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보다 아겜이 더 무서워?" 하얼빈 역대급 성과의 역설, 금빛 면제로이드
일본은 외면한 동계 아겜, 한국은 왜? 논란 속 30년 버텨온 예술체육요원 제도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이 14일 폐막을 앞두고 한국 선수단이 종합 2위를 확정 지었다. 13일 기준 한국은 금메달 15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3개로 총 42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이는 대회 전 목표였던 금메달 11개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특히 일본이 금메달 9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로 3위에 머무른 가운데, 14일 남은 아이스하키와 컬링의 금메달 4개를 모두 쓸어 담는다 해도 순위 변동이 불가능해졌다.
한국은 전통적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6개를 수확한 것을 시작으로, 스피드스케이팅 3개, 스노보드 2개, 피겨스케이팅 2개, 프리스타일 스키와 바이애슬론에서 각각 1개씩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13일에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김건희와 피겨스케이팅의 차준환이 잇따라 금메달을 추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차준환은 총점 281.69점으로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272.76점)를 여유 있게 제치며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첫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한국은 8년 전 삿포로 대회에서 거둔 역대 최다 금메달(16개)에 버금가는 성과를 올리며 2개 대회 연속 종합 2위에 올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전통적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을 넘어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수확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논란도 있었고 중국의 압도적인 메달에는 못 미쳤지만, 2위라는 순위가 나쁘지만은 않다. 본래 동계 아시안 게임은 개최국 프리미엄이 강한 종목이다. 삿포로 대회에서는 일본이, 하얼빈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인 메달을 획득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더 앞선 동계 스포츠 강국이며, 중국은 엄청난 선수풀과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전후로 막대한 국가적 투자를 전 종목에 하고 있다. 두 국가 모두 특정 종목에서 강약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 단위에서는 한국보다 많은 메달을 획득할 잠재력이 항상 있는 국가들이다. 그러나 한국의 연속 2위는 단순한 자본과 인재, 인프라 등의 경제학적 투입 요인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돈도 성공도 일단 스톱! 병역 문제 해결 못하면 선수 생활 보장 불가. 아겜을 공략하라!
비단 동계 아겜만이 아니다. 올림픽 축구는 FIFA 월드컵보다는 힘이 좀 빠진 대회라는 인식이 있다. 타국은 인원 차출 문제도 있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동기가 적지만, 한국은 병역 문제가 걸려있어 거의 최고의 선수들을 골라 출전시킨다. 그리고 우연인지 아닌지, 선수들은 단순한 프로정신과 애국심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하며 훨훨 날아다니곤 하고 그런 모습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을 빗대어 '면제로이드'라고 부른다. 병역특례에 스테로이드라는 단어를 합성한 이 신조어는 2010년대 초반부터 스포츠계에서 은근슬쩍 회자되기 시작했다. 올림픽 3위 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면 병역특례의 혜택을 주는 제도가 선수들에게 마치 도핑과 같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의미다. 이번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은 3위 안에만 들어도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데, 아시안 게임은 금메달만 인정되니 더 힘든 것이 아닌가?’ 할수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올림픽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경쟁한다. 아시안 게임은 한·중·일이 중심이다. 스포츠 강국들이 포진되어 있는 유럽이나 피지컬이 좋은 아프리카 계열의 경쟁자가 빠졌기에 난이도가 한층 낮아진다. 동계 아시안 게임은 더 하다. 기후와 자본이 한정된 국가가 잘할 수밖에 없는 동계 스포츠는 한·중·일, 많이 쳐줘야 카자흐스탄까지가 순위권이다. 나머지는 참가에 의미를 두는 국가가 많다.
국가대표 출전 못 할뻔한 박지원, 금메달 여부가 주목됐던 차준환, 비인기 종목들에서도 특례
박지원의 이번 대회 2관왕의 결과 못지않게 주목받는 것이 그의 병역 문제 해결 여부였다. 월드컵 2연속 종합우승을 달성할 정도로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갖췄음에도, 한 번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2000m 혼성 계주와 1500m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획득했다. 26 밀라노 동계 올림픽에도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 박지원은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올 초 황대헌에 의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나 '팀킬'을 당하며 자칫 국가대표 선발에도 위기감이 돌았고 걱정하는 팬들이 많았다. 다행히 이번 하얼빈에서 병역 문제를 해결했고 걱정 없이 내년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피겨의 차준환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강행한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94.09점으로 2위에 올랐다가, 프리스케이팅에서 187.60점을 추가하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그의 나이 23세. 피겨 선수치고는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왔다. 피겨는 20대 초중반까지가 전성기의 마지노선이라고 평가받을 만큼 육체적으로 극한 직업이다. 김연아의 존재는 한국 여자 피겨를 세계 속에 각인시켰지만, 남자 피겨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전성기가 더 짧고 체형 변형 문제가 심한 여자 피겨에 비해 남자 피겨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병역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다행히 이번에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의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역사와 함께, 그는 자신의 미래도 보장받게 됐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비인기 종목에서의 약진이다. 쇼트트랙 같은 우리가 믿고 있던 종목만 메달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의 이승훈,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의 이채운, 하프파이프의 김건희까지 이른바 'X-게임 종목'에서도 한국은 금메달을 수확했다. 특히 김건희는 강풍으로 인해 결선이 취소되는 불운 속에서도 예선 성적(78점)으로 우승을 확정 지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준비하는 이들 선수에게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하나의 중요한 동기이자, 선수 생활 영위의 필수조건이다. 국가적으로도 가뜩이나 선수풀이 적은 이들 비인기 종목에서 선수들이 경력 단절 없이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내년 올림픽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5공화국 3S 정책으로 탄력받은 예술체육요원 제도, ‘군 면제’ 아닌 ‘병역특례’
한국의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술계 인재도 특례를 받는다. 첫 수혜자는 이듬해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를 거둔 정명훈이었다. 당시 그의 귀국 퍼레이드는 이 제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양정모가 첫 수혜자였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올림픽 금메달이나 세계 선수권 대회 우승자 정도만 특례 대상이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자는 제외되어 있었다.
전환점은 1981년 서울올림픽 유치 성공이었다. 정부는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국가적 과제로 삼았고, 이른바 3S(Screen, Sports, Sex) 정책의 일환으로 스포츠 육성에 박차를 가했다. 병역특례 범위는 올림픽 금메달뿐 아니라 은메달, 동메달까지 확대됐고, 아시안게임 우승자는 물론 유니버시아드 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아청소년대회 3위 입상자까지 포함됐다. 다만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5년을 기다려야 하는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1984년 LA 올림픽에서 한국이 종합 10위라는 예상 외의 성과를 거두자, 정부는 오히려 특례 범위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1985년에는 아시아청소년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자가 제외됐고, 1990년에는 유니버시아드 우승자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마저 제외됐다. 이로써 현재와 같이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로 자격이 한정됐다. 2002년부터 2007년 사이 한일 월드컵의 열기로 인해 월드컵 16강, 국민들의 인기가 많은 야구에서 WBC 4강 등으로 잠시 확대된 적도 있었으나,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로 다시 축소됐다. 이후 현재까지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조금씩 혜택이 축소되면 되었지 다시 늘어날 일은 요원해 보인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이를 두고 '군 면제'로 부르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는 34개월간의 대체복무다. 예술체육요원들은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후,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포함한 의무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또한 해당 기간 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을 지속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현역이나 사회복무요원으로 재입영 될 수 있다. 2015년부터는 사회 환원 차원에서 봉사활동이 의무화됐고, 해외 체류 시에도 정기적으로 귀국해 봉사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면제'가 아닌 '대체복무'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물론 이조차도 군필자들의 시각에서는 거의 ‘면제에 가까운 제도’라는 비아냥이 들려오긴 한다.
나도 국위선양! 월드컵 16강은 되고, BTS는 안되고?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형평성 논란
좀 더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가 보면, 형평성 시비는 애초에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탄생한 순간부터 끊이지 않았다. IT 인재부터 대중예술인까지, 국위선양에 기여하는 다른 분야의 인재들은 왜 제외되느냐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병역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2019년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역특례제도개선소위원회가 구성되고,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진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결국 무산되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발전을 위해서지, 국위선양이 주된 목적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곧바로 국가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메달을 싹쓸이한다고 해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더구나 21세기 들어 국민들이 스포츠 메달 하나에 일희일비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평가도 있다.
안보적인 문제도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자료에 의하면, 현재와 같은 저출산이 이어진다면, 2030년에는 병역자원은 24만 4,000명, 2042년에는 12만 5,000명으로 10만 명대로 주저앉는다. 첨단무기와 AI로 극복하기에는 한국은 북한과 200km가 넘는 전선을 사이로 전면전을 대비하고 있기에 육군의 양적 규모는 필수조건이다. 안보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모자란 전투 병력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해당 제도를 곱게 보기 힘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면제’가 아니라 하지만, 군 복무를 마친 일반 남성들의 시각은 또 다르다. 아무리 대체복무라 해도, 자신의 본업을 이어가며 출퇴근하는 것과 군대에서 2년을 보내는 것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술체육요원들은 복무 기간 중에도 대회 참가와 해외 활동이 가능하고, 수입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러한 특혜는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체육계는 선수 생활을 끝내는 만 40세 이전, 예술계는 전성기가 지나는 만 35세 이전까지 군복무를 미룰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이 얽혀서 큰 대회가 끝나면 으레 제도의 폐지론이 점화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중·일과는 다른 한국의 연속 2위 동력! 비인기 종목에서는 ‘이거라도 있어야…’
동계스포츠는 하계 종목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우선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의 스키장은 대부분이 레저 목적의 시설이며, 선수 육성을 위한 전문 트레이닝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설상 종목은 말할 것도 없고, 실내 빙상장도 마찬가지다. 피겨 장비는 매우 고가라 경제적 압박이 매우 심하며 대회 상금으로는 유지가 어려운 종목이다. 타국도 겪는 문제지만, 동계 종목은 하계 종목과는 다르게 프로화되어 있지도 않고 후원도 요원하다.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한 상무 입단도 쉽지 않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기 전까지 인프라 자체가 없거나 관심조차 받아보지 못한 종목이 많다. ‘국가대표(2009)’라는 영화가 이 열악함을 잘 보여준다.
선수 육성의 시간표는 더욱 가혹하다. 앞서 언급했듯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남자 선수의 전성기가 20대 초중반까지다. 이 시기에 군 복무로 2년을 공백으로 보내면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난다고 봐야 한다. 스키나 스노보드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는 더욱 심각하다. 지속적인 기량 유지와 새로운 기술 습득이 필수적인 이 종목들에서 2년의 공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이승훈, 이채운, 김건희의 성과는 이런 맥락에서 더욱 값지다.
실제로 하얼빈 대회의 성적을 들여다보면 동계스포츠에서 병역특례의 중요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시안 게임에서 개최국이 가지는 동기부여가 매우 중요한 점을 볼 때, 개최국 중국이 압도적 1위(금메달 32개)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일본을 크게 앞서며 2위(금메달 15개)를 확정했다. 특히 일본(금메달 9개)이 8년 전 자국 개최 삿포로 대회 때의 성적(금메달 27개)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그때의 성적(금메달 16개)에 근접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주목할 점은 쇼트트랙(금메달 6개)뿐 아니라 스피드스케이팅(3개), 스노보드(2개), 피겨(2개) 등 다양한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타국 선수들이 가지는 스포츠정신에, 추가로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까지 더해졌기에 규모에 비해 괜찮은 성적이 가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은 성적도 그렇고 언론도 이번 대회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무서운 집중력으로 대회에 임했다. 이는 단순히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면제로이드'로 불리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성과를 인프라나 경제 투자로 채우려고 하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모든 종목에 투입할 자원은 제한적이다. 비인기 종목에서 이러한 효과가 보인다는 점은 이 제도가 한국 동계스포츠의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선을 위한 난제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합의 못 해... 아직은 이른 폐지론
병역특례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어 왔다. 체육계에서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메달에 점수를 부여해 총점이 기준을 넘으면 특례를 주는 '포인트제'를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는 복무 시점을 40세까지 연기하되 은퇴 후 지도자로 복무하게 하자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외국처럼 고액의 국방세를 납부하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특례 대상을 대중예술인까지 확대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들은 모두 새로운 형평성 문제를 야기했다. 포인트제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40세까지의 연기안은 지도자 수급 문제와 충돌했다. 국방세 방안은 부자들만을 위한 특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고, 대중예술인으로의 확대는 객관적 기준 설정이 어려웠다. 결국 2019년 11월, 정부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러한 합의 도출의 어려움은 제도가 가진 본질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형평성을 강화하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실효성을 높이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 완전한 폐지는 동계스포츠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고, 무조건적 존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한국의 안보 상황이 특수하고, 특히 저출산으로 인한 병역자원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딜레마는 더욱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얼빈의 겨울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면제로이드'라는 다소 자극적인 별칭으로 불리는 이 제도가, 역설적으로 한국 동계스포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프라도, 전통도 없는 비인기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그래서 폐지론은 아직 때가 이르다. 물론 누구도 힘든 길을 가라고 등 떠밀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들의 도전을 가로막는 사회가 아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