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시선] 서해·타이완까지?…주한미군 전략 변화에 韓 부담 커진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하 브런슨 사령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8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 내에서 브런슨 사령관이 주한 미군과 관련해 주요 사안에 자기 생각을 밝힌 것이다. 이날 인터뷰는 주한 미군의 역할과 병력 감축, 그리고 전시 작전권 반환 등 내용을 담고 있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얼마 앞두고 주요 협상 의제인 주한 미군 역할 등과 관련해 미국 측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가장 궁금한 대목은 주한 미군의 역할 변화였다.
언론에 따르면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 미군의 역할 변화를 언급했다고 한다. 특히 중국이 서해를 ‘내해화’하려는 시도가 한국의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소신을 밝혔다고 한다. 한미동맹의 핵심 의제로 ‘동맹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이 떠오르는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한 미군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브런슨 사령관은 최근 서해 등지에서 벌이는 중국의 군사 행동에 한미가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자산을 감시하고 감지하고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최근 중국은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항공모함 푸젠함을 띄워 군사훈련을 하고, 스텔스 전투기 J20을 대한해협 동수로를 통과시켜 비행하도록 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그리고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서해를 내해화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브런슨 사령관은 서해에서 중국이 벌이는 행동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행동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고 한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기지로 활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유권을 주장하는 행위가 서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앞서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으로 판단할 때, 앞으로 주한 미군의 역할이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종래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면, 이제는 중국뿐만 아니라 때로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군의 역할을 변화시키겠다는 입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브런슨 사령관이 주한 미군 병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혀 주목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 미군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치 전략 등과 같은 역량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현재 2만 8,500명의 주한 미군을 필요에 따라서 줄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많은 언론은 이날 브런슨 사령관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주한 미군 감축을 가장 중요하게 취급해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략적 유연성의 사례로 주한 미군에 배치된 전투기 F35를 들었다고 한다. 이와 아울러 한때 한반도에 배치됐던 패트리엇 포대가 중동으로 옮겨 배치된 것을 사례로 들었다고 전해진다. 미국의 전략에 따라 앞으로 병력의 감축 내지 전략 자산의 배치가 이뤄지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밖에 앞으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조정 문제가 논의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브런슨 사령관은 정확한 협상 의제는 모르나 관련 논의는 있을 거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구체적으로는 숫자가 아니라 임무를 위한 능력이 논의될 거라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 중에서 주목할 발언은 중국과 타이완 분쟁 시 한국의 역할과 관련된 대목이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의 주요 위협으로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언급하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는 구체적으로 특정한 적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지역 내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주한 미군 역할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대목은 다음이었다. 언론에 따르면 브런슨 사령관은 모든 정부의 결정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야 한다고 말하며 미국이 타이완을 지원하면 한국도 함께 해야 한다는 요구가 결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중국과 타이완 분쟁 시 한국이 미국과 함께 자동으로 양안 문제에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한 것이다.
다만 브런슨 사령관은 앞으로 한국이 북한에 대비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더불어 한미 동맹을 현대화하며 더 큰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국이 동참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앞선 발언으로 볼 때 앞으로 주한 미군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어떤 식으로든 떠맡을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전시작전권 이양에 대해선 애초 한미가 정한 일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브런슨 사령관은 밝혔다고 한다. 일정에 없는 전시작전권 이양이 오히려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그에 따라 전시작전권은 한미가 합의한 조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