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레이다] 진원생명과학, 경영진 공백에 무산된 유상증자, 투자자 고소까지

2025-06-25     이필우 기자
경영권 분쟁 소식이 알려지면서 진원생명과학 주가는 최근 17% 급락하는 등 투자자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 유상증자 무산으로 동반조합의 추가 지분 확보와 경영권 교체 시나리오는 좌초됐고, 기존 경영진 체제도 투자자 신뢰 상실과 소송 리스크에 직면...[본문 중에서]

바이오의약품 개발사 진원생명과학(박영근 대표)이 대규모 유상증자 무산을 계기로 투자자와 경영진 간 갈등이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1년간 주주총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고, 이사진 임기 만료에도 새 경영진 선임이 번번이 무산되는 등 지배구조 불안이 누적된 가운데, 올해 5~6월 유상증자 무산에 이에 따른 투자자의 고소까지 이어지며 투자자와 경영진의 신뢰 붕괴가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기능 상실한 주주총회, 경영진 공백으로 불안했던 진원생명과학


진원생명과학은 2021년 이후 정기·임시주총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이사·감사 선임 등 핵심 안건을 단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에 놓였다. 이는 기존 최대 주주와 경영진 측 지분이 10%에도 못 미치고, 자사주 보유 비율도 0.26%에 불과해 소액주주 참여 없이는 의결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정리_뉴스워커

이런 상황 속에 박영근 대표와 조병문 전무 등 주요 경영진의 임기도 이미 20233월 만료됐음에도 주총 표결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경영진 공백상태가 이어졌다. 주총 의결도, 절차를 통해 권한을 보유한 경영진도 없는 불안한 상태가 수년째 계속되어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원생명과학은 2024~2025년 동반성장투자조합1(이하 동반조합)36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약을 체결했다.

조건은 동반조합이 100억 원을 먼저 납입하고, 530일까지 260억 원을 추가 납입하는 방식이었다. 추가분까지 납입이 모두 완료되면 동반조합은 약 18%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이었으며, 기존 최대주주 측과 합산 시 25% 이상 지분이 확보돼 주주총회 정상화와 경영진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유상증자 무산...동반조합, ‘기망적인 계약 불이행주장하며 경영진 고소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는 예정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지난달 29, 진원생명과학이 동반조합이 약속된 투자금을 납입하지 않았다며 260억 원 유상증자 철회를 공시하며 동반조합과 회사 측 갈등에 불이 붙었다.

동반조합은 이미 100억 원을 납입한 투자자 신분이었으나, 추가 증자 무산으로 최대주주가 아닌 단순 투자자 지위에 머물게 되었다. 이로 인해 주주총회 및 경영진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란 시장의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2025년 6월 기준, 추정치)/ 자료_금융감독원

회사 측은 투자금이 납입되지 않았으므로 계약상대방이 계약을 불이행한 것에 따른 부득이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반조합 입장은 다르다. 계약 유지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투자금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동반조합은 경영진이 경영권을 넘길 의사는 없이 투자만 유치했다고 주장하며 진원생명과학 경영진 4명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고, 16일에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했다. 동반조합은 경영권 참여 약속 불이행, 기망, 계약 위반, 배임 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실상 회사에서 투자금만 확보하고 계약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지지 않으려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회사 측은 여전히 투자자의 계약 불이행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며, 소송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가 17% 급락, 경영 안정은 어디로


이 같은 경영권 분쟁 소식이 알려지면서 진원생명과학 주가는 최근 17% 급락하는 등 투자자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 유상증자 무산으로 동반조합의 추가 지분 확보와 경영권 교체 시나리오는 좌초됐고, 기존 경영진 체제도 투자자 신뢰 상실과 소송 리스크에 직면했다. 최근의 주가 급락은 회사에 대한 신뢰 상실이 동반조합뿐 아니라 시장의 소액주주들에게도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분쟁의 핵심 쟁점은 투자금 납입 및 계약 이행 여부, 경영권 참여 약속 및 배임 논란, 주주명부 열람권과 경영권 변화 가능성 등이다.

특히 동반조합이 임시주총 소집 요구, 이사 선임 등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향후 법원 판단과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경영진 교체, 지배구조 변화 등 경영권 구도가 급변할 수 있다. 회사는 신규 투자 유치와 경영정상화, 실적 개선을 내세우고 있으나, 현재 실질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주주총회 기능 마비와 경영진 불신, 동반조합과의 법적 갈등, 그리고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불안한 경영 상황에 속 타는 주주들


진원생명과학의 경영권 분쟁은 투자 유치와 경영권 약속을 둘러싼 신뢰 붕괴에서 촉발됐다. 특히 양측의 신뢰가 완전히 붕괴된 상태에서 법적 분쟁까지 예고된 상태로 현재의 갈등 상황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와 경영진 간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주주총회 기능 마비와 소액주주 피해, 기업가치 훼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향후 법원 판결과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경영권 구도와 투자자 신뢰가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회사의 정상화와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고 결국 기존 소액주주들의 피해만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