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박테리아 생존 메커니즘 규명'... 새로운 기전의 항생제 개발 기대

화학과 김정욱 교수팀, 박테리아 생명현상의 핵심인 세포막 합성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의 화학적 변형·분자적 작동 원리 규명 단백질-지질 상호작용과 세포막 결합 메커니즘 밝혀 “세균의 중요한 인지질 합성 효소인 PssA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제공” 국제학술지《Science Advances》게재

2025-01-02     조준성 기자

모든 종류의 항생제에 면역력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의 등장은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세포막*은 세포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데 박테리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왼쪽부터) 화학과 김정욱 교수, 이은주 박사과정 학생

현재까지 박테리아 세포막의 안정성 유지에 기여하는 ‘PssA 단백질’과 막의 구성성분 중 하나인 인지질* 복합체의 고해상도 구조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는데 국내 연구진이 해당 복합체의 공결정* 구조를 규명함으로써 새로운 기전의 항생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세포막(Cell membrane): 모든 세포를 둘러싸는 막으로, 세포 내부와 외부 환경을 구분해 물질의 출입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 인지질(Phospholipid):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 머리와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꼬리를 가진 분자로 구성돼 있다.

* 효소(Enzyme): 생물체 내에서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로, 특정 반응을 빠르게 진행하도록 돕는다.

* 공결정(Co-crystal structure): 두 가지 이상의 분자가 특정한 비율로 결합해 규칙적인 결정 형태를 이룬 구조. 생화학에서는 주로 단백질과 기질 분자의 결합 생태를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화학과 김정욱 교수 연구팀이 박테리아 생명현상의 핵심인 세포막 합성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의 화학적 변형 및 분자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효소(PssA*)와 인지질(CDP-DG)의 고해상도 공결정 구조를 X-선 결정학*을 통해 기질이 결합하는 부위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효소의 활성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팀이 밝혀낸 효소 PssA와 기질 CDP-DG 복합체 구조.

* PssA(Phosphatidylserine synthase): 세포막을 구성하는 중요한 인지질인 포스파티딜세린을 합성하는 효소로, 세포 생존과 신호 전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 X-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 단백질과 같은 분자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실험 기법. 시료를 결정화학 뒤 X-선을 통과시켜 회절 패턴을 분석한다.

생화학 분야에서 X-선 결정학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는 강력한 도구로 이용되지만, 고순도 단백질의 결정 생성과 안정성 확보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막단백질은 친수성(親水性, hydrophilic)·소수성(疏水性, hydrophobic) 영역의 복잡한 특성 때문에 구조 분석이 더욱 까다롭다.

따라서 생체 분자의 구조가 등록돼 있는 데이터베이스(Protein databank, PDB)에 등록된 전체 단백질 구조 중 막단백질 구조는 약 2~3%에 불과하며 이 중에서도 외재성 막단백질*의 구조는 더욱 제한적이다.

* 외재성 막단백질: 세포막 인지질이나 내재성 막단백질과의 상호작용으로 간접적으로 막에 연접하는 단백질로 막을 파괴하지 않고도 분리 가능하다.

외재성 막단백질인 PssA의 작용 메커니즘은 기질과의 복합체 구조 부재로 인해 원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효소의 활성 기능을 멈추거나 낮추는 ‘점 돌연변이’*를 도입해 인지질과의 복합체 구조를 성공적으로 결정화했다.

그 결과, 인지질이 효소의 활성 부위에서 상호작용하며 인지질의 소수성 및 친수성 영역이 특정 아미노산 잔기들과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세포질에서 효소의 이합체 결합 부위 예측 및 검증.

*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 주로 DNA 복제 도중 발생하며 DNA와 RNA의 염기서열에서 염기쌍 하나가 바뀌거나(치환), 더해지거나(삽입), 사라져서(결실) 발생하는 돌연변이를 말한다. 

연구진은 또한 PssA가 단량체와 이량체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단백질 표면의 특정 소수성 아미노산이 이량체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부위를 변형하면 단백질이 단량체로만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 단량체/이량체(Monomer/Dimer): 단백질의 구조적 단위로, 단량체는 단일 단위체로 존재하는 상태이고, 이량체는 두 단위체가 결합한 구조이다.

나아가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과 돌연변이 실험*을 통해 PssA의 양전하를 띠는 특정 잔기들이 음전하를 띠는 세포막과 결합(양전하인 PssA잔기와 음전하인 세포막이 결합)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단백질-세포막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했으며 특정 지질에 대한 선호성을 밝혀냈다. 

*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Molecular dynamics simulation): 분자 간 상호작용과 움직임을 계산적으로 모사하는 방법으로, 분자 구조 및 메커니즘을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 돌연변이 실험: 단백질을 구성하는 특정 아미노산을 변화시키는 실험으로, 이를 통해 단백질의 기능이나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한다.

연구팀은 PssA는 활성 상태일 때는 막에 결합해 인지질을 합성하고, 잠재 상태에서는 막에서 떨어져 세포질에 머물면서 합성을 지연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이는 세포 내 지질 조절과 관련된 복잡한 생화학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효소-세포막 결합 상호작용 부위.

김정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균의 중요한 인지질 합성 효소인 PssA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며 단백질-지질 상호작용과 세포막 결합 메커니즘을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항생제 개발뿐만 아니라 세균의 인지질 균형 조절에 관한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IST 화학과 김정욱 교수가 지도하고 이은주 박사과정생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선도연구센터(IRC) 지원사업과 첨단 바이오 대형장비 공동활용 체계 구축 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024년 12월 18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