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이슈] 원화 스테이블 코인 경쟁 심화… 한국은행, 코인런 리스크 경고

2025-06-27     양삼삼
그러나 봇물 터지듯 터지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바라보는 한국은행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은 25일 ‘2025년 상반기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가져올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본문 중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 경쟁이 불붙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지난 10일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후 금융권과 핀테크 기업의 원화 스테이블 코인 상표권 출원 등록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선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타임즈는 25일 자 기사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 상표권 등록 현황을 취재 보도했다.

디지털타임즈는 24일 기준으로 특허청에 등록된 스테이블 코인 상표 출원 건수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20223, 20233, 20247건에 불과했던 스테이블 코인 상표 출원 건수가 2025년에 무려 61건으로 폭증했다.

대표적으로 국민은행이 KBKRW, KRWKB, KKRWB 등 상표를 총 32건 신청·등록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은 아니나 우선 상표권을 등록하고 다른 은행과 함께 협의회를 구성해 원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나은행도 HanaKRW, KRWHana 등 상표를 16개 신청 중이다. 국민은행처럼 스테이블 코인 국내 시장을 관찰한 뒤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오픈블록체인과 DID협회에 가입한 뒤 스테이블코인 협의체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밖에 원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위해 주요 은행은 컨소시엄 구성 계획을 밝혔다. 앞서 언급한 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케이뱅크, IM뱅크 등이 최대 15%까지 지분을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원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 도전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권 외 핀테크 기업에서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뱅크는 BKRW, KRWB, KKBKRW, KRWKKB 12건의 상표를 등록했다. 그리고 카카오페이는 PKRW, KKRW, KRWK, KRWP, KPKRW, KRWKP 등 상표를 18건 등록했다.

게임회사 넥써스는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운영하는 블록체인 BNB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x를 등록하고 국내에 상표 등록했다.

이처럼 금융권과 핀테크 기업 가릴 것 없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봇물 터지듯 터지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바라보는 한국은행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은 25‘2025년 상반기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가져올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언급한 위험은 코인런 발생 가능성이다. 스테이블 코인과 준비자산의 신뢰가 훼손되는 디페깅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와 준비자산의 가치가 괴리되며 대규모 상환 요구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다. 이 경우 단기자금 시장에 충격을 줘 은행 유동성 위기를 가져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둘째, 결제 및 운영 리스크다. 한국은행은 블록체인 인프라와 제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적 오류가 발생하거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먼저, 스마트 계약의 오류와 플랫폼 장애로 결제 실패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스테이블 코인의 복잡성과 익명성 때문에 사기 내지 도난의 우려도 제기했다. 게다가 스테이블 코인이 보편적인 지급 수단으로 확대된다면 문제 발생 시 금융시스템과 경제활동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셋째, 비기축통화국의 외환거래 및 자본유출 리스크다. 스테이블 코인 사용이 확대되면 환율 변동이 커지고 자본 유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화폐 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의 경우 외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 변동성도 확대되리라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금이 은행 등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가 정부의 외환 규제와 과세를 회피하는 등 자금 세탁의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넷째,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약되는 리스크다. 스테이블 코인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중앙은행 통제를 벗어나게 되고 통화 정책 효과가 반감되리라는 우려다. 게다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회사는 투자자에게 받은 자금을 준비자산으로 활용해 수익을 얻으므로 과도하게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스테이블 코인의 준비자산이 은행 예금으로 구성된다면 기존에 가계의 소액 은행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져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에 따라 신용 창출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원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은 가속화될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은행 경고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요 국가가 스테이블 코인 법안을 시행하거나 시행할 예정이어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은 2025년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 수정안을 상원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리고 스테이블 법안(STABLE ACT)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본회의 표결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2024년 암호자산시장 규제안(MiCA)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2023년에 기존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국은 기존 금융서비스시장법을 개정하는 법규 명령 초안을 공개했고, 금년 말 최종안을 발표한 뒤 2026년 시행 예정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기존 금융과 연결돼 결제, 정산, 담보, 이자 수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에 따라 은행권을 비롯해 핀테크 회사는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참여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특히 핀테크 회사는 스테이블 코인 사업 참여를 금융권에만 국한하기보다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자신문은 25일 기사에서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를 인용해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인용해 민간사업자의 참여와 경쟁으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핀테크 기업이 지닌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금융권과 사업을 연계할 때 신뢰할 만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형성되리라는 이유에서였다.

비록 기축통화 스테이블 코인에 비해 활용도와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지금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생태계 설계를 고민할 때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