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 약혼녀도 주그리스 대사로 지명하며 '가족정치'...FTC위원장엔 퍼거슨 지명 "빅테크 검열에 맞설 것"

- 머스크,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로 부상하자 빅테크 수장들 납작 엎드리며 지지 표명

2024-12-12     박현정
퍼거슨은 여러 로펌에서 반독점 소송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최근까지 버지니아주(州) 법무장관으로 재직했다. 그는 공화당의 추천을 통해 지난 4월부터 FTC 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퍼거슨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에 FTC가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지속해야 한다고...[본문 중에서]

| 트럼프, 사돈에 이어 예비 며느리 길포일 그리스 대사 임명...족벌주의 인사 논란도

내년 1월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인사 배치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프랑스 미국 대사 등에 자신의 사돈을 지명한 데 이어, 주그리스 미국 대사에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녀이자 전 폭스뉴스 진행자인 킴벌리 길포일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10(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법과 언론, 정치 분야에서의 폭넓은 경험과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그녀는 미국을 대표하고 해외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에 최고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서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길포일은 변호사 출신으로 전() 배우자인 민주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2006년 이혼한 후 폭스뉴스 진행자로 활동했다. 트럼프 주니어와는 2018년부터 교제를 시작했고 2020년에 약혼했다. 길포일은 지난 2020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법률 자문과 선거 자금 모금 등을 책임졌고, 이번 대선에서도 전당대회 무대에서 발언하는 등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입지를 굳혔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큰딸의 시아버지인 찰스 쿠슈너를 주프랑스 대사에, 작은딸의 시아버지인 마사드 불로스를 아랍 및 중동 문제에 대한 선임 고문으로 각각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정부 때도 큰딸 이방카 부부를 백악관에서 근무하게 하는 등 족벌주의(nepotism) 인사를 펼친 바 있다. 이번 길포일 지명으로 인해 트럼프 당선인의 '가족정치'에 대한 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사업가 출신이라 정치 인맥이 충분하지 않아 가족에 의존한다는 분석에 대해 CNN"신뢰할 수 있는 가족 구성원에 의지해 정치해 온 트럼프의 과거 행보가 이번 임기에도 이어져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행정부 인선에서 '가족정치'와 더불어 충성심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번 2기 행정부 인선에서 공화당 경선의 경쟁자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요직을 지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초기에 배제했다. 그 대신 지난 7일 자신의 선거운동을 승리로 이끈 수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집권 2기 첫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했다. 당시 그는 "수지는 강인하고 똑똑하고 혁신적이며 뒤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뒤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평가하며 큰 신뢰를 보였다. 미국 역사상 여성이 백악관 비서실장이 되는 것은 와일스가 처음이다.


| FTC 위원장에 빅테크 규제 주장하는 앤드루 퍼거슨...머스크 실세로 부상하면서 메타·오픈AI·아마존 등 빅테크 수장들 잇따라 입장 선회


트럼프 당선인은 같은 날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는 빅테크(대형 IT기업) 규제를 주장하는 앤드루 퍼거슨 현 위원을 지명했다. 이로써 빅테크 독과점을 규제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트럼프 정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에서 "앤드루는 빅테크의 검열에 맞서고 표현의 자유를 보호한 검증된 이력을 갖고 있다"면서 그를 지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 출범 첫날부터 미국 국민을 위해 싸울 것이며 미국 역사상 가장 미국 우선적이며 친()혁신적인 FTC 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FTC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으로 독과점 및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미국 연방 기관이다. 현재 FTC 위원장은 최연소 위원장이기도 한 리나 칸으로, 이른바 '빅테크 저격수',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다. 그는 아마존, 메타 등에 잇따라 소송을 내고 기업 간의 인수·합병(M&A)을 막는 등의 활동을 하며 빅테크의 독과점을 억제해 왔다.

앞서 퍼거슨은 여러 로펌에서 반독점 소송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최근까지 버지니아주() 법무장관으로 재직했다. 그는 공화당의 추천을 통해 지난 4월부터 FTC 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퍼거슨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에 FTC가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지속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칸 위원장의 의제 일부인 인공지능(AI)에 대한 규제, 합병에 대한 엄격한 기준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2기 정부가 기업 간 합병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일 수 있으나, 빅테크를 겨냥한 반독점 소송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 비슷하게 공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퍼거슨은 FTC가 온라인상에서 보수적인 관점에 대한 검열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셜미디어가 보수적 관점의 게시물을 탄압하거나 광고주가 이에 협력하는 경우 반독점법 위반으로 기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이 재집권에 성공하고 이에 크게 기여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트럼프 2' 행정부의 실세로 부상하면서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 및 머스크와 갈등을 빚었던 빅테크 수장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8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마러라고(플로리다주 저택)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만찬장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바로 옆자리에 앉으며 '최측근'의 위상을 과시했다.

이날 만찬에는 트럼프 당선인과 사이가 좋지 않고 머스크와도 여러 차례 설전을 벌여온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했다. 저커버그는 트럼프·머스크와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왔는데 과거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낙선하자 저커버그가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했고, 페이스북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계정을 차단할 정도였다. 2022년에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려고 하자 저커버그가 머스크가 트위터를 망칠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메타가 엑스(X·옛 트위터)를 겨냥해 SNS 서비스 '스레드'를 출시하면서 둘은 격투기 대결까지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이날 만찬에서 이들에게 납작 엎드리며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카메라가 장착된 메타의 선글라스를 시연했고 트럼프 2기의 기술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메타는 이날 저커버그가 트럼프와 면담 후 "미국의 기술 혁신을 위해 중요한 순간이었고, 저커버그는 당선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성명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정적으로 꼽히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CEO 샘 올트먼도 머스크와의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머스크는 자신이 초창기에 참여했다가 관계를 청산한 오픈AI가 기술 관련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오픈AI는 머스크가 오픈AI에 관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조롱했다. 그러나 이후 올트먼은 한 행사에서 머스크가 오픈AI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나는 머스크가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답하며 기존과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머스크를 여러 차례 겨냥했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1일 머스크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대선에서 트럼프가 진다면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을 파는 게 좋겠다'고 베이조스가 말한 사실을 알게 됐다"는 글을 올렸는데, 베이조스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극구 부인한 것이다. 또 대선을 앞두고는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에 압력을 행사해 전통적으로 이어 왔던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사설을 삭제하면서 트럼프를 간접 지원했다. 이외에도 베이조스는 최근 NYT 주관 행사 '딜북 서밋'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그를 치켜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