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레이다] 한국유니온제약, 질권 실행으로 최대주주 교체…상장폐지 위기 '최고조'

2025-06-30     이필우 기자
회사 측은 지난해 12월 양 대표를 해임하고 사기 혐의로 역고소했다. 이 때 양 대표가 데려온 신규 직원 21명까지 공동정범으로 고소하는 등 갈등이 격화됐다. 회사 측은 신규 직원의 연봉 총액이 20여억 원에 이르는 점을 회사 자금 편취 공모로 볼 수 있으며, 양 대표가 진행한 백 회장 등에 대한 고소 건은 경영권 장악을 ...[본문 중에서]

한국유니온제약이 경영권 분쟁과 재무 위기 속에서 최대주주 변경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20244월 투자은행 출신 양태현 전문경영인을 영입했으나, 불과 6개월 만에 창업주를 194억 원 규모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며 전문경영인과 창업주와의 갈등이 폭발한 이후 8개월간 법적 분쟁이 이어지던 중 지난 624일 채권자 멜빈에프앤비가 질권을 실행하며 19.93% 지분을 확보,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로써 상장폐지 심사, 누적 적자, 부채비율 295% 3중 고립에 빠진 회사의 생존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구원투수로 영입된 양태현, 갈등의 도화선 되다


한국유니온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재무 위기 해결을 위해 영입한 전문경영인이 오히려 갈등의 촉매제가 되면서 시작됐다.

회사는 2018년 코스닥 상장 이후에도 지속적인 실적 부진에 시달렸고, 특히 2020년 도입한 CSO(영업대행) 체제로 인해 판매수수료가 48억 원에서 1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배 넘게 급증하며 비용 구조가 악화됐다. 최근 5년간 2019년을 제외하고 영업손실이 이어졌으며, 누적 영업적자만 338억 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20244월 투자은행 및 바이오 업계 경력을 보유한 양태현이 '경영 효율성 제고 및 책임경영'을 내세워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양 대표는 에스비메디코투자조합을 통해 유상증자(70억 원)와 전환사채 발행(41억 원)을 주도하며 외부 자금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경영권 구조와 자금 활용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커지면서 창업주 백병하 회장과의 갈등이 심화됐다.

정리_뉴스워커

특히 양 대표가 경영 주도권을 강화하려 하자 기존 지배주주인 백 회장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백 회장과 배우자 안희숙 씨는 20245월 보유 지분 22.61%를 사모펀드 NBH캐피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투자금 납입 실패로 무산되는 등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국 202410월 양 대표는 백 회장 등을 194억 원 규모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며 지리한 법적 공방이 본격화됐다.


쌍방 고소전과 상장폐기 위기, 대주주 변경까지 복잡해지는 분쟁


회사 측은 지난해 12월 양 대표를 해임하고 사기 혐의로 역고소했다. 이 때 양 대표가 데려온 신규 직원 21명까지 공동정범으로 고소하는 등 갈등이 격화됐다. 회사 측은 신규 직원의 연봉 총액이 20여억 원에 이르는 점을 회사 자금 편취 공모로 볼 수 있으며, 양 대표가 진행한 백 회장 등에 대한 고소 건은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다 실패한 보복성 고소라는 입장이다.

이런 분쟁 과정에서 한국거래소는 회사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했고, 올해 1월 감사의견 거절과 반복된 공시 위반을 이유로 상장폐지 결정을 통보했다. 2024년에는 매출 512억 원, 영업손실 135억 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 295.9%, 누적 결손금 160억 원에 달하는 등 재무 위기가 심화됐다.

(24일 최대주주 변경 공시일 기준) / 자료_금융감독원

그러던 중 6월 들어 한국유니온제약은 경영권까지 흔들리는 사태를 맞게 됐다. 기존 최대주주 안희숙·백병하 부부가 자금난으로 218일 멜빈에프앤비와 주식근질권설정 계약을 체결했는데, 지난 23일 멜빈에프앤비가 근질권을 실행하면서 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멜빈에프앤비는 지분 1576,556(19.93%)를 확보했으며, 24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공식 변경되면서 안희숙·백병하 측 지분은 0%로 전환됐다.

경영자문 컨설팅업을 주 사업으로 하는 멜빈에프앤비의 경영권 인수는 기존 최대주주의 채무 불이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구도적으로는 백병하 창업주 측의 완전한 몰락을 의미한다. 양태현 전 대표와 백병하 회장의 경영권 분쟁에서 제3의 채권자가 최종 승자가 된 셈이다. 이는 질권 실행을 통한 최대주주 변경이 부도 위기 회사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패턴으로, 채권자가 대금 회수를 위해 직접 경영권을 인수하는 형태다.


주식 휴지 조각 되나...노심초사하는 주주들, 7월 상폐 확정 여부에 촉각


이번 사태의 핵심은 전문경영인 영입이 오히려 경영권 분쟁을 촉발했다는 점이다. 양태현 전 대표는 재무 위기 해결사로 영입됐지만, 경영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회사를 더 큰 위기로 몰고 갔다. 창업주 백병하 회장은 자금 조달 실패와 법정 분쟁으로 결국 지분을 모두 상실했고, 채권자인 멜빈에프앤비가 경영권을 장악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현재 상장폐지 임박, 재무 구조적 한계, 법적 분쟁 장기화라는 3대 리스크가 동시에 터진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상장폐지 여부다. 오는 78일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따라 상장폐지가 확정될 경우, 유동성이 완전히 소멸되고 소액주주 자산 가치는 0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 부채비율 295.9%, 3년 연속 영업적자, 누적 결손금 160억 원 등 재무 지표도 회생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멜빈에프앤비의 경영권 장악은 단기적으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으나, 상장 유지 성공 시에만 자산 매각과 부채 조정을 통한 회생이 가능하다.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회사 청산 또는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채권자 우선 변제로 소액주주 피해가 극대화될 수 있다.

결국 회사의 생사는 내달 있을 상장폐지 최종 결정이 좌우할 전망이다. 만약 상장이 유지되더라도 누적된 재무 악화와 지속적인 법적 소송 등 회생 장애물이 산적해 있어 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