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스포츠 시사] 중국 축구협회 ‘손준호 영구징계’, 이렇게까지 집요하고 가혹한 이유는?

-축구에 진심인 중국, 황사머니 먹은 축구굴기, 성과는 없고 돈 모이는 곳엔 도박 만연

2024-09-13     권용진
중국은 14억 인구의 대국이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며, G2라 불리는 강대국이다. 이런 나라가 한국 축구선수 하나를 잡아들이느라 이토록 애를 쓰는 이유가 뭘까? 뭔가 석연치 않다. 지금 당장은 표면적으로 그럴만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외교라는 것은 국익을 위해 존재한다. 중국과 한국은 체제도 다르고 이념도 다르다. 하지만...[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스포츠 시사] 중국축구협회가 한국 축구선수 손준호(32·수원FC)에게 내린 영구 제명 징계가 한국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10,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가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해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손준호는 11일 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중국 공안이 외교부를 통해 내 아내를 체포해 내가 있던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20만 위안(37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산둥 타이산 동료 진징다오로부터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불법적인 이유는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최근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연이어 패배를 당했다. 지난 7일 일본에 0-7로 대패한 데 이어,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홈경기에서도 1-2로 패했다. 이로써 중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20만위안 받은 것은 사실, 이유 설명은 부실, 완전한 결백? 글쎄아직은 중립 기어


손준호의 억울함은 이해할 만하다. 10개월간의 구금 생활은 그에게 큰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공안이 개입된 수사 과정에서 그가 겪었을 고통과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팩트의 유무와 상관없이 많은 팬이 손준호 사건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을 떠나, 그것만으로 그의 완전한 결백을 뒷받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대표까지 지낸 선수가 스포츠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에 연루됐느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는 현재 수원 FC에서 뛰고 있는 현역 선수이기 때문이다.

20만 위안. 우리 돈으로 3700만원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프로 축구 선수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시각으로 볼 때 이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더군다나 이 돈을 받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해명은 조금 납득하기 어렵다.

손준호는 중국에서 26개월간 생활하면서 진징다오와 친밀한 관계였다고 한다. 금전 거래도 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 친밀했다면, 20만 위안이라는 거금을 주고받은 이유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돈을 빌렸다 갚았거나, 축구 교실에 선물했다는 등의 추측성 해명만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진징다오는 이미 승부조작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그와 돈을 주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의혹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렵다. 물론 공안의 수사가 공정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완벽한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 돈의 출처와 용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그런 설명은 없다.


14억의 대국 중국, 뭐가 아쉬워 외국인 하나 때문에 이 난리? 뭔가 이상하다


중국은 14억 인구의 대국이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며, G2라 불리는 강대국이다. 이런 나라가 한국 축구선수 하나를 잡아들이느라 이토록 애를 쓰는 이유가 뭘까? 뭔가 석연치 않다. 지금 당장은 표면적으로 그럴만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외교라는 것은 국익을 위해 존재한다. 중국과 한국은 체제도 다르고 이념도 다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또 외교적으로도 가까운 나라다. 어쩌면 쓸데없는 잡음만 만들어내는 것일 수도 있다. 북한, 러시아, 미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한국. 동아시아는 북미, 유럽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에 속한다. 이 지역의 경제권이 특히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경제 규모도 크지만, 역내 국가 간의 산업 분업 구조가 매우 잘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서로가 산업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아무리 강하게 도발하려고 해도 그것 때문에 이 경제권이 흔들리면,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당장 손해를 입을 중국과 일본이 개입할 것이고 북한이 그 정도까지 막장으로 가지는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 말고도 중국이 한국과 잘 지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굳이 강경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자국이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이 걸려있을 때뿐이다.

살인이나 마약 같은 강력범죄도 아니다. 승부조작 의혹이라지만, 그것도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 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외국인 선수를 처벌하려 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의 공안이 치안 부문에서 제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무리수일 수 있다. 자칫 명분 없는 강압 수사, 독재체제의 불합리함만 국외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이것은 체제적인 면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아픈 부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영구 제명, FIFA에도 영향을 미치며, 만약 FIFA가 이를 승인한다면, 손준호는 사실상 선수 생활을 종료해야 한다. FIFA는 국제조직이기에 중국 측이 억지로 사건을 조작한다면 망신을 당할 위험도 존재한다. 만약 손준호가 실제로 연루되어 그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너무 과한 조치다. 공안에게 시달린 것으로 끝낼 수도 있었다. 14억 인구의 나라에서 외국인 축구선수 하나쯤이야 눈감아줘도 될 법하다. 중국은 바보가 아니다. 이슈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할 법도 하다. 하지만 중국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그 아픈 부분을 감내하면서까지 손준호를 털어서 이룩해야 할 어떤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것이 자국이 최대한 사수해야 하는 국익이라면?


축구에 목마른 중국, 엄청난 황사머니, 시진핑, '축구굴기'로 세계를 제패하려 했건만...


중국의 축구 사랑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중화민국 시절부터 축구는 국민적 관심사였다. 덩샤오핑은 축구광으로 유명했다. 그의 살아생전 소원 중 하나가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었다고 한다.

시진핑 역시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중국이 월드컵에 나가고, 월드컵을 개최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자신의 3가지 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열망을 바탕으로 2015, 중국은 '중국 축구 개혁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흔히 '축구굴기'라고 불린다.

'축구굴기'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었다.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프로젝트였다. 엄청난 자금이 축구계에 투입됐다. 유명 외국인 선수들을 천문학적인 연봉으로 영입했고, 세계적인 감독들을 초빙했다. 축구 학교를 세우고, 유소년 육성에도 힘을 쏟았다. 막대한 자금으로 인해 슈퍼리그는 사우디와 함께 세계에서도 연봉이 제일 높은 편에 속하는 리그이다. 이 때문에 자국 선수들은 해외로 잘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축구를 잘하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만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었다. 마치 1980년대 한국의 전두환 정권이 ‘3S 정책을 폈던 것처럼, 중국 역시 축구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축구는 가뜩이나 다민족으로 구성되어 통합이 힘든 14억 인구의 열정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국가 주도의 축구 발전은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동시에 정부에 대한 지지도 높일 수 있다. 시진핑 정부는 이런 축구의 힘을 십분 활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의도가 오히려 중국 축구 발전의 걸림돌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우리 팀 실력, 확신 없어요"... 시진핑도 인정한 중국 축구의 현주소


국가의 전폭적인 견인과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축구굴기'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오히려 실망스러운 결과만 쌓여가고 있다. 최근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중국은 일본에 0-7로 대패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홈경기에서도 1-2로 패했다.

이런 부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중국은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아시안컵에서도 2004년 준우승 이후로는 별다른 성과가 없다. 이것은 다양한 불만으로 나타나는데, 한국이 대표팀 자체는 대체적으로 신뢰하지만, 축협 등의 행정 부분에서 집중 질타하는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축구굴기를 의욕적으로 시작한 시진핑도 자국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지난해 1116, 한국도 속해 있던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C1차전에서 중국과 태국이 맞붙었고 이 경기에서 중국이 승리하였다. 그리고 그다음 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세타 총리가 "축구를 좋아하나. 나도 좋아한다. 어젯밤 중국이 타이를 이겼다"고 언급하자, 시 주석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정말이냐? 그런데 내 생각에는 요행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나는)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 수준에 확신이 없다."

이어 그는 "기복이 있다"며 웃음 지었다. 한때 '축구광'을 자처하며 중국을 축구 강국으로 만들겠다던 포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집권 초기 '중국 축구개혁 영도소조'라는 전문조직을 꾸리고 '중국 축구개혁 종합방안'을 발표하는 등 이른바 '축구 굴기'를 추진했던 그가 이제는 자국 대표팀의 승리조차 '요행'이라 평가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중국 국민들의 반응은 더욱 냉혹하다. SNS에는 국가대표팀을 비난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우리는 이런 응원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선수들의 자조 섞인 글도 보인다. 전반적으로 중국인들은 자국팀에 대한 분노가 상당하다. 축구굴기를 선언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오히려 역효과만 난 셈이다.


축구굴기의 역설, 돈 몰리는 곳에 부패의 그림자. 축구도박 만연, 방치할수록 퍼지는 독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바로 ''이다. 국가 주도로 풀린 엄청난 자금이 축구계에 쏟아졌다. 하지만 이 돈이 순기능만 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 특유의 '꽌시' 문화가 문제다. 꽌시는 인맥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종종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곤 한다. 축구계에 돈이 몰리자, 이를 노리는 이들이 생겨났다. 실력이 아닌 인맥으로 선수가 뽑히고, 감독이 선임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여기에 도박 문화가 더해졌다. 중국에서 축구 도박은 오래된 문제다. 거액의 돈이 오가는 만큼, 승부 조작의 유혹도 컸다. 심지어 범죄 조직까지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는 중국 축구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중국발 축구 도박과 승부 조작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결국, 축구 발전을 위해 푼 돈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실력은 늘지 않고, 부정부패만 만연해졌다. 시진핑이 그토록 공을 들인 사업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체면이 얼마나 구겨졌을지 짐작할 만하다. 이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어 왔고, 중국 당국도 재작년부터는 축구계에 대한 사정 정국을 유지 중이다. 그리고 지난해, 중국 축구계 각종 부패 사건이 터져 수많은 주요 인사들이 조사를 받거나 잇따라 기소될 정도로 고강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손준호도 그 과정에서 엮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정부가 얼마나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축구굴기, 반드시 사수해야 할 국가적 이익이유 불문, 외국인 상관없이 일벌백계하라!


손준호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중국의 축구 정책, 나아가 국가의 체면과 연결된 복잡한 방정식이다. 그가 한국인인 것을 떠나 그 결백 여부는 지금 시점에서 섣불리 단정 짓기가 힘든 면이 있다. 중국의 사법행정에 대해서는 실망감이 크지만, 무죄라는 이렇다 할 명확한 증거가 없다. 아니 어쩌면 그 진실에 대해 오랜 시간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이 왜 이토록 집요하게 그를 몰아붙이는가 하는 점이다.

14억 인구의 대국이 한 외국인 선수에게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중국 축구계 전체의 부패와 무능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이를 활용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손준호에 대한 처벌은 중국 축구계 전체에 대한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외국인이라도,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자, 동시에 축구굴기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 축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엄청난 자본과 국가적 행정력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는커녕 부패와 비리만 난무하는 현실. 그리고 정치·외교적 목적으로 축구를 활용해 보려 했던 지도부, 주석까지 나서서 챙겼던 사업이 실패로 끝났을 때 돌아올 정치적 책임 등등 스포츠 종목 하나에 너무 많은 것을 걸었던 중국 입장에서는 체면을 떠나서 이미 되돌릴 수 없다. 이렇게라도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그리고 이런 상황이 다른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면, 가뜩이나 당위성을 잃어가는 중국의 체제는 더 이상의 행정력을 발휘하기가 힘들 수 있다. 생존의 문제이다. 이제 와서 억지로라도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중국 당국의 모습은 역설적인 동시에 웃프다.

결국, 중국의 축구굴기는 돈과 권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진정한 스포츠 강국의 길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체면을 지키려는 모습은 오히려 그들의 초조함을 드러낼 뿐이다. 처음 잘못 끼워진 단추가 계속 어긋나듯, 순리에 맞지 않게 시작한 축구굴기는 발버둥 칠수록 자기모순에 당착하는 느낌이다. 만약 이렇게 찍어 눌렀는데도 그 끝에 손준호의 무죄가 증명된다면, 중국은 더 큰 수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 손준호, 쉽지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