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이슈 스포츠] 공격수인 듯 공격수 아닌 공격수 같은 너, '폴스 나인'으로 재미 본 이강인, 축구 포지션의 진화

PSG의 전술 실험, 이강인의 변신, '폴스 나인' 할 수 있는 조건? 고전적 등번호 체계의 진화론

2025-02-03     권용진
PSG가 이강인을 폴스 나인으로 기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9번 스트라이커라고 하면 크고 강한 체격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PSG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곤살루 하무스는 189cm의 체격을 자랑한다. 반면 173cm의 이강인은 언뜻 보기에 전통적인 스트라이커와는 거리가 멀어...[본문 중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이 리그 20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일 브레스트와의 원정경기에서 5-2 승리를 거두며 15승 5무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2위 올림피크 마르세유와는 승점차가 13점(50-37)까지 벌어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강인의 활약이다. 이날 그는 81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94%의 놀라운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고, 뎀벨레의 해트트릭을 도운 환상적인 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경기 후 뎀벨레는 "세 번째 골을 넣는 데 이강인의 패스가 정말 대단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최근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좌우 메짤라와 '가짜 9번'을 오가며 다재다능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23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UCL 경기에서는 폴스 나인으로 나서 과르디올라 감독으로부터 "우리는 그를 압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45분이라는 짧은 출전 시간에도 91%의 패스 성공률과 2회의 기회 창출을 기록하며 팀의 4-2 승리에 기여했다.

이강인이 최전방 공격수에 어울리는 신체적 조건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 나름대로 재미를 많이 본 ‘폴스 나인’은 현대 축구에서 등번호와 포지션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특히 전통적으로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상징하던 9번의 의미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강인이라는 선수가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번부터 11번까지, 등번호로 읽는 고전 축구의 DNA, 포지션의 숨겨진 비밀


축구 경기에서 등번호는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1928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경기에서 처음 도입된 등번호는 단순히 선수를 구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등번호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라이트 팬들이 생각하고 있는 등번호의 기능이다. 당시에는 11-11로 맞붙는 축구 경기에서 1번부터 11번까지의 번호를 선수들에게 부여했고, 이는 곧 각 선수의 포지션과 직결되는 상징이 되었다. 1번은 골키퍼, 2번과 3번은 좌우 풀백, 4번부터 6번까지는 미드필더, 7번과 11번은 윙어, 9번은 중앙 공격수, 10번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맡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이러한 등번호 체계는 당시 주류를 이루던 2-3-5 포메이션, 일명 '피라미드 전술'과 맞물려 있었다. 수비수 2명, 미드필더 3명, 공격수 5명을 기본으로 하는 이 전술에서 각 등번호는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위치를 정확히 반영했다. 예를 들어 2번, 3번 풀백은 수비라인의 양쪽 끝에 위치했고, 7번과 11번은 공격진의 좌우 측면을 책임졌다. 9번은 최전방 중앙 공격수로서 득점을 전담했으며, 10번은 그 뒤에서 공격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9번과 10번은 공격진의 핵심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9번은 '골게터'의 대명사였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선수들이 주로 맡았으며,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결정력과 헤딩 능력이 중요했다. 반면 10번은 팀의 '브레인' 역할을 했다. 뛰어난 패스 능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맡았으며, 펠레, 마라도나와 같은 축구의 전설들이 이 번호를 달고 뛰었다.

이러한 전통은 특히 국제 대회에서 강하게 유지되었다. FIFA는 1954년 월드컵부터 1-11번 등번호 체계를 공식적으로 도입했고, 이는 1990년대까지 철저히 지켜졌다. 1966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9번 바비 찰턴, 1974년 월드컵의 네덜란드 14번 요한 크루이프(당시 선수 등록 번호 확대로 14번 착용), 1986년 월드컵의 아르헨티나 10번 마라도나 등은 모두 그들의 등번호가 상징하는 포지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여기서 14번을 단 크루이프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암시하는 상징적인 존재였다고 할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시기의 등번호가 단순한 식별 기호를 넘어 선수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이다. 특정 등번호를 달고 뛴다는 것은 그에 걸맞은 기술과 책임감을 요구받는다는 의미였다. 9번을 달고도 득점을 못 하는 선수, 10번을 달고도 패스가 뒤떨어지는 선수는 팬들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이처럼 등번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해당 선수의 역할과 능력을 대변하는 상징이었던 것이다.


폴스 나인, 공격수는 앞으로만 간다'는 법칙을 깬 괴짜들, 최전방을 벗어난 9번의 모험


축구의 역사에서 '가짜 9번'의 시작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스트리아의 마티아스 신델라는 체격이 왜소했지만, 뛰어난 기술과 시야를 바탕으로 최전방에서 색다른 플레이를 선보였다. '종이인간'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그는 전통적인 9번 스트라이커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경기에 임했다. 당시만 해도 스트라이커는 앞으로만 가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신델라는 과감하게 뒤로 빠지며 공간을 만들어냈다. 지식인층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오스트리아 축구는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이는 현대적 의미의 폴스 나인의 원형이 되었다.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폴스 나인의 진화는 더욱 가속화됐다. 헝가리의 '매직 마자르' 시대를 이끈 히데그쿠티 난도르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9번을 달고도 최전방에 머무르지 않고 1-2선을 종횡무진 누비며 상대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1953년 웸블리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헝가리는 6-3으로 승리했는데, 이 경기에서 히데그쿠티의 독특한 움직임은 당시 축구계의 정설이었던 WM 포메이션을 무력화시켰다. 수비수들은 그를 따라 나서야 할지,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1970년대에는 요한 크루이프가 '토털 풋볼'의 개념 속에서 폴스 나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네덜란드의 '오렌지 군단'은 모든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겸하는 혁신적인 축구를 선보였는데, 이 속에서 크루이프는 포지션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그는 공격수임에도 미드필더처럼 볼을 잡고, 때로는 수비까지 내려오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는 1974년 월드컵에서 절정을 이뤘고,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축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폴스 나인은 보다 체계적인 전술로 발전했다. AS 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가 그 중심에 있었다.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토티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 체제에서 최전방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는 전통적인 스트라이커와는 전혀 다른 플레이를 펼쳤다. 뛰어난 패스 능력을 바탕으로 공격을 조율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을 뽑아내는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줬다. 이는 2006-07 시즌 세리에A 득점왕이라는 성과로 이어졌고, 폴스 나인이 단순한 전술적 변형이 아닌 하나의 완성된 포지션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21세기에 들어서며 폴스 나인의 정점을 찍은 것은 단연 리오넬 메시였다. 이강인을 칭찬했던 지금의 맨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당시에는 바르셀로나에서 메시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감행했다. 메시는 이전의 폴스 나인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뛰어난 드리블과 패스는 물론, 놀라운 득점력까지 갖춘 그는 폴스 나인의 개념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2011-12 시즌에는 73골을 터뜨리며 폴스 나인으로도 엄청난 득점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중원으로 내려온 9번, 수비수는 따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전통적인 축구에서 수비수들의 임무는 단순했다. 상대팀 공격수가 전진하면 막고, 공을 빼앗으면 된다. 특히 센터백들은 상대팀 최전방 공격수를 전담 마크하며 골문 앞을 지켰다. 이런 단순한 공식이 수십 년간 이어져왔다. 하지만 폴스 나인이 등장하면서 이 공식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최전방 공격수가 갑자기 중원으로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폴스 나인이 가동되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경기 초반, 상대팀 센터백들은 9번 자리에 선 선수를 주시한다. '이 선수를 막으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선수는 최전방에 머무르지 않고 중원으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이때 센터백은 첫 번째 딜레마에 빠진다. '따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만약 따라간다면 최후방에 큰 공간이 생긴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상대팀은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

이 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폴스 나인이 내려오는 순간, 양쪽 측면 선수들이 그 빈 공간을 파고든다.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이 움직임은 수비진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PSG와 맨시티의 경기에서 이강인이 중원으로 내려왔을 때, 바르콜라와 뎀벨레가 번갈아 중앙으로 쇄도했던 것이 좋은 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중원에서 한 명이 더 많았다"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더욱 교묘한 것은 폴스 나인의 위치 선정이다. 그들은 대개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애매한 지점에 자리 잡는다. 이는 마치 두 의자 사이에 앉는 것과 같다. 수비수도, 미드필더도 완벽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이강인이 맨시티전에서 기록한 91%의 패스 성공률은 바로 이런 절묘한 위치 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비수들이 압박하러 나오기도, 물러서기도 애매한 그 지점에서 그는 자유롭게 패스를 연결할 수 있었다.

여기에 현대 축구의 또 다른 특징인 '하이프레싱'이 더해지면 폴스 나인의 위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최전방 선수가 수비 가담을 하지 않던 과거와 달리, 폴스 나인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한다. 이는 곧 공격에서 수비로, 또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순간에 큰 이점을 가져온다. 상대팀이 공을 잡는 순간 이미 폴스 나인은 압박을 시작하고 있으며, 공을 빼앗는 순간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서 공격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공격수 아닌 듯한 체격, 과르디올라도 혀를 내두른 이강인의 폴스 나인, 그가 특별한 이유는?


PSG가 이강인을 폴스 나인으로 기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9번 스트라이커라고 하면 크고 강한 체격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PSG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곤살루 하무스는 189cm의 체격을 자랑한다. 반면 173cm의 이강인은 언뜻 보기에 전통적인 스트라이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체격이 폴스 나인 역할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최근 브레스트전은 이강인의 능력이 얼마나 특별한지 잘 보여줬다. 81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94%라는 놀라운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고, 환상적인 턴 동작으로 수비수를 제치고 뎀벨레의 해트트릭을 도왔다. 이날 그는 총 73회의 터치, 4회의 리커버리를 기록했는데, 이는 공격과 수비를 넘나드는 그의 전방위적 능력을 증명한다. 뎀벨레가 "세 번째 골을 넣는 데 이강인의 패스가 정말 대단했다"고 극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강인의 축구 지능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미드필더로 성장했기에 경기 전체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대표팀에서 10번을 달았던 것도 이런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폴스 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내려올지, 어디로 움직일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맨시티전에서 과르디올라가 "우리는 그를 압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 것처럼, 이강인은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움직임으로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린다.

최근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면서 이강인은 좌우 메짤라와 가짜 9번, 중앙 미드필더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위치 변경이 아닌, 각 포지션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 낸 결과다. 현대 축구에서 폴스 나인은 단순히 공격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전술적 의도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이강인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는 것이다.


득점은 모두가... 음바페 없는 PSG, 이강인으로 승부수 띄웠다! 맨시티도 당한 전술 실험


PSG는 지금 리그 20경기 무패(15승 5무)라는 놀라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위 올림피크 마르세유와의 승점 차이는 13점(50-37)으로 벌어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득점의 분산이다. 뎀벨레는 최근 6경기 연속 득점(11골)을 기록하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고, 바르콜라(12골 4도움), 하무스의 연이은 득점까지 더해지며 공격진 전체가 고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브레스트전 5-2 승리는 PSG의 새로운 전술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날 PSG는 선수들의 자유로운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이강인의 시즌 4호 도움으로 완성된 뎀벨레의 해트트릭은 이 전술의 백미였다. 맨시티전 4-2 승리에 이은 이 경기의 성과는 PSG의 전술 실험이 최상위 수준에서도 통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성과는 UCL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PSG는 1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었고, 다음 상대 역시 이번에 상대한 브레스트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전술이 빅매치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상대팀이 강력할수록, 수비진의 조직력이 뛰어날수록 오히려 폴스 나인을 통한 교란 작전이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PSG의 전술 실험은 음바페 이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초석이 되고 있다. 한 선수에게 의존하던 공격 패턴에서 벗어나, 모든 선수가 득점 가능성이 높은 팀, 전체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유기적인 축구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음바페만 막으면 되었던 시절에서 벗어나 상대 수비진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강인의 폴스 나인 기용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축이 되고 있으며, 리그 선두와 UCL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등번호는 이제 장식일 뿐, 미래 축구는 창의력이다! 전술 혁명 시대의 이강인과 PSG


현대 축구는 더 이상 '11개의 점'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한때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위치는 마치 별자리처럼 고정된 점들로 그려졌다. 1번부터 11번까지, 각자의 자리가 정해져 있었고 그 경계를 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의 축구는 다르다.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은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위치를 바꾸고, 역할을 교환한다. 폴스 나인의 등장과 진화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변화가 축구를 바라보는 시각마저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이강인의 폴스 나인 역할을 두고 벌어진 현지 언론과 과르디올라 감독의 상반된 평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전통적인 잣대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새로운 축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한다'는 단순한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골 하나를 만들어가기 위해 전체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서 조용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수치나 팬들의 눈에 화려해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는 축구의 진화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신델라, 히데그쿠티, 메시로 이어지는 폴스 나인의 계보는 이제 현대 축구에서 하나의 완성된 전술로 자리 잡았다. PSG의 전술 실험이 성공적으로 입증되면서, 이제는 선수의 체격이나 전통적인 포지션보다 그가 가진 기술과 재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이는 축구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한때 '가짜'라고 불리던 포지션이 이제는 하나의 완성된 역할로 자리 잡았고, 더 나아가 축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축구가 득점하는 선수 몇 명에게 시선이 쏠리는 경향이 많았지만, 전술의 수준이 상승하고 팬들의 안목이 높아질수록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묵묵히 승리를 위해 기여하는 선수들의 역할에 주목하는 경우도 많다. 비록 현지에서 이강인의 ‘폴스 나인’에 대한 평가가 매번 좋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시도와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