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새는 나라 vs 막겠다는 정부”, 경계현 삼성전자 고문 합류한 ‘인재 유출 대응 TF’ 먹힐까

12일, 과기정통부가 과학기술 인재 유출 방지 및 유치를 위해 범정부 민관협력 TF 출범, 삼성 고문까지 함께한 새 정부 첫 인재정책이 K-테크 미래 바꿀까?

2025-08-14     Research 1Team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관합동 과학기술인재 유출방지 및 유치 TF 착수회의' 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고문 및 참석자들과 과학기술인재 유출방지 및 유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제공)

8월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학기술인재 유출 방지·유치 대책’ 마련을 위한 범정부 민관합동 TF를 공식 출범시켰다. 공동위원장은 정부 측 구혁채 과기부 1차관, 민간 측 경계현 삼성전자 고문이 맡아 논의를 주도한다. 또한 9개 부처(과기정통부, 기재부, 교육부, 법무부, 국방부, 산업부, 복지부, 중기부, 특허청) 실장급과 학계·연구기관·기업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며, 다음 달까지 실행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일정도 못 박았다.

삼성 경계현 고문의 TF 참여는 여러 의미를 갖는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30이상 근무하며 메모리 반도체부터 시스템 반도체까지 전 영역을 경험한 전문가이다. 회의 당시, 경 고문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여러 분들과 이야기한 결론은 과학기술인에게 한국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라며, "해외는 (이공계가) 소득도 있지만 자유롭고 다양성이 보장되고 직장을 쉽게 옮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한국은 그런 면에서 부족한 것 같다"라고 경고성 메시지와 함께 정책 실효성을 주문했다.

두뇌유출 지수 36위, 이공계 박사과정 경쟁률 간신히 1:1 이던 한국, TF 대응 먹힐까

한국의 과학기술 인재 유출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기관의 두뇌유출 지수에서 한국은 36위에 머물러 있으며, 구체적인 지표들은 더욱 충격적이다.

교육 현장의 위기 신호
서울대 이공계(전기) 박사 입학 경쟁률이 1.06대 1로 간신히 방어 
- 포항공대 대학원 신입생 충원율이 2021년 79.1%에서 2024년 74.3%로 하락
- 57명에서 68명으로 중도 학업 포기 학생 증가

해외 유출 가속화
- 미 국무부 Visa Office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이민비자(EB-1·2) 통계에서 인구 대비 한국인 발급건수가 중국, 일본, 인도보다 월등히 많은 수준
- NSEAD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 경쟁력(글로벌 인재경쟁력 지수)은 전세계 134개국 중 24위 수준에 불과

이날 회의에서는 "이공계 진로 기피, 국내 양성 인재의 해외 이탈, 이공계 재직자들의 사기 저하" 등 과학기술 인재 생태계 전반에 걸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재진단하고, 범정부 대책의 구성 방향과 실무 TF를 통해 발굴된 후보 과제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앞으로 과기정통부는 민관합동 TF를 통해 수요자 관점에서의 인재 유입-성장-취업-정착 등 전 주기에 걸친 추진 과제를 발굴하고, 각 부처의 제도·재정적 지원을 연계하는 실행 방안을 다음 달까지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번 TF는 “인재 유출 방지”라는 단어가 자칫 이동성 통제로 오해되지 않도록, “젊은 과학기술 인재의 국내 성장·정착 기반 조성과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전 주기 과제 발굴, 제도·재정 연계 실행 방안, 커리어 패키지” 등, 국제 비교가 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경계현 고문 참여로 현장성은 높아졌지만, 성패는 초기 예산·제도·타임라인이 묶인 실행안과 공개 지표에 달려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 위에 인재 친화적 제도 인프라까지 올려놓을 수 있을지, 9월 발표에서 확인될 것이다.