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이슈 스포츠] 홍현석 튀르키예 이적 불만 여론..아쉬움인가, 지나친 오지랖인가
에이전트 비판, 빅리그 포기 아쉬움은 공감, 나쁘지 않은 선택, 김민재도 튀르키예 리그 거쳐…
[뉴스워커_이슈 스포츠] 한국 축구 미드필더의 중재자 홍현석. 애칭 홍박사. 요즘 그의 이적에 관해 SNS에서 설왕설래가 자주 등장한다. 튀르키예 '하버 안리크'는 16일(현지) "트라브존스포르는 헨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축구 선수 홍현석과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가 튀르키예 쉬페르리그의 트라브존스포르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축구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왜 하필 튀르키예인가?", "5대 리그는 포기한 건가?", "에이전트가 무능한 거 아냐?" 온갖 추측과 비난이 난무했다. 그러나 이 모든 소음 속에서 가장 중요한 목소리, 바로 선수 본인의 의사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 거다. 에이전트는 반대했다." 홍현석의 SNS에 올라온 이 한마디가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니, 찍었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의 선택을 의심하고, 비난하고, 아쉬워한다. 우리는 한 젊은 축구선수의 진로 선택에 이토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축구’를 사랑하는 우리의 관심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지나친 오지랖일 뿐일까?
이 논란은 단순히 한 선수의 이적 문제를 넘어서, 한국 축구와 우리 사회의 깊은 단면을 보여준다. 선수 개인의 선택권과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사이의 갈등, 유럽 축구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 그리고 성급한 판단과 기대. 이 모든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홍현석의 이적을 둘러싼 이 소동은 결국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되고 있다.
홍박사, 그는 누구인가? 다양한 포지션 가능한 멀티, 이재성 대체할 육각형의 미드필더
홍현석은 2022-23시즌 벨기에 주필러 프로 리그에서 54경기 9골 8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KAA 헨트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한 그는 경기 전반을 지배하는 패스와 움직임으로 필드를 누빈다. 그의 성(姓)인 ‘홍’과 마침 조주봉의 음반 “홍박사님을 아세요?”에서 따온 '홍박사'라는 우스갯소리의 별명을 얻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다재다능함이 특징이다. 센터백과 스트라이커를 제외한 거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 가능하다. 왼발잡이지만, 오른발도 잘 쓰며, 양발로 스루패스와 크로스에 모두 능하고 플레이가 간결하지만, 공격의 창의성도 가지고 있다. 공격수로 뛰다가도 어느새 수비진에서 볼을 빼앗고, 다시 미드필드를 휘저으며 공격의 선봉에 서는 모습은 마치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육각형 미드필더'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이는 현대 축구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전방위적 능력을 갖춘 선수임을 의미한다.
벨기에 축구 전문가들은 홍현석을 두고 "마치 여섯 개의 폐를 가진 것처럼 뛰어다닌다"고 평가했다. 이는 그의 체력과 운동량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잘 보여주는 표현이다. 그리고 활동량을 떠나, 넓은 시야와 테크니컬한 모습으로 탈압박하고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는 모습을 벨기에 무대에서도 자주 보여왔다. 또한 그의 경기 읽는 능력과 전술 이해도는 '박사'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이재성의 나이 32세, 그가 떠난 자리, 그 공백을 메울 선수로 홍현석의 이름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의 다재다능함과 지치지 않는 체력, 그리고 높은 경기 이해도는 이재성과 매우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제 그가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날개를 펴는 순간, 우리는 그의 성장을 지켜볼 준비를 해야 한다.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거기도 유럽인데? 무시하지 마라. 빅 5리그가 아닌 아쉬움은 있지만…
홍현석이 가고자 하는 튀르키예 쉬페르리그는 UEFA 리그 랭킹 11위에 위치해 있다. 이는 벨기에 리그(8위)보다는 낮지만, 스코틀랜드(12위), 스위스(14위)보다는 높은 순위다. 이 순위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럽 축구의 열기와 수준을 대변하는 지표인 것이다.
쉬페르리그의 역사는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이 리그는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흐체, 베식타스 같은 강호들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발전해 왔다. 이들의 라이벌 구도는 유럽 어떤 리그 못지않은 치열함을 보여준다.
또한, 이 리그는 세계적인 스타들의 무대이기도 했다. 디디에 드로그바, 웨슬리 스나이더, 로빈 판 페르시 등이 이 리그를 거쳐 갔으며, 현재도 마우로 이카르디, 윌프리드 자하 같은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는 쉬페르리그의 경쟁력과 매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프리미어리그나 분데스리가 같은 '빅 5' 리그와 비교하면 그 수준과 인지도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쉬페르리그는 빅 리그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많은 선수가 이 리그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후 더 큰 무대로 진출했다. 쉬페르리그를 유럽 빅리그와 비교하면 살짝 아쉬운 감이 있지만, 여기도 유럽이다. 조금 낮은 수준의 리그 우승권 팀으로 가서 계속 챔피언스 리그나 유로파 리그에 출전하여 돋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는 홍현석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트라브존스포르, 리그에서 우승 다수, 유로파리그 출전, 1~2위까지는 아니지만 ‘so good!’
트라브존스포르는 1967년 창단 이래 7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는 리그를 제패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는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흐체, 베식타스로 이어지는 이스탄불 3강 구도를 깨고 우승을 차지한 유일한 팀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최근에는 2021-22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38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는 이 팀이 여전히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UEFA 유로파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출전 경험도 풍부하여, 홍현석에게 유럽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홍현석이 떠나는 KAA 헨트는 벨기에 리그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팀이지만, 리그 우승은 2014-15 시즌 단 한 번뿐이다. 유럽 무대에서의 성적도 트라브존스포르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홍현석의 이적은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더욱이 트라브존스포르는 3, 4위권 팀으로, 홍현석에게 충분한 출전 시간과 팀을 이끌어갈 중심 선수로서의 역할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선수의 성장에 있어 결코 작은 요소가 아니며, 홍현석의 커리어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박사 옆그레이드 논란, 떠날 팀과 갈 팀의 비교, 전략적 선택, 황인범의 사례도…
홍현석의 이적을 둘러싼 '옆그레이드' 논란은 단순히 리그 순위나 팀의 명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홍현석의 선택이 틈새시장이 될지, 성공을 향한 지름길이 될 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인생에 다양한 길이 있듯, 축구에도 다양한 선택과 길이 있다. 언뜻 보면, UEFA 리그 랭킹만 보면 벨기에 리그(8위)가 튀르키예 리그(11위)보다 높지만, 축구는 이런 단순한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앞서 살펴봤듯, 트라브존스포르는 튀르키예 리그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리그 우승과 꾸준한 유럽 무대 진출 경험이 있다. 반면 헨트는 벨기에 리그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다. 지역에 갇혀 전전하는 것 보다는 비록 중심권에서는 살짝 벗어나 있지만, 중심의 스포트라이트를 언제든지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곳에 기회가 있다. 따라서 두 팀의 특성과 홍현석의 포지션, 그리고 팀 내에서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번 홍현석 논란과 비슷한 과정을 겪은 대표팀 선수가 또 있다. 바로 황인범이다. 그는 올림피아코스에서 츠르베나 즈베즈다로 이적했을 때 많은 이들이 '다운그레이드'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황인범은 새 팀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챔피언스 리그 무대도 밟았다. 이로써 단순한 리그 순위나 팀의 명성만으로 선수의 발전 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홍현석의 이적을 평가할 때는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트라브존스포르에서의 역할, 출전 기회, 유럽 무대 경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선수 자신의 의지와 목표도 중요한 요소다. 성공하고 싶지 않은 선수가 어디 있겠나? 홍현석이 직접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 거다"라고 밝혔듯이, 이는 그의 커리어에 대한 신중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 생각 없이 가려는 것이 아니다.
유럽 진출은 대표팀 전력 강화? 비뚤어진 대리 만족과 그냥 오지랖, 학력 인플레와 비슷
한국 축구 팬들의 반응 속에는 '대리 만족' 또는 ‘자기 확장’이라는 심리학적 현상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타인의 성공을 자신의 것처럼 여기는 심리로,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골을 넣으면 온 나라가 들썩이고, 김민재가 뮌헨의 수비를 지키면 우리 모두가 '슈퍼 방패'가 된 듯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대리 만족은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와 맞물려 더욱 강화된다. 개인의 성공이 곧 집단의 성공으로 여겨지는 문화적 특성이, 선수 개인의 선택권보다는 '국가대표팀을 위한 선택'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유럽 리그에서 더욱 정진하여서 대표팀의 전력을 강화하는 선택을 해야지, 그깟 돈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옆그레이드 하나?’라는 의견은 언뜻 모두를 위해 맞는 말 같지만, 그러한 압박감이 선수를 언제나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자유로운 것 같으면서도 가끔 극도로 경직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경제적 진로에 대해서 그러하다. 지금의 MZ 세대의 대학 진학률은 거의 80%에 육박한다. 못 배우고 배고팠던 부모 세대의 욕망, 그 학구열은 분명 우리 사회가 좀 더 스마트한 길로 가는 데 일조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과잉 교육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사교육 문제, 취업 문제, 산업 불균형 등등… 하지만 가장 크다고 생각되는 것은 삶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은 한정적인데 꼭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장은 얼마 없는데 꼭 그곳에 들어가야 성공한 삶으로 간주한다. 인식이 그렇다 보니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인생의 길도 한정적이다. 그 ‘성공 루트’에서 멀어지는 순간 ‘낙오자’가 될 테니까… 그래서 모두가 다 한정된 루트만 찾아 몰린다. 너무 경쟁이 치열한 그곳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오히려 일꾼이 필요한 다른 분야는 인력난을 겪는다. 그 ‘성공 루트’에서 모두가 목적지에 이를 수는 없기에 사회적 인력 손실이 심각하다. 한편으로는 지금 5060세대의 열등감이 불러일으킨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자식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은 그 욕망.
스포츠도 비슷하다. 진정으로 그 선수의 성공을 원한다면, 이러한 태도는 선수 개인의 발전과 행복을 저해할 수 있다. 모든 선수가 같은 경로를 통해 성공할 수는 없으며, 각자의 상황과 목표에 맞는 선택이 필요하다. 홍현석의 경우도 그러하다. 그의 선택을 단순히 '국가대표팀 전력 강화'라는 관점, 그리고 ‘성공 루트’에서만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시각일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태도는 선수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줄 수 있다. '빅리그 진출'이라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선수의 성장을 저해하고, 때로는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선수 개개인의 상황과 목표를 존중하며, 그들의 선택을 지지해야 한다. 이 지구 어딘가에는 홍현석이 반드시 필요한 자리가 꼭 있게 마련이다.
결국, 홍현석의 이적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거울삼아 볼 수 있다. 개인의 선택권과 사회적 기대 사이의 갈등, 그리고 대리 만족을 통해 얻고자 하는 허상적 자부심. 이제는 이러한 태도를 반성하고, 선수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진정으로 응원하는 성숙한 팬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김민재도 중국, 튀르키예 리그 뛰었다! 경력과 기반 닦는 것이 중요. 성급한 욕심은 선수 망쳐…
손흥민과 함께 우리가 그토록 응원하는 월드클래스 김민재. 그러나 그도 처음부터 그곳에 있지는 않았다. 그는 중국 리그와 튀르키예 리그를 거쳐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K리그 전북을 거쳐, 베이징 궈안, 그리고 페네르바흐체 SK까지, 나폴리에 가기 전까지 그는 딱히 큰 리그라고 할 수 없는 곳을 거쳐왔다.
이적 논란에 있어서 기성용과 손흥민이 “대한민국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김민재는 갔었다. 중국 축구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한국 팬들은 당시 그의 선택을 비난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경험들이 김민재를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만들어냈고 언젠가는 대표팀 주장도 달게 될 것이다. 홍현석의 나이 이제 25살이다. 물론 축구선수로서는 중요한 기점에 있는 나이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같은 길을 걸어 목표 장소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길은 다양하다.
축구 선수의 성장은 단계적이고 점진적이다. 무리한 도전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홍현석의 트라브존스포르 이적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때 우리 사회는 성공 루트가 정해져 있었다. 좋은 학군에서 좋은 대학을 나와서 판・검사, 의사 등의 소위 ‘사’자, 삼성, 현대 등의 대기업. 그것이 아니면 실패한 인생으로 간주되곤 했었다. 지금도 그러한 시선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에 비하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유튜버나 프로게이머 등이 학생들의 장래 희망으로 선택되고 있다. 이제는 성공의 루트가 꼭 한 가지만은 아니라는 것에 대해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의 사회적 공감이 있다.
축구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축구는 개인의 여정이자 성장의 과정이다. 홍현석은 지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우리의 역할은 그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그가 트라브존스포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지켜보며 함께 성장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축구 문화의 발전이자, 성숙한 팬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