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AI 독립’ 선언, 과연 가능할까..“우리만의 AI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
정부는 2026년까지 ‘우리만의 AI’에 50% 이상 투자하겠다고 나서며 "공공 부문에는 생성형 AI를 적극 도입하되, 그중 정말 민감하거나 국가 안보와 관련된 영역에는 소버린 AI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겠다."라는 현실적인 전략을 밝혔다.
ChatGPT 혹은 각종 AI 서비스로 업무를 처리할 때, 그 데이터가 태평양 건너편 서버에 저장된다. 이는 2026년까지 ‘우리만의 AI’에 50% 이상 투자하겠다고 나선 이유 중 하나이다.
델 테크놀로지스가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 IT 및 통신, 컨수머 테크놀로지 부문 세계 최고의 시장 분석 및 컨설팅 기관)에 의뢰하여 아시아 태평양 지역 6개국(한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의 정부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현재 27%에서 67%로 AI 자립 투자를 2배 이상 늘릴 계획으로, 아시아 평균보다 약 2배 높은 수준이다.
왜 ‘우리만의 AI’가 필요할까? ‘소버린 AI’란 “주권과 통제권을 온전히 소유한 AI”라는 뜻으로, 외국 기업이 만든 AI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알고리즘/시스템 인프라를 모두 ‘우리 땅 위’에 올려서, 직접 통제할 수 있는 AI 체계”를 구축한다는 개념이다. 현재 국내 기관의 23%는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는데 소버린 AI와 생성형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어떤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까? 2026년쯤이면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지, 이번 조사에 응한 정부 기관의 “소버린 AI 활용 계획”이 말해준다.
- 의료진이 한국인의 체질과 질병 패턴을 학습한 AI로 더 정확한 진단 가능
- 한국 특유의 보이스피싱 수법 등 범죄의 패턴을 파악하여 미리 차단하기
- 한국의 실정을 완벽히 아는 AI로 맞춤형 민원 신청
- 노동 현장과 정부 정책 수립을 위해, 한국 실황에 최적화된 시뮬레이션을 돌려, 자원을 아끼고 위험을 방지할 방안을 모색
- 성능 좋은 AI 기술과 데이터 자산을 결합한 상품을 생산하여, 동종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선점
(지속가능성을 위한 AI(45.7%), IT 운영 자동화 (41.9%), 소프트웨어 개발 및 테스트(40.5%), 정책 및 예산 시뮬레이션(40.0%), 사기 방지 감사(39.5%) 등)
존 로즈 델 테크놀로지스 최고기술책임자는 소버린 AI를 “각 국가가 자신만의 가치와 실정에 맞는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와 헌법 체계, 실정이 같은 국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한국의 문화, 정서, 법, 지리적 특성”은 외국과 다를 수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요소를 학습시킨 AI”가 도입되어야 우리 아이들의 교육 및 일상, 산업 등에서 안전하게 효용을 추구할 수 있다.
공공안전과 AI 방위산업, 국제 협력 리더십 확보 등에 대해서는 외국계 AI 모델에 의존할 수는 없다. 자국의 민감한 정보에 대해 외국이 접근할 수 없도록, 자국 내 통제 가능한 소버린 AI만을 사용하여 고위험 정보를 처리하고, 글로벌 정치 현안과 자연재해 등을 이유로 AI 모델과 데이터에 접근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
우리만의 AI 모델을 확보해야, 주도적인 위치로 디지털 국가 역량을 끌어올릴 엔진을 마련하고, “시간, 노동력, 감정 에너지, 예산 흐름” 등에 대해 구조적인 혁신을 목도할 수 있다.
2026년, 우리는 ‘메이드 인 코리아’ AI와 함께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정부의 약속과 준비
국내 기관들은 “비용(50%)과 기존 혹은 향후 시스템에 대한 상호 운용성 문제(47%)”가 소버린 AI 도입을 가로막는 문제라고 답변했다. 상호 운용성 문제는 한국의 각 정부 부처가 현재까지 독자적으로 AI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시스템 간 연결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공공 부문에는 생성형 AI를 적극 도입하되, 그중 정말 민감하거나 국가 안보와 관련된 영역에는 소버린 AI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겠다."라는 현실적인 전략을 밝혔다. 또한 “단순히 수도권 밖에 AI 센터를 하나 짓는다”라는 수준이 아닌 각 지역(광역/기초 지자체 단위)의 산업/행정/인재 생태계를 AI로 재편하고, 자생할 수 있도록 혁신 역량을 키우는 방향을 제시했다.
AI 생태계에 대한 통제와 지역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는 목표 사이에서, 정부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세 가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 정부가 단독으로 개발해 나가는 ‘정부를 위한 정부’
- 정부의 컴퓨팅 자원과 AI 모델을 민간 산업과 공공 부문에 제공하는 ‘산업을 위한 정부’
- 민간과 함께 공동으로 설계부터 개발까지 해 나가는 ‘산업과 함께하는 정부’
그래서 정부는 말만 하지 않는다. 이미 2024년 12월 AI 기본법을 통과시켰고, 이는 내년인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특히 의료 분야 같은 고위험 분야에서는 AI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반드시 사람이 감독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더 중요한 건 인프라이다.
정부는 GPU 2만 장 이상을 확보해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구축하고, 1.46조 원을 투입해 첨단 GPU를 사들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간 클라우드 기업과 손잡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국내 기관의 53%는 단순히 성능만 좋은 AI가 아니라 우리가 믿고 쓸 수 있는 AI 즉, ‘윤리적이고 투명한 AI’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우리만의 AI를 확보하려는 도전은 물론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만의 AI를 갖는다는 것은 “우리의 언어와 문화, 가치관이 담긴 디지털 동반자”를 갖는다는 든든함과 성장의 뿌리이다. 분명한 건, 우리도 이제 AI 강국으로 가는 길에서 남의 것을 따라 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성공할지는 앞으로의 2년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