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시선]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임박…노사 격차 줄었지만 합의는 '안갯속'
-첫해 시험대 오른 이재명 정부 최저임금 정책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임박했다.
노사 간 최저임금 요구안 격차가 지난 6차 수정안에서 870원으로 좁혀지면서 결정이 임박했다는 예측이 나온 것이다. 2026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노동계가 1만 1,500원, 경영계가 1만 30원을 제시한 이후 노사는 수차례 수정안을 제시하며 합의에 도달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일 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6차 수정안으로 노동계가 시간당 1만 1,020원을, 경영계가 1만 150원을 제시해 격차를 줄였다.
노사의 요구안 차이가 1,000원 미만으로 줄어들며 최저임금 결정이 임박했다는 예측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8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7차 수정안으로 노동계는 1만 1,000원을, 그리고 경영계는 1만 170원을 제시했다. 그리고 8차 수정안으로 노동계는 1만 900원을, 그리고 경영계는 1만 180원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사 간 수정안 격차가 커 공익위원이 ‘심의 촉진 구간’으로 1만 210원에서 1만 440원을 제시하게 되었다.
최저임금 심사 과정을 살펴보면, 통상적으로 노사가 각각 요구안을 제시하다 양측이 입장을 좁히지 못할 때 공익위원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해 합의하거나 또는 표결에 부친다. 작년에도 최저임금 안 노사 격차가 900원으로 좁혀지자, 공익위원은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한 뒤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노사 양측의 최종안을 받아 투표로 결정했다. 당시 공익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한 민주노총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용자 안이 최종 채택됐다.
그러나 올해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는 첫해이고 공익위원이 합의 처리를 노사에게 강하게 요구해 합의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회의에서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노사가 합의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개입을 처음부터 하지 않을 거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심의 촉진 구간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공익위원이 합의 처리 의사를 밝혔지만 노사 양측이 쉽게 합의에 도달할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횟수는 7차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지막 합의로 처리한 해는 17년 전인 2008년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노사 간 최저임금 심의가 길어질 거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 6차 최저임금 회의에서 노동계는 물가 상승에 따라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결정을 생계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최저임금법 제4조를 언급하며 고물가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24년 비혼 단신 가구의 생계비는 264만 원에 달하지만,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수령액은 2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 현실을 언급하며 최저임금을 최소한 생계비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경제 성장률 둔화와 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전무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0.8%로 전망되어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될 거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재명 정부의 첫 최저임금 결정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정부 첫 해 최저임금 결정은 노동 정책을 가늠하는 지표로 인식되어 왔다. 참고로 역대 정부의 첫 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10.3%,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7.2%, 문재인 정부 16.4%, 윤석열 정부 5.0%였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첫 최저임금 인상률은 두 자리 숫자의 인상률에 이르지 못했다. 노동계가 제안한 6차 수정안이 9.9%였고, 7차 수정안은 9.7%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 촉진 구간의 인상률은 1.8%에서 4.1%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여한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언론에 따르면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내란을 주도하고 반노동 정책으로 일관한 내란 세력이 몰락하고 등장한 새로운 정부의 노동 정책에 실망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 촉진 구간을 당장 철회하라 요구했다고 전한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 노사 합의가 아니라 표결로 이뤄질 것이라 예측되는 대목이다.
8일 개최된 제10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앞선 회의와 마찬가지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이 제시한 최저임금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노사는 여전히 인상과 최소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던 것이다. 이날 노동계는 최저 임금 인상을 강조하며 공익 위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반해 경영계는 영세업자와 중소기업의 생존을 언급하며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참고로 최저임금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최저임금 심의 요청을 받은 뒤 90일 이내 최저임금을 의결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올해 같은 경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요청서를 3월 31일 발송했기 때문에 6월 29일까지 심의를 마쳐야 했다. 그러나 의무 규정은 아니어서 법정 시한을 넘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최저 임금 고시 시한은 8월 5일이므로 10일 동안 이뤄지는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한다면, 7월 중으로 심의가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