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판기 이어 ATM까지 팔았다...유동성 확보 총력
지난해 유동성 위기 찌라시 돌아
재계 6위 롯데그룹의 감량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만 하더라도 자판기 사업 철수,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지분 매각 등을 진행했고 25일에는 세븐일레븐 내 자판기 사업권을 매각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지난해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가 사실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롯데는 지난해 11월 유동성 위기 관련 증권가 찌라시로 곤욕을 치렀다. 주말 사이 퍼진 풍문이 월요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고 결국 그룹 차원에서 “유동성 위기는 사실무근이며, 유포자에게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소동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최근 롯데의 행보는 의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롯데케미칼 미국 루이지애나 법인을 매각해 66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12월에는 롯데렌탈을 1조6000억원에 팔았다. 아울러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도 이런 행보는 계속됐다. 호텔롯데는 자사가 소유한 호텔 중 한 곳을 내놓기로 했다. 롯데웰푸드는 증평 공장 매각, 롯데칠성음료는 자판기 사업 철수를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에 롯데 세븐일레븐도 동참했다. 25일 세븐일레븐은 한국전자금융과 ATM 사업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계약을 통해 확보되는 600억원(추정) 이상의 유동성을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ATM이 당장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사업권 관련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며 “철수에 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행보는 신동빈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사장단 회의에서 “이른 시간 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며 그룹이 가진 자산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이러한 신 회장의 고강도 쇄신 기조에 맞게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군살 정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실상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 그룹을 둘러싼 풍문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