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경영 레이다] 투자자 혼란 부추기는 일동제약, 재무불안·성과부재 ‘이중 리스크’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일동제약(대표이사 윤웅섭)은 1941년 '극동제약'으로 설립 된 후, 1942년 5월에 일동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상장일은 2016년 8월 31일 이며, 2025년 3월 기준 총 직원수는 1,078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잇따른 신제품 출시에 더해 경구형 국산 비만치료제 임상 데이터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 등 장밋빛 전망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일동제약 주가가 긍정적 흐름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2025년 1분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 감소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했다는 긍정적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이는 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 분사로 인한 연구개발(R&D) 비용 부담 완화라는 일시적 효과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고질적 재무구조 악화와 불확실한 R&D 성과라는 두 가지 핵심 문제가 일동제약의 주가를 짓누르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며,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만성 적자의 굴레… 고질적인 재무구조 악화
일동제약은 수년째 이어지는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2021년 영업손실 555억 원, 2022년 735억 원 등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바 있다.
비록 2025년 1분기에 영업이익 41억 원, 분기순이익 5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으나, 이는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비용의 대폭 감소에 따른 착시 효과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연구개발비용은 94억 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어든 수치다. 과거부터 일동제약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았는데, 재무 압박으로 인해 연구개발 비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연구개발비의 급격한 감소가 당장의 손실 폭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훼손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신약 개발에 기반을 둔 제약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R&D 투자 축소는 곧 기업 경쟁력 약화와 직결되며, 이는 장기적인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일동제약의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여전히 높은 차입금 의존도와 낮은 현금 유동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서, 기업은 부족한 운영 자금을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져있는 상황. 이는 고금리 시대에 이자 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재무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심화시킨다.
여기에 더해 2023년 까지 2년 새 일동제약의 신용등급을 3단계 하향 조정한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는 이러한 재무적 불안정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만성적인 재무 악화는 주가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중요한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꺼리게 된다.
결국, 일동제약이 진정한 의미의 흑자 전환과 주가 상승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숫자 개선만이 아닌, 근본적인 사업 구조 개선 및 재무 효율성 제고부터 입증해야 할 것이다.
베일 속에 가려진 '불확실성'… R&D 성과와 파이프라인 우려
일동제약의 주가를 둘러싼 또 다른 핵심 비판은 바로 불확실한 R&D 성과와 파이프라인의 낮은 가시성이다. 과거 일동제약은 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신약 개발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고 홍보해왔지만, 실질적인 상업화 성공 사례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의 국내 허가 지연 및 사실상 무산은 일동제약 R&D 투자의 비효율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2023년 5월, 일동제약이 구조조정을 선언하며 신약 파이프라인의 조기 라이선스 아웃 추진 계획을 밝힌 것은 이러한 R&D 투자 불확실성의 방증이다.
비록 파킨슨병 신약, 비만·당뇨 신약 후보물질 등이 유노비아 분사 후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대부분의 신약 후보물질이 여전히 비임상 또는 임상 1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우려를 자아낸다.
임상 단계가 낮을수록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며, 상업화까지는 막대한 시간과 추가적인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재무 상황에서 일동제약이 이 모든 파이프라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만 커진다.
더욱이, 신약 개발은 본질적으로 성공 확률이 낮은 고위험 고수익 투자다. 여러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일동제약처럼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에게는 오히려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과거부터 지적되어온 '문어발식 R&D' 투자 방식이 효율적인 자원 배분 없이 기업의 집중력만 저해시킨다는 비판도 여전히 유효하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신약 개발 중"이라는 모호한 메시지보다는, 각 파이프라인의 구체적인 임상 진행 상황, 예상되는 시장 규모, 경쟁사 동향 등 명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원한다. 하지만 일동제약은 이러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R&D 성과의 불확실성은 곧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며, 이는 주가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동제약의 주가는 당장의 흑자 전환 소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이는 만성적인 재무구조 악화와 불확실한 R&D 성과 및 파이프라인이라는 두 가지 핵심 문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거나, 막연한 신약 개발 기대감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일동제약이 진정한 주가 반등을 이루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강력한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통해 차입금 규모를 줄이고 현금흐름을 확보하며, R&D 전략을 재정비하여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파이프라인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R&D 진행 상황과 재무 정보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의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