문에서 약 11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 NFT 사업의 시작 때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다만 NFT 사업 추진 당시 신사업에 집중하고자 매각한 유니더스 중국 공장을 매각해서 인지 고무제품의 매출 비중은 14.13%로 줄어들었다.
플레이크에서 휴마시스로… 최대주주도 바꾼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5월에는 휴마시스가 거금 480억원을 들여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고 블레이드 Ent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어서 한 달 뒤에는 지금의 상호인 빌리언스로 이름을 바꿨다. 휴마시스는 작년 말을 기준으로 약 300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받은 수혜가 끝나 사업 전환의 필요성이 있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있던 차에 해당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기존 최대주주는 단편적인 경영권 매매만 따졌을 때 3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챙기게 됐다. 주당 인수가액은 기준 주가의 3배가 넘는 3480원으로 책정됐으나 해당 계약만으로 인수가 완료되면 인수단가가 지나치게 높아 추후에 유상증자가 예고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랐다. 현재는 빌리언스 인수 당시 34.8%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공시된 휴마시스는 7월을 기준 전환사채권을 통해 특별관계자로 경남제약을 추가하며 잠재적으로 총 52.67%의 주식을 보유하게 되었다. 현재 전환사채 물량을 제외한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휴마시스가 31.14%, 심화석 대표가 3.02%를 갖고 있다.
기업 사냥꾼인가 생존전문가인가, 만년 적자 빌리언스의 미래는?
한편 플레이크와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최대주주가 된 휴마시스를 포함한 지배 구조를 거슬러 올라가면 M&A전문가라 불리는 남궁견 회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적자 기업 사냥꾼이라 불리는 인물이며 남궁 회장의 지배하에 들어간 기업은 본업과 무관한 신사업을 발표함으로써 주가를 반응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휴마시스의 경우 짐바브웨 현지 법인을 설립하여 리튬 탐사 작업에 착수한다 밝힌 적이 있다.
빌리언스는 아직 휴마시스와 같은 이슈가 발생할 조짐은 보이지 않으며, 같은 지배 구조에 속한 판타지오와의 협력을 통해 종합엔터사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남궁견 회장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적자 기업 사냥꾼이라기 보다는 기업 생존 전문가라 할 수 있다며 당시 자신을 둘러싼 비판적인 의견에 반박하고 본인의 기업 운영 노하우에 대해 밝힌 적이 있다.
빌리언스는 세간의 소문처럼 내실 없이 주가만 띄워지는 주식이 될지 아니면 생존 전문가가 집도하는 수술이 성공하여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